[공희준 칼럼] 이준석은 김남국-김용민 콤비와 어떻게 다른가

이준석의 3대 실책은 진짜 실책일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하 ‘이준석’으로 칭함)가 지난주에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취임 초기의 이준석의 기세는 파죽지세라 표현해도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2002년 6월의 한국사회가 월드컵 축구 열기로 뜨거웠다면, 2021년 6월의 대한민국 정치는 이준석 현상으로 화끈하게 달궈졌다.

이준석 현상이 이준석 리스크로 바뀌는 과정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론과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원인을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하는 분위기이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20대 남성'이 공론화하고 싶었던 '역차별' 문제에 접근해 주목 받았고 언론들도 적극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결국 전당대회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을 모두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역으로 젊은 여성층으로부터는 이준석 대표가 적잖은 '비호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의 경우 '20대 남성'이 공론화하고 싶었던 '역차별' 문제에 접근해 주목 받았고 언론들도 적극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결국 전당대회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을 모두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러나 역으로 젊은 여성층으로부터는 이준석 대표가 적잖은 '비호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번째는 이준석 본인의 방만하고 부실한 메시지 관리이다. 한마디로,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이준석의 과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다.

두 번째는 당내 주요 대선후보들과의 볼썽사나운 불협화음이다. 이준석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의 시시콜콜한 감정대립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는 휴대전화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중학생들이나 할 법한 치졸한 말싸움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그의 상대방(Counterpart)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략에 말려들어 갈팡질팡한 사건이다. 이준석은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서 오락가락하다가 급기야는 예정된 생방송 토론회까지 펑크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기존의 제도권 언론들과 여의도 정치판을 수십 년째 기웃거리는 자타칭 시사평론가들이 제시한 이준석 현상 소멸의 3대 근거는 필자와 같은 논리학 문외한에 의해서조차 쉽사리 논박이 가능하다.

첫째로, 정책결정권도 없고 금배지도 달지 못한 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 만나는 것 빼고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거의 전부다. 말조심하고 SNS 절필하라는 주문은 이준석에게는 일종의 정치활동 금지령과 다름 아니다.

이준석의 최대 장점은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지체하지 않고 맞으면 맞다고 분명히 얘기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명토박아두는 단호하고 직설적인 메시지 구사 재능에 있다. 이준석의 그와 같은 면모는 불리한 쟁점만 불거지면 국민들 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추곤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도자답지 못한 처세술이나, 이도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입장만 줄곧 취해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흐리멍텅한 화법에 견주면 긍정적 방향으로 진일보한 측면이 뚜렷하다.

둘째로 이준석이 지나치게 나댄다는 비판은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민심의 성격과 지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일 따름이다. 국민들이 이준석에게 무색무취한 조용하고 무난한 관리자의 역할을 의뢰했다면 그는 올해 6월 11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나 주호영 의원에게 졌으면 졌지, 결코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들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은 아예 내팽개친 채 박근혜 정권 시절의 새누리당 뺨치는 소신도 없고, 줏대도 없는 거수기 여당으로 전락해버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이미 절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인 친박세력이 잔존해 있는 국민의힘에 선뜻 마음을 주기도 어려웠다.

이준석은 계급장 떼고서 맞장 뜨는 발칙함과, 장유유서쯤은 가뿐히 무시하는 당돌함으로 무장한 밀레니엄 세대이다. 당돌하고 발칙한 이준석이 강재섭 전 의원이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형의 관리자형 당수 노릇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기대하며 전당대회에서 그를 뽑아줬을 유권자는 없다시피 할 것이다.

이준석이 나대면 좀 어때

혹자는 이준석이 시쳇말로 지나치게 나대는 탓으로 말미암아 국민의힘 당내의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이 자꾸만 지워지고 있다는 불평을 쏟아낸다.

이 또한 본질을 호도하는 계산된 의도적 단견일 따름이다. 소속 정당의 30대 원외 당대표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지경으로 취약한 위상의 인사들이 내년 3월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금권선거와 관권선거를 쌍끌이로 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집권세력의 대선후보에게 무슨 재간으로 승리를 거두겠는가? 자당의 대표인 이준석에게조차 파묻힐 정도의 존재감 제로의 인물이라면 이쯤에서 캠프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나 현명하고 바람직한 선택이리라.

이준석은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다. 그러나 이준석에게 싸가지를 장착하라는 건 이준석이 더는 이준석이 되지 말라는 무리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에 불과하다. 이준석의 싸가지 없음은 강준만 교수가 THE인물과 사상 02호에서 통찰한 바대로 자기편이 구축한 안전한 성벽 안에서 성 밖의 적이나 국외자를 겨냥해서만 제한적으로 작렬하는 김남국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두 초선의원 부류의 ‘비겁하고 선별적인 싸가지 없음’과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싸가지 없음이다. 이준석은 그를 정치권으로 이끌어준 박근혜의 본진인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고 강조하는 ‘담대하고 보편적인’ 싸가지 없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셋째로, 이준석이 송영길의 노림수에 걸려든 건 분명하다. 허나 사기를 당한 사람을 나무라기에 앞서서 사기를 친 인간을 먼저 단죄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다. 게다가 이준석은 재난지원금 소동 이후로는 송영길의 꼬임에 다시는 넘어가지 않고 있다. 한 번 당하면 가해자 책임이지만, 동일한 수법에 반복적으로 당하면 피해자 책임이다. 이준석은 한 번은 속았어도 두 번은 속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준석과 송영길 중 누가 더 나쁜지 대략 정답이 나왔으리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협상 결렬을 이준석 탓으로 돌리는 의견이 필자의 귀에 자주 들려온다. 나는 이와 관련해서만은 이준석을 두둔해주고픈 의사가 추호도 없다. 이준석 체제의 국민의힘이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한 일은 제국주의 시대에 횡행했던 강압적이고 구태의연한 포함외교에 가까웠다.

반면, 이준석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주도할 청년세대의 절반인 젊은 여성 유권자들로 하여금 야당을 외면하게끔 만들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필자는 50프로만 동의한다. 왜냐? 이준석은 젊은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확보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젊은 남성 유권자들을 국민의힘으로 돌려세우는 일에서 완벽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자들이 야당에 반감을 품도록 부추긴 원흉이라며 이준석을 정조준하여 돌팔매질을 일삼는 정치인과 정치세력들 역시 여성층의 호응과 지지를 얻지 못한 대목에서는 이준석과 피장파장인 처지이다.

정치인들이 불행한 말로를 걸어간 데에는 돈 문제와 인사 문제가 주요하게 작용해왔다. 이준석이 부정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거나 깜도 안 되는 무능력자를 단지 자신과 코드가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요직에 낙하산으로 앉혔다는 씁쓸한 소식은 아직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돈과 인사 문제로 심각한 구설수에 휩싸이지 않은 이준석을 “너 이제 끝났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매도하는 짓은 그러므로 악의 가득한 증오와 저주의 발로일 수는 있어도, 애정 어린 질책이나 균형 잡힌 견제와는 거리가 멀어도 무척 먼 셈이다.

필자는 이준석의 정치적 성패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확신을 갖고서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586 세대의 음흉함과 서태지 세대의 찌질함에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MZ세대는 다행히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한의 인민대중도 음흉하지 않은 정치를 누릴, 찌질하지 않은 정치인을 가질 권리가 있다. 필자가 이준석을 여전히 옹호하고 싶은 까닭이다.

* 글쓴이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초대편집장,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공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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