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딸 기소, 이명박 쿨하다'던 윤, SBS '집사부일체'에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불러
[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자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다. 그러나 '주가조작' '논문 표절' '뇌물수수' 등 각종 구설에 휩싸여 있는 배우자 김건희씨는 함께 출연하지 않았고 홀로 출연했다. 추석연휴에 방송된 이번 예능프로 출연이 윤석열 전 총장의 이미지를 '미화'하는데 기여를 했다는 비판도 적잖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방송에서 자신의 애창곡을 묻는 질문에 가수 이승철씨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선택했다. 해당 곡은 이승철씨의 2009년 10집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처음엔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즈음 역주행하면서 회자됐고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곡으로 자리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고 나자 '노무현같은 사람 또 없다'는 정서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곡을 부른 이승철씨는 지난 2018년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모곡을 열창하기도 했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해당 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2009년 대구지검에 있을 때,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그 이후에 내가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곡을 직접 불렀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실제 적잖은 악연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딸 노정연씨의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은 노정연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헀고 형은 확정됐다. 당시 노씨의 변론은 배우자인 곽상언 변호사가 직접 맡았었다.
盧 사위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검사 윤석열' 다섯 글자"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3월 윤석열 전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린 바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 윤석열 전 총장(당시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댓글(대선개입) 수사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을 때 썼던 글을 공유한 것이다.
곽상언 변호사는 당시 작성한 글에서 "지난 해 우리 집으로 한 편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그 우편물은 내게, 내 아내가 곧 재판을 받게 된다고 문자로 분명히 알려 주었다"며 "그 문서의 제목은 '공소장'이었고, 그 공소장을 작성한 사람의 명의는 '검사 윤석열'이었다"라고 밝혔다.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내 주변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에 수 많은 검사들이 관여했다. 그 분들의 이름 및 활약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시간이 선물인 치유와 망각의 은혜로 어느덧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라면서도 "그 중 몇은 여전히 기억 속에 분명히 남아 있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검사 윤석열’이라는 다섯 글자도 그 중 하나"라고 회고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나는 그(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살았으며, 그 동안 어떠한 태도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솔직히, 나는 그를 그리 고운 시선으로 바라 볼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고 밝혔다.
곽상언 변호사는 "그와 유사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와 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 가족에 대한 수사 과정 및 재판 과정에서 보인 그가 속한 집단의 태도는 무척 가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는 "그가 '특정한 가치 성향'과 '직업적 자족감'을 가진 직업 검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오히려 잡감에 가깝다). 이렇게 평가하지 않고서는, 그가 내 가족의 사건을 맡아 처리한 모든 경위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검사들 중 특정 검사는 수사를 복수의 도구, 희열의 도구로 삼는다"라며 "국가 공권력을 사적 감정 해소의 도구로 보는 거다. 한심하고 불행한 현실이다. 익히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곽상언 변호사가 공유한 글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국정농단 특검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을 두 차례 술자리에서 만난 일화를 소개한 내용이었다.
BBK 특검팀 경력으로 요직 받아 승승장구, '검언유착'도 따라하더니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특종을 냈던 김의겸 의원(당시 한겨레 선임기자)는 특검이 꾸려지기 직전 윤석열 전 총장이 "저로서는 박근혜 3년이 수모와 치욕의 세월이었다. 한겨레 덕에 제가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왔다"고 했으며, 특검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만났을 때는 자정이 넘도록 박근혜 수사에 대한 무용담을 펼쳤다는 것이 김의겸 의원의 회고 내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집요하게 수사해 기소했던 윤석열 전 총장이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곡을 꼭 찝어서 방송에서 불렀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또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특수부 검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썼던 방식(대표적으로 '논두렁 시계' 보도)인 '검언유착'을 윤 전 총장이 '검찰당 대표'로 불리는 기간 내내 여과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검찰의 전성시대로 불리웠던 이명박 정권 시기에 대해 "상당히 쿨했다"고 국정감사에서 답한 적도 있다. 윤석열 전 총장(당시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이명박씨에 사실상 대놓고 '면죄부'를 줬던 BBK 특검팀에 파견검사로 속해 있었다.
BBK 특검팀(정호영 특검팀)은 이명박씨에 대한 수사를 꼬리곰탕 식사 한 번으로 마무리했고, 다스 경리직원의 120억원 횡령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작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특검팀에 속했던 윤석열 전 총장도 이명박 정권 시절 대검찰청 등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하며 경력을 쌓아간 바 있다. 그래서 "쿨했다"고 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권 시절 윤석열 전 총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었다.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총장 직보인 범죄정보기획관을 맡고, 윤석열 전 총장이 그 바로 휘하의 범죄정보 2담당관을 맡았었다. 최근 '윤석열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고발 사주' 파문과 관련, 연루된 손준성 검사의 당시 직책이 범죄정보기획관(현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것이 공교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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