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들 이야기 사는 이야기 포토뉴스
미혼모 자립,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제도 뒷받침돼야,. 무조건적인 수혜대신 진로ㆍ취업교육 통해 자립도와야
  • 안채원 기자
  • 승인 2018.01.06 10:43
  • 수정 2018.01.06 11:03
  • 댓글 0

[뉴스프리존=안채원 기자]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부모 가족과 미혼모를 소재로 한 연극 '미모되니깐'을 관람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공연기획사 명랑캠페인이 지난 3일 밝혔다.

미혼모들의 쉼터, 생명누리의 집

권 의원은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한부모가족지원계획의 수립 근거를 마련하고,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의 대상자 확대와 지원기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부모가족지원법'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2017년 12월23일 발의했다. 생명누리의 집은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에서 2004년 설립한 미혼모 쉼터다. “미혼모들은 대부분 준비되지 않고, 계획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임신이 돼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상태에요. 이런 예비엄마들에게 이곳이 따뜻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됐으면 해요.”

토론 연극 '미모되니깐'은 미혼모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보여주고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 유관 단체 관계자가 함께 대화하는 작품이다. 명랑캠페인은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 위해 '미모되니깐'을 제작해 2015년부터 공연해왔다. 생명누리의 집의 입소기간은 법적으로 1년이지만 더 머무르고 싶다면 최대 6개월까지 더 있을 수 있다. 이곳에는 엄마와 자녀를 포함해 총 18명 만이 생활할 수 있으며 현재는 10명의 미혼모와 7명의 아기가생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혼모 자녀의 어린이집 정착 문제, 미혼모라는 이유로 거절된 취업의 문턱, 친부의 양육비 거절에 대한 문제 등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명랑캠페인은 공연뿐만 아니라 권미혁 의원, 한부모 및 미혼모 단체와 함께 입법 개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도 병행했다. 입소한 미혼모들은 별도의 비용 없이 쉼터에서 지낼 수 있다. “정부에서는 입소자 한명 당 14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 금액으로 미혼모와 아이들의 생활비용을 마련하죠. 얼마 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월 100만원의 지원금도 받게돼 아이돌보미 선생님도 구했어요.”

생명누리의 집에 있는 미혼모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통 임신 7~8개월 때 입소를 가장 많이 한다. “그 전에는 임산부이지만 겉으로 보기에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출산이 임박해서 쉼터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죠.”

어린나이에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한 미혼모들을 위해서 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소한 미혼모들은 가장 먼저 의료 진료를 받게 된다. “쉼터에 상담을 하기 위해 들른 미혼모들 중에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임신을 자각하지 못했거나 임신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병원 진료를 통해 현재 몸의 상태를 알아보고 아이의 상태도 점검해요.”

생명누리의 집은 산모들의 정서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를 위해 몇 해 전부터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미혼모들의 경우 계획하지 않았던 아이를 가졌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아이를 낳아도 입양을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낳았다는 죄책감,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 “미혼모들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해해요. 그런 그들을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해 미술치료와 함께 태교나 퀼트, 발도르프 인형 만들기,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 프로그램을 지원하죠.”

입소자의 대부분은 중·고등학교 중퇴자들이다. 때문에 진로와 취업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중학교 졸업도 안한 학력으로 우리사회에서 취업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검정고시 응시도 돕고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연계해 본인 적성을 알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하죠.” 그 외에 경제 교육이나 양육교육 등 미혼모가 스스로 자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실시되고 있다.

생명누리의 집에서는 문화 활동, 양육 활동, 시설환경 부분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도 하고 재능기부 형태로 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도해 줄 자원봉사자도 모집한다. 특히 학업도우미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선호한다. “동료집단이 동료집단을 가장 잘 끌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혼모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이 세상의 다가 아니다’라는 걸 깨우쳐주고 싶어요. 다른 삶을 산 두 사람이 함께 멘토와 멘티로서 관계를 맺게 되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겠죠. 그래서 요즘 대학봉사단체에 이리저리 연락해보려고 준비중이에요.”

열악한 미혼모들의 현실

입소해 있는 미혼모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태어난 아기를 보고 부모님의 마음이 변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허락’의 의미라기보다는 ‘묵인’정도의 의미에요. ‘알아서 해라’ 정도는 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잘 키워보자’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는 얘기죠.” 부모와의 이런 관계는 출산 때 문제가 된다. 출산 시 수술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함께 분만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20살이 넘은 성인의 경우 ‘부모님도 몰래 낳고 입양 보내고 싶다’고 하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러나 산모의 연령대가 10대로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출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새로 개정된 입양법 때문에 미성년자는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서는 남·여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 부모 또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보통 ‘임신이 여자 혼자 됐어요?’라고 하지만 현실은 여자가 많은 짐을 짊어지게 되요. 8월 6일부터 법이 바뀌어서 아이를 낳은 뒤 1주일 정도의 숙려기간이 있어야 입양이 가능한데 그 사이에 남자친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입양이 불가능해요.” 게다가 상대의 이름조차 모른채로 관계를 맺은 경우도 많다.

생명누리의 집에서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아이 양육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10년에는 34%, 작년에는 58%, 올해 10월 말까지 조사한 바로는 72%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길 원했다. 그러나 정 원장은 현실적으로 본인의 결심만으로 아이를 키우고 살기는 쉽지 않아 사회적 제도가 제대로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혼모들은 정부로부터 매월 아이양육수당으로 15만원을 받아요. 그런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생계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입증이 되면 5만원이 추가로 지급돼 총 2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액수로는 기저귀 값과 분유 값만도 감당하기 어렵죠. 현실적인 정부의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미혼모 쉼터를 운영하며 느낀점

미혼모 쉼터를 운영하면서 정 원장은 ‘아이와 함께 잘 살겠다’며 퇴소한 미혼모들이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 아이도 돌보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 재 임신을 해서 쉼터에 다시 입소한 미혼모들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미혼모들이 그렇게 되는 근원적 이유는 미혼모들이 받은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혼모들은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을 하셨거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관계가 소원한 환경에서 받은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 왜곡돼 나타나는데 미혼모처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해요. 이런 과거의 상처가 잘 치유되지 않으면 앞서 말했듯이 재 임신을 하는 등의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 되는 거고요. 결국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똑같은 삶이 반복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요.”

미혼모들의 출산을 돕는 정 원장은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없애는 것에는 반대해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면 낙태가 최선이 아닌가?’라고 하지만 살려고만 하면 눈 앞에 닥친 어려움들은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 한 미혼모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면서 출산한 아기를 입양 보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입양절차를 모두 밟았죠. 그런데 다음날 다시 아이를 데리고 다시 왔어요. ‘아이를 키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길은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잘했다고 말했죠. 도움 받을 곳은 찾으면 많아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혼모들에게 한마디

쉼터에 있으면서 입소자들과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정 원장은 입소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기본생활이 무너지면 어디를 가서든 생활이 잘 안된다고 생각해서 ‘머리는 감았니’ ‘이불은 개었니’ 등과 같은 사소한 잔소리를 많이 해요. 또한 ‘여기에 있다가 편하게 잘 쉬다가’라는 얘기도 많이 하고요.”

그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겪지 않았던 것들을 겪고 사회로 나아가는 미혼모들에게 정미령 원장은 ‘당당함’을 강조했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자기가 생각하고 새 삶을 시작할 때 결심했던 것을 잘 지켜나가는 당당한 싱글맘이 됐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당당해져야 나중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더라도 당당한 관계형성이 가능하니까요. 당당하게, 멋있게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안채원 기자  smpacw83@sm.ac.kr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