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11월 13일 갤러리 스클로 개인전
부재와 흔적으로 ‘그 너머’정신성 환기

유리와 빛을 조각하는 이상민 작가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유리판에 인그레이빙 기법으로 작업하는 이상민 작가의 개인전 ‘나의 아름다운 정원’전이 9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갤러리 스클로(서울시 중구 다산로16길 20 비컨힐빌딩 1층)에서 열린다.

이상민 작가는 그동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물로서의 그릇이라기 보다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혹은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의 형상을 유리판 위에 양각이나 음각으로 새겨왔다.오브제의 부재와 흔적들을 투명한 유리판 위에 포착함으로써 과거의 오브제를 현재화된 시간성으로 끌어들인다. ‘그릇’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을 서로 연결해주는 매개항으로, 관람자가 바라보는 위치와 빛의 방향, 굴절에 따라서 고려청자나 백자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새롭게 느끼게 한다. 모노크롬한 화면은 번잡한 형태와 모양을 뛰어넘어 일종의 침묵 공간을 형상화 한다. (정연심 평론)

희망이 피어나는 곳
희망이 피어나는 곳으로

“그동안 나는 작업을 통해 물질의 대상과 본질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많은 고민들이 유리라는 소재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도록 혼신의 힘을 쏟았다. 지속적으로 탐구하였던 그릇 작업에 유적의 조형, 시간의 조형, 흔적의 조형, 부재의 조형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고 각각의 본질에 들어있는 의미에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선인장 조형을 통해 팬데믹 시대를 나름 성찰하고 있다.

희망이 피어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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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인장 시리즈는 한 작가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실망한 제우스는 인간들을 말살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이때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아내 피라만 대홍수로부터 힘겹게 살아남는다. 그들은 제우스에게 재물을 바치고 테미스 여신의 신전에서 인류를 다시 만들어낼 방법을 묻는다. 나의 작업은 그런 상황을 은유적으로 선인장을 대입했고 대상의 본질에는 어떤 심정이 이입되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유리 10mm를 그라인더로 연마하는 작업은 다이아몬드의 날과 세륨 양모를 아마 수천, 수만 번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이 포함된다. 손가락에 고통이 있었지만 찬란한 빛의 형상을 찾으면서 느껴지는 속죄와 수행자의 정신이 있었기에 작업이 가능했다.”

희망이 피어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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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리 자체가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성격을 가지도록 사물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본다.

“유리를 환경으로 환대하면 무형의 경계에 다양한 형태들이 초대되고 그것들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그 순간 거기에 실존하는 동시성, 이질적인 상보성 그리고 드라마적인 정지성 (유리 특성인 투과 비췸)등이 현장의 디테일로 표상된다. 유리의 빛이 작용될 때 내부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물질성보다 빛의 반사와 투과작용이 일어나면서 발광하는 빛이 포착되는데 나는 이러한 현상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물질성에서 비물질성, 즉 정신성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어쩌면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의 결혼’에 나타난 거울작업처럼 유리 자체로부터 색체를 발견하고 그것을 증명함으로서 나도 작업현장의 증인으로 참여한다. 나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공격으로부터 들려오는 현실세계의 함성과 고통이 작품 속에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되기를 욕망한다. 나는 선인장의 순수함과 의연함이 작품의 내부로부터 관객의 눈에 비춰 지기를 원한다.”

희망이 피어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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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피어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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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앞에서 보면 양각처럼 돌출해 보이지만 일루전이다. 유리판을 뒷면에서 음각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어 가다 보면, 유리의 투명성과 빛과의 반영,투과성 등 표면적인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유리의 투명한 속성을 연금술적으로 구현해 물질적 속성들을 비물질적, 정신적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리는 본래 표현주의 건축에서 정신성을 상징했다.

“팬데믹 시대 마음속에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선인장 하나씩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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