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왕(王)자, ‘위장당원’ 논란 등 토론 내용 뿐 아니라 기행으로 위기 자초

[뉴스프리존] 범야권 지지율 1위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전 검찰총장)가 연이은 구설로 위기에 몰렸다. 그동안 당내 대선주자들은 윤 후보를 지칭, “토론회 두세번이면 실체가 드러나 거품이 꺼질 것”이라며 공세를 가했는데 TV토론회에 손바닥에 임금 ‘王’자를 새기고 나와 주술(呪術) 논란으로 번지고, 최근 급증한 신입당원들을 ‘위장 당원’으로 의혹을 제기, 당내 후보들의 집단 반발을 초래했다, 윤 후보는 토론 내용 뿐 아니라 토론 외적인 요소까지 논란을 자초,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먼저 손바닥 ‘王’자 논란은 해프닝으로 치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TV토론회에서 임금 왕(王)자를 자신의 손바닥에 적고 나온 것이 문제가 됐으면 “열성지지자(윤 후보측 표현으로는 같은 아파트 할머니들)들이 힘내라는 의미에서 써준 것이며, 앞으로 안하겠다”라며 인정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부적’이면 손바닥에 보이겠냐”며 반발하면서, 상대 후보인 홍 후보의 빨간 내의와 개명(홍판표-준표) 사실까지 들어 역공에 나섰다. 

캠프 대변인 해명은 더 가관이었다. 처음에는 “한번만 ‘王’자를 새기고 나왔고, 유성매직이라 세정제로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다“라고 했는데 문제의 '王'자는 3차 토론회부터 5차 토론회까지 3차례 연속 발견됐고, 세정제를 이용하면 지워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명 자체가 더 큰 논란과 불신만 초래한 셈이다. 

손바닥 ‘王’자 논란은 5일 열린 6차 토론회에서 무속인 논란으로 번졌다. 유승민 후보는 윤 후보에게 ‘항문침’ 전문가인 이병환, 천공스님 등을 아느냐고 질문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부인인 김건희씨의 박사논문 주제가 ‘사주 관상’ 분야라 처가까지 연관시켜 윤 후보와 무속인을 연결시키고 점을 자주 보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점은 여자들이 주로 본다”고 답변, 여성차별적인 또다른 실언을 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 보다 불안감만 더 증폭시켰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홍준표 의원 등 7명의 대선후보와 토론회를 벌였다.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수차례 손을 들여 보였으며 그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MBN 방송영상 중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홍준표 의원 등 7명의 대선후보와 토론회를 벌였다. 여기서 윤석열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수차례 손을 들여 보였으며 그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MBN 방송영상 중

손바닥 ‘王’자 논란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위장 당원’ 논란이다.

윤 후보는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영남지역 공략을 위해 4일 부산을 방문했다. 문제의 발언은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당원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이 사람들(민주당 정권)이 저 하나만 꺾으면 정권을 연장하면서 약탈을 지속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저를 2년 동안 샅샅이 뒤지고 흔들고 모든 친여 매체와 마이크를 동원해 저를 공격했다”며 “이제는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여러분들 들으셨지 않나.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 경선 과정에서 내부 총질도 있고, 민주당 개입도 있다”며 “우리가 정신 차리고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정권교체만 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도 못하면 우리는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의 ‘위장 당원’ 발언은 정홍원 선관위 경선룰 최대 쟁점인 ‘역선택’ 논란의 연장과 다름없다. 국민의힘은 6∼7일 당원 30%, 국민여론 70% 비율로 반영되는 2차 컷오프 당원투표를 앞두고 있다. 윤 후보의 논리라면 ‘위장 당원’=역선택으로, 당의 유력 주자가 ‘불공정 경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주장에 대해 경선 후보들은 “당원 모독”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홍준표 캠프는 “윤 후보가 입당하기 훨씬 전부터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당을 지켜온 당원들을 갈라치기 하는 발언이고 당원 모독”이라며 “당 차원의 엄중한 경고”를 요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20~30대 신규 당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분들이 위장당원이라는 말인가”라며 “증거가 있으면 당장 내놓고, 없으면 당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실언이 도가 지나쳤다”며 “윤 후보도 최근에 입당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윤 후보는 위장 후보인가”라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윤 후보는 친여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의 ‘위장 당원 가입 증거’와 관련된 게시물들을 공개하면서 “증거가 있다”며 반박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윤 후보가 든 게시물은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중 민주당원이면서 국민의힘 선거인단에 참여한다는 몇몇 이용자들의 인증샷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윤 후보는 “매일 문제 삼을 일은 아니고 그런 게 있으니 투표를 열심히 하자는 것”이라고 후퇴하면서도 “말꼬리잡기식으로 정치공세를 펴지말라”고 맞받아쳤지만, ‘위장 당원’ 제기로 손해만 잔뜩 본 꼴이 됐다. 

손바닥 ‘王’자 논란은 경선토론 시작부터 ‘청약통장’ 논란으로 ‘토론 리스크’를 입증한 윤 후보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장 당원’ 논란은 보다 절박하고 근본적이다. 

윤 후보는 대선출마 전후 지지율 1위를 달리다 잦은 실언으로 최근에눈 범여권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합중이다. 이 지사에게 악재라 할 수 있는 ‘대장동 이슈’가 대선정국을 강타중인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1위 뿐만 아니라 범야권 후보적합도에서도 판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이 창간 75주년을 맞아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31.1%로 1위였다. 이어 윤 전 총장 19.6%, 홍 의원 14.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0.1%였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이 지사는 43.4%로, 윤 전 총장(35.7%)보다 오차범위(±3.1%) 밖에서 우세했다. 이 지사는 홍 의원과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43.2% 대 36.3%로 앞섰다. 이 전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 39.0% 대 35.3%, 홍 의원과는 39.1% 대 37.8%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 지사 38.2%, 이 전 대표 26.9% 순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60% 이상이 이 지사를 지지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29.8%로, 윤 전 총장(22.4%)을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홍 후보가 29.8%로, 윤 후보(22.4%)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선 것이다. 물론 이같은 역전 혹은 경합은 추석 전부터 일어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홍 후보 강세가 공고해짐을 알 수 있다. 

홍 후보의 약진은 세대별 지지율에서도 확인된다. 

20대(18~29세) 10명 중 3명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봤다.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29.1%가 홍 후보를 택했다. 그 뒤를 이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20대 지지율은 15.2%로 홍 후보의 절반에 그쳤다. 직업별로 보면 20대~30대 초반이 대부분인 학생 그룹의 홍 후보 지지율은 33.0%에 달했다. 

윤 후보는 노년층인 6070세대에서 강세를 보였다.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후보는 60대에서 39.4%, 70대 이상에서 47.2%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4.9%에 그쳤다. 

4년 전 대선과 비교했을 때 세대별 지지도의 극적인 반전도 관찰됐다. 홍 의원은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6070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0대·30대 지지율은 8.2%·8.6%로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당 내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전통적 보수층인 노년 세대의 지지가 야당 유력 주자로 자리매김한 윤 후보에게 옮겨갔고, 청년층과 중도·무당층의 지지는 ‘당색’이 상대적으로 덜한 홍 후보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준석 돌풍’에 따른 청년층의 야당 지지가 홍 후보에게 흘러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향신문 여론조사 인용 : 원문보기)
  
홍 후보의 약진은 ‘이준석 돌풍’에 따른 청년층의 야당지지, 이른바 MZ세대의 적극 지지를 반영된 것이기에 ‘역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윤 후보의 ‘위장 당원’ 문제 제기는 ‘당심’을 붙잡기 위한 견제구였지만, 대세를 뒤집을 묘수는 없다.  

‘위장 당원’ 논란에 대해 최재형 후보측 김준호 대변인 논평이 가장 날카로웠다. 김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왜 지지율 급락을 남탓으로 돌리나. 100번의 변명도 불안하기만 한 후보"라며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장막 뒤 스승님께 물어보라"고 비꼬았는데 윤 후보와 캠프의 약점을 가장 잘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등은 “윤 후보는 토론회 두세번이면 끝난다”고 큰소리 쳤는데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1일 1망언’으로 토론 내용에 실언이나 현실과 괴리된 내용이 많았지만, 이제는 토론 외적인 ‘주술, 무속’ 논쟁까지 번지고 있다. 손바닥 ‘王’자는 불안감을, ‘위장 당원’ 논란은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10월 8일이면 8명에서 4명으로 2차 컷오프가 된다. 순위는 비공개이지만, 당내 1위가 궁금해진다. 유력 후보 4명으로 줄어들면 토론회는 더 난타전이 될 것이다. 치열해질 토론회를 버틸 윤 후보의 ‘주술’ 혹은 마법이 있을까?. 

윤석열 후보 검증의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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