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발전소301 레퍼토리 시즌2

"벚꽃 피는 집" 무대사진 /(사진=Aejin Kwoun)
"벚꽃 피는 집" 무대사진 | 따스한 가정집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무대는 이번 작품이 어떠할지 상상이 되게 만들어 준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밝은 이야기 속 따뜻한 감성을 선사하는 극발전소301의 연극 “벚꽃 피는 집”이 섬세하고 깊은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으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 극은 제5회 도담도담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은 바 있는 이번 작품은 보육원에 사는 학생들과 수녀인 엄마의 이야기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 극 중 다정하고 쾌활하지만 말은 좀 거센듯한 연기를 보여준 김곽경희 배우는 극 중 아이들의 보호자인 '엄마'인 동시에 젊은 배우들의 '대선배'로 무대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다. /(제공=아트리버)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0일까지 11일간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펼쳐지고 있는 “벚꽃 피는 집”은 도담도담 페스티벌, 남양주시 상주 단체 공연에 이어 대학로에서 정식공연으로 올라온 만큼 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보이며, 공연을 통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슬프지만 재미있고, 가슴 아프지만 따스한 그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무대 위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제공=아트리버)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_미영(서율), 수지(박솔지), 재연(고은비), 우진(이성민), 규선(안용), 엄마(김곽경희), 종현(이건) | 엄마를 제외한 모든 역은 투캐스팅으로 진행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따스함을 선사하고 있다. /(제공=아트리버)

극발전소301은 레퍼토리 프로그램 시즌1 '시체들의 호흡법'과 '건달은 개뿔'을 올해 3월에 올린 데 이어, 9월부터 시즌2 “벚꽃 피는 집”과 함께 '로봇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며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2019년 작품개발 낭독공연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이번 작품은 극발전소301에 들어온 이후 짧은 연극전을 거치며 관객들에게 긴 호흡으로는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따뜻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정민찬 연출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식구'라는 의미를 강조하고자 식사(食事)의 본질적인 행위를 되묻고 식구(食口)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가족의 근본과 본질은 어디서 출발하고 귀결될 수 있는 건지 관객들에게 물어오고 있다.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_규선(이준호), 재연(한새봄), 수지(박혜림), 우진(김동건), 미영(정미리), 종현(유명진) | 엄마는 잘 못할 때, 코찔찔이 어린 아이도 아닌데도 두 손을 번쩍 들고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치라 하였다. 다시 한 번 듣게 되는 그들의 외침에 가슴이 뭉클해 슬프지만...또 따뜻하다.  /(사진=Aejin Kwoun)

따스한 봄날, 소소한 일상이 왁자지껄 벌어지는 한 집은 어느 집에서나 일어날 법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법적으로 인정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는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여기며, 서로서로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엄마'라 부르는 수녀님에게 듣는 세 가지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하는 것일는지 모르겠다.

"벚꽃 피는 집"을 함께 만든 사람들_규선(이준호), 재연(한새봄), 수지(박혜림), 미영(정미리), 우진(김동건), 조명오퍼(김채이), 종현(유명진), 엄마(김곽경희), 연출(정민찬), 조연출(이재림) /(사진=Aejin Kwoun)
"벚꽃 피는 집"을 함께 만든 사람들_규선(이준호), 재연(한새봄), 수지(박혜림), 미영(정미리), 우진(김동건), 조명오퍼(김채이), 종현(유명진), 엄마(김곽경희), 연출(정민찬), 조연출(이재림) /(사진=Aejin Kwoun)

아래는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섬세하게 빚어낸 정민찬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보면서 따뜻하고, 극장을 나선 후에도 미소가 지어지는 이번 공연을 쓰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극단에 들어오고 초창기 연수단원 시절, 한 선배님께서 저희를 보고 '301은 한 가족이다'라고 말씀해주셨고, 그때 그 의미를 생각해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처음 보고 다른데,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벚꽃 피는 집"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아니지만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식구입니다.' 가 메인 카피가 되었습니다.

“벚꽃 피는 집”은 19년도 낭독극부터 단계적으로 발전한 작품입니다. 301 정범철 대표님께 제가 쓴 작품을 낭독극으로 올려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예 극발전소301 작품개발낭독공연이라는 낭독워크샵을 기획해 주셨습니다. 낭독극 이후 여러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20년도에 도담도담페스티벌에서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기회를 잘 만나 작품상과 연기상 수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표님께서 작품을 더 발전시켜보자고 해서 301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배우 스태프진 뿐만 아니라 관객과 동료 분들의 정성이 모여 3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중ㆍ고등학생을 연기함에도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은 극발전소301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극발전소301에서 여러 활동을 해오며 느껴왔을 극단과 배우들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제가 봤을 때... 우리 301식구들은 대체로 러블리합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연극을 대하지만 그 내면 깊은 중심에는 항상 사랑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비슷하게 닮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연기에도 사랑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극단에는)따뜻한 배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고등학생까지 포괄하는 그들의 순수함과 사랑이, 301 배우들 내면의 '사랑'과 맞닿아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연출님과 극단의 차기작 소식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작품을 마치고 12월에 “고양이라서 괜찮아” 연출이 예정되어있습니다. 정범철 대표님 작품을 제가 이어받아서 연출을 맡게 되어 책임(?)이 무겁습니다. (하하)

301은 “벚꽃 피는 집”을 마무리 짓고 바로 음악극 “로봇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재치, 301만의 색이 녹아있는 음악극으로 관객 여러분들을 기다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함께 힘들어 하는...'가족'은 '함께'이기에 가족이지 않을까? 그것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사진=Aejin Kwoun)
"벚꽃 피는 집" 공연사진 |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함께 힘들어 하는...'가족'은 '함께'이기에 가족이지 않을까? 그것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사진=Aejin Kwoun)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9.7%에 달했다. 독일의 경우 혈연 이외의 매개되지 않은 긴밀한 관계가 존재하는 생활공동체를 '사회적 가족관계'로 법의 영역에 포함하며, 혈연보다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중심가치로 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민법 제 779조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생계를 함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킨다'고 명시할 만큼 혈연주의가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도 점차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호아동이 자립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를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월 20만 원의 자립수당 지급대상을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서 5년 이내 아동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올해 7월 발표하였다. 이는 보호종료아동이 같은 세대와 공평한 삶의 출발기회를 부여받아 실질적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강화된 법안으로, 올해 9월 서울시는 보호정료아동의 기한을 만 18세에서 만 19세로 연장하였다.

학계 일부에서는 제사로 이어지는 조상숭배와 연고주의, 지역주의의 병폐는 혈연주의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설치된 고아원은 보육원이나 꿈마을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공동체'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혈연공동체만이 중점인 가족 관련 법령이 '사회공동체'가 중점인 사회가 되어 기댈 곳 없는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저출산 사회의 또 다른 해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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