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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질문에 이르게하는 연극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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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질문에 이르게하는 연극 "태양"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김정 신작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1.10.1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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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커튼콜 /(사진=Aejin Kwoun)
"태양" 커튼콜_가네다 요지(권정훈), 소가 세이지(윤재웅), 오쿠데라 가쓰야(김도완), 이쿠타 유(이애린), 이쿠타 소이치(서창호), 오쿠데라 준코(임미정), 오쿠데라 데쓰히코(김하람), 소가 레이코(이슬비), 모리시게 후지타(김정화)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이에게 수상하는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분 수상자 김정의 연출로 만나보는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2012년 작품 “태양”이 지난 5일부터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국내 초연됐다. 연극 "태양"은 독특한 세계를 만들고 있는 김정의 작품 세계를 만난 관객들을 미래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태양" 공연사진 /(사진=유경오)
"태양" 공연사진 | 10년 후 봉쇄가 풀리고 다시 신인류와 구 인류의 왕래가 시작되면서 마을에 남아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두려움과 기대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진=유경오

2011년 일본에서 초연된 연극 ‘태양’은 이후 소설 그리고 이리에 유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로 2016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국의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그리고 창작집단LAS가 무대에서 선보였던 ‘산책하는 침략자’ 또한 연극, 소설, 영화로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인간의 관계, 일상을 뒤집어 볼 때 나타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 심리를 그리며 요미우리 연극대상, 기노쿠니야 연극상 등 일본의 주요 연극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공상과학과 호러, 오컬트 문학을 주로 창작하고 있다.

"태양" 공연사진 |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친구가 된 듯한 그 둘의 모습이 그들이 사는 세상의 미래가 될 수는 없을까? /(사진=Aejin Kwoun)
"태양" 공연사진 |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친구가 된 듯한 그 둘의 모습이 그들이 사는 세상의 미래가 될 수는 없을까? /사진=유경오

일상적인 대화로 이뤄졌음에도 철학적이면서 SF적인 작품 “태양”은 독특한 몸의 움직임과 분위기로 대사를 전달하는 김정 연출과 만나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소설의 세계와 영상의 미학으로 만들어내는 영화의 세계와 달리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 무대 위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매력적으로 구현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색깔을 덧입혀 소설과 영화의 매력을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태양" 공연사진 | 한 때 친구였던 이들의 세대가 끝이 나면, 기억은 이어질 수 있을까? 그저 처음부터 하나였던 적이 없던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 미래의 모습일까? /(사진=Aejin Kwoun)
"태양" 공연사진 | 한 때 친구였던 이들의 세대가 끝이 나면, 기억은 이어질 수 있을까? 그저 처음부터 하나였던 적이 없던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 미래의 모습일까? /사진=유경오

경기도극단의 상임연출가로, 신화와 실화, 현실과 꿈의 공간을 오가며 시청각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자아내며 다수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정 연출은 고전 희곡부터 번역극, 국내 작가의 창작극에 이르는 다양한 텍스트를 디테일한 분석과 창의적인 해석을 통해 연극적으로 재탄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2018년 제9회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연극인’으로 잠재된 동력이 아직 무궁무진한 그의 해석이 담긴 “태양”은 상상의 한계를 극복한 작품이다.

"태양" 커튼콜 | 작품이 끝난 후,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경쾌한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사진=Aejin Kwoun)
"태양" 커튼콜 | 작품이 끝난 후,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경쾌한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사진=Aejin Kwoun

한 편의 글을 다양한 장르로 확장시키는 매력을 가진 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는 한국 공연 소식에 “바이러스라는 표면적인 유사점만이 아니라, 이런 시국에 이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시국에, 이 이야기가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무척 기대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말 자체보다는 뉘앙스를 포착해서 옮기려 노력하는 이홍이 작가는 이색적인 작품을 한국적으로 번안하며 “모순과 위선, 비뚤어진 우리 자화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새삼 희망을 찾아보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연극이다. 갈라진 채로 어떻게든 또 함께 살아가는 것의 반복이 현실이라면, 여기 2021년, 유쾌함이 덧입혀진 ‘태양’의 세계에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궁금하다”라고 전하고 있다.

아래는 원작 속 흡혈귀는 나오지 않지만, 시작부터 SF인 연극 “태양”의 다채로운 생명력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김정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일상을 뒤집어 볼 때 나타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 심리를 그리는 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세계관이 시작 전부터 무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가구들과 여러 물건에서 느껴지면서, 김정 연출님의 일상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연출과 이번 작가의 SF적인 작품이 너무나도 맞아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책하는 침략자’와 함께 무대 위 연극뿐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작품을 무대 위 시각화하기 위해 그리고 너무나 일본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보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태양" 무대사진 /(사진=Aejin Kwoun)
"태양" 무대사진_남경식 무대디자이너와 신동선 조명디자이너의 무대는 현재에 살고 있는 관객들을 미래에 살고 있는 무대 위 인물들과 교감을 끌어내는 데 큰 힘을 더하여 주었다. /사진=Aejin Kwoun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처음엔 흥미롭게 느껴졌지만, 작업에 들어가면서는 오히려 혼란스러움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에는 오늘날의 상황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기막힌 상상으로부터 쓰여진 이 작품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상상의 갈래가 더 많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바이러스’, ‘백신’, ‘변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이 작품과 온전히 매칭되진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독특한 이야기로 출발해 보편적인 질문에 이르는 이 작품의 매력이 질문에 이르기 전에 2021년의 관객에게 한편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빠져나가 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더 많이 들었달까요. 현재는 너무나 변화무쌍한데 ‘바이러스’라는 소재 하나로 그 현재의 동시대성을 담아내기엔 작가가 쓴 작품 안에는 다양한 고민으로 발전할 수 있는 주제들이 있었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좋은 대본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배우의 좋은 연기에 담아내는 것이 지금 이 작품을 우리 무대에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첫 시작은 ‘장르가 완전히 다른 두 갈래의 연극을 한 공간에 담는다’ 였던 것 같습니다.

녹스와 큐리오 둘은 움직임뿐 아니라 장르적 미장센까지 다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념적으로만 다른 것이 아니라 한 무대에서 두 가지 장르의 연극이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의도였습니다.

녹스 역할의 배우에겐 꾸준히 단정하게 속도에서 자유롭게, 큐리오 쪽은 거칠게, 감정적이고 야성적으로, 들짐승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두 세계를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거리로 떨어트려 놓았다가 한순간에 코앞까지 거리를 좁히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수많은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갈라져 버린 모든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번져나가길 바랐습니다.

"태양" 공연사진 |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인류 '큐리오'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녹스 살인 사건이 발생 한 후 강제로 10년 동안 봉쇄가 이뤄진다. 오래도록 고쳐 입은 넝마를 걸친 그들의 외견은 그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유경오)
"태양" 공연사진 |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인류 '큐리오'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녹스 살인 사건이 발생 한 후 강제로 10년 동안 봉쇄가 이뤄진다. 오래도록 고쳐 입은 넝마를 걸친 그들의 외견은 그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유경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가지 완전히 상반된 장르의 연극을 한 공간에 붙여내는 작업은 배우는 물론 디자이너에게도 숙제였습니다. 녹스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작업했고 40년간 뒤처져 살았던데다가 10년 동안 봉쇄되어 물밖에 얻을 수 없는 미치지 않고서는 살기 어려웠을 마을에서 살아온 큐리오는 낡음 이상의 처절한 남루함이 필요했습니다.

무대 공간은 재해가 지나가고 난 뒤 파도를 따라 쓸려온 쓰레기 더미를 떠올렸습니다. 폭격으로 인해 뜯겨 나간 고층 빌딩을 상상하기도 했고요. 멀쩡했던 하나의 세계가 여전히 멀쩡한 부분과 무참히 뜯겨 나간 부분이 합성사진처럼 붙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무대디자이너와 상의 끝에 자유로운 공간사용을 위해 아래를 비우고 세계를 뒤집어 보기로 했고 공간 활용과 작품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도 의도한 대로 잘 설계된 것 같습니다.

"태양" 공연사진 | 스스로를 밤의 인간이라 부르는 '녹스'는 감염자 중 항체가 생긴 사람들로 우월한 신체와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진 신인류로 부상하며 정치, 경제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그들은 태양 아래서는 살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바람에도 절대 나부끼치 않게 단단히 고정된 머리카락과 화려한 외견은 그들의 생활 뿐 아니라 성격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사진=유경오)
"태양" 공연사진 | 스스로를 밤의 인간이라 부르는 '녹스'는 감염자 중 항체가 생긴 사람들로 우월한 신체와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진 신인류로 부상하며 정치, 경제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그들은 태양 아래서는 살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바람에도 절대 나부끼치 않게 단단히 고정된 머리카락과 화려한 외견은 그들의 생활 뿐 아니라 성격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사진=유경오

연출님의 작품들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손끝부터 발끝까지 허투루 움직이지 않는 흐름에 항상 감탄을 금치 않도록 만듭니다. 대사와 시선의 흐름까지 잡으며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보이기까지 배우들의 연기 톤을 어떻게 잡아가는지 궁금합니다.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은 항상 어렵고 두렵지만, 꾸준히 시간을 보내는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게 연극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을 보낸 만큼 낯선 원리들이 오히려 무기가 되어 더욱 큰 자유를 얻게 되고 배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유로움은 극을 훨씬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가두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 가보고 최대한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동물에게서 찾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서 찾아오기도 하며 연습실에서 부단히 많은 시도를 해봅니다. 그런 시도들과 순간들을 재산으로 하나씩 정리해가고 또 새롭게 조합해 가면서 인물을 단순화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찾아갑니다. 큰 신뢰를 바탕으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연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배우들은 힘들어하고….)

코로나로 쉽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차기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제 코로나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극장 문이 닫히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참여 인원 중에 원치 않게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동선이 겹치는 불행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적은 인원이지만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정된 확정된 차기작은 없습니다.

마에카와 토모히로가 쓰고 이홍이 작가가 번안한 소설 ‘태양’은 지난달 23일 알마에서 출간되어 무대에서 느끼는 매력과 또 다른 매력을 만나 볼 수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는 두산아트센터, ‘웰메이드 연극의 메카’를 지향하는 경기아트센터와 경기도극단이 공동 기획·제작하며 새로운 실험을 다양한 형식으로 지원받아 제작된 연극 “태양”은 관객과의 예술적 교감을 고양시키며, 그들이 만들어 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한껏 끌어내고 있다.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작품들을 응원하고 있는 그들의 발걸음이 오래도록 그리고 좀 더 많은 곳에서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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