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세종" 무대사진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무대사진_컴퓨터 서체에 익숙한 우리에게 한글은 네모반듯하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글꼴 디자이너 안상수는 근대가 규정한 정사각형 틀의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한글 창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연극 “소년 세종-가나다라의 비밀”이 10월 9일 한글날을 기념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엽합회가 주최하고 극단 모시는 사람이 주관하여 제작·공연되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이번 작품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극화하여 어린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세종대왕의 한글 사랑을 마음속에 새기고 이어받는 연극으로 언제나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고운 정서로 그려내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대표 김정숙이 쓰고 연출한 2021년 신작이다.

"소년 세종" 공연사진_이야기꾸니(박은미)는 톡 내용을 바로 알아듣지 못한다. 물론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단축어나 신조어가 모두가 맞다고는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왜 신조어가 생겨났는지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 이상하다고 여길 필요가 있을까?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공연사진_이야기꾸니(박은미)는 톡 내용을 바로 알아듣지 못한다. 물론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단축어나 신조어가 모두가 맞다고는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왜 신조어가 생겨났는지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 이상하다고 여길 필요가 있을까? /(사진=Aejin Kwoun)

조선 초기 대표적인 성군이며 학자이기도 했던 왕으로만 알려진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 책을 너무 많이 보아서 눈이 나빠진 소년 세종과 이를 염려하는 아버지 태종의 이야기는 작품을 함께 하는 오늘날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창제 당시와 달리 대한민국 모두가 당연하게 쓰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요즘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매체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쓰이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는 한글 창제 이야기이다. 이번 공연은 국어문화원엽합회의 ‘한글주간 문화예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소년 세종"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공연사진_책만 보는 소년시절의 세종(오명준)을 위해 아버지 태종(고훈목)은 '사람책' 공부를 위해서 저자거리로 내보낸다. 공연을 보며 요즘도 '책벌레'라는 말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사진=Aejin Kwoun)

우리 한글뿐만 아니라 세종대왕 시대 옛사람들의 모습을, 배우들을 통해 듣고 배우는 우리말 교육으로 기획된 이번 작품은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단원들의 끈끈한 호흡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한글 창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또한, 한글 하나하나에 새겨진 백성을 어여삐 여긴 세종대왕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는 어린이 연극이지만 어린이가 아닌 이들이 보아도 한글의 여러 의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년 세종" 공연사진_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핍박받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켜본 소년 세종은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쉽게 배울수 있는 우리말을 만들기로 한다.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공연사진_양반(조현겸), 세종(오명준), 올돌아버지(안중현), 정온돌(조민수) |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핍박받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켜본 소년 세종은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쉽게 배울수 있는 우리말을 만들기로 한다. /(사진=Aejin Kwoun)

2005년 국어기본법이 시행되어 공공기관과 언론에서 자주 쓰는 외국어 3579개에 대해 쉬운 우리말 대체어와 다양한 용례를 펴내며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일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문서와 언론의 기사들은 한문을 비롯하여 외래어가 난무하고 있다. 물론 한자어나 외래어라 할지라도 우리말로 풀어쓰기 어려운 예도 있으며, 사전에는 없지만 일상적으로 의미전달이 용이한 신조어의 경우 세대충돌이라는 한 면만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 중 하나인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 한국에서 나온 단어 26개가 새로 실렸다. 누나(noona), 오빠(oppa), 언니(unni) 뿐 아니라 한류(hallyu), 먹방(mukbang), 스킨십(skinship) 등의 단어가 사전에 실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소년 세종" 공연사진_세종(오명준), 최만리(박주용) | 왕이 된 소년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만들지만 사대사상에 젖어있는 한자파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조선 전기의 명신으로 청백리에 녹선되었던 최만리는 오랫동안 집현전에 몸을 담고 고제 연구 및 적용에 주력하며 한글 창제에 대한 반대상소를 올렸다. 그리고 지나친 반발로 세종의 노여움을 사 의금부에 갇히기도 하였다.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공연사진_세종(오명준), 최만리(박주용) | 왕이 된 소년 세종은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만들지만 사대사상에 젖어있는 한자파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조선 전기의 명신으로 청백리에 녹선되었던 최만리는 오랫동안 집현전에 몸을 담고 고제 연구 및 적용에 주력하며 한글 창제에 대한 반대상소를 올렸다. 그리고 지나친 반발로 세종의 노여움을 사 의금부에 갇히기도 하였다. /(사진=Aejin Kwoun)

그뿐만 아니라 특정 무리를 차별하고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편협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대체 단어를 제안하는 것은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다. ‘맘스스테이션’이 육아는 엄마의 몫임을 암시하고 있기에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임을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접하고 익힐 수 있는 발단으로 이번 작품 같은 공연이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인식의 변화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도록 딱딱한 수업보다 한 편의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소년 세종"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소년 세종" 공연사진 | '백성(民)을 가르치는(訓) 바른(正) 소리(音)'라는 뜻으로 독창적이며 쓰기 편한 28자의 소리글자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사용법이 기록되어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미대사의 일화에 대한 이야기도 무대에서 만나보고 싶다.  /(사진=Aejin Kwoun)

향후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현재 추진 중인 ‘학교극장’ 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작품을 비롯하여 한글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벙어리장갑’, ‘유모차’ 등의 단어들을 많은 이들이 대체할 수 있는 쓰기 편하고 아름다운 다른 우리말에 대한 많은 고민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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