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망언 논란, 아무리 국힘이 전두환 신군부 '민주정의당' 후신이라지만…
[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찬양'으로 불릴 법한 발언을 하며 또 구설수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의 전신이 아무리 전두환 신군부가 창당한 민주정의당이라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전두환씨에 대한 언급은 '5.18 북한군 개입' 유언비어에 동조하는 일부 극성세력 정도만 제외하면 거의 없을 정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은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 분(전두환)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일을)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전두환이 마치 인사는 잘했다고 표현한 셈이다.
그러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라는 집단은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 군내 핵심요직은 물론, 안기부장(현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핵심요직들에 줄줄이 기용됐다. 아니면 민주정의당에 입당해 금뱃지를 달거나 주요 장관직, 혹은 공기업 사장직에 앉았다.
오죽하면 전두환 정권 초기 최고의 실세라고 불리던 쓰리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 중 두 사람(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은 하나회 출신으로 전두환의 군사반란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들이다. 그만큼 권력을 자기 패거리들이 '나눠먹기'하던 대표적 시대가 바로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다. 그럼에도 전두환이 적재적소에 인사를 잘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언론통폐합 이후 '땡전뉴스(무조건 뉴스의 첫 소식은 전두환 동향)', 그리고 모든 언론사의 편집국장 노릇을 하며 매일 내렸던 '보도지침' 등이 전두환 정권 당시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문화산업에도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며 발전을 크게 저해시켰다.
아울러 삼청교육대에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보내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사'를 당했다. 또 삼청교육을 받고 나서도 근로봉사라는 명목으로 각 부대에 보내져 강제 노동을 당한 이들도 상당하다. 보호감호로 대표되는 '사회보호법'도 악명 높은 법안이었다. 시민에게 '인권'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이며, 일하는 사람의 권리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기다.
또 박정희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간첩조작' 사건들도 수없이 일어났으며,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평화의 댐'과 같은 대국민 사기극까지 치던 시기다. 북한이 금강산댐 물을 방류하면 63빌딩이 절반이나 잠긴다는 등, 서울 전체가 물바다 될 것이라며 사기를 쳤고 대대적 강제 모금운동을 벌였다.
전두환 본인에게 정치자금을 잘 바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자표 고무신' '프로스펙스' 신화를 일궜던 '국제그룹'을 하루아침에 해체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원조 격인 '일해재단' 사례도 꼽을 수 있다. 전두환 가족과 측근의 각종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다.
'전두환 때 경제는 좋았다'라고 하는 여론은 분명 있다. 박정희 정권 때 두 자리수에 육박하던 물가상승률을 잡았고 성장률도 비교적 괜찮게 나왔으나 빈부격차는 여전했다. 또 경제호황의 주된 요인은 85년 '플라자 합의'에서 비롯된 '3저 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이다. 빈부격차가 줄어들었던 것은 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상승해서다.
국민의힘에서 '박정희 찬양'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전두환·노태우씨를 두둔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윤석열 전 총장이 또 사고를 친 셈이다. 국민의힘 회의실에 걸린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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