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고도성장기와 현재 비교는 어불성설, 지금처럼 '최저임금' 보장도 없던 '인권 말살' 시기
[ 고승은 기자 ] = 박근혜의 최측근이었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두환 옹호' 구설에 휩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이른바 '지원사격'에 나섰다. 전두환 정권 당시 학교 졸업하면 취직은 잘 됐고, 아파트 당첨도 잘 되는 등 이른바 '희망이 있는 시기'라고 얘기한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학 입학 후 백골단한테 곤봉 맞아가며 대학 다녔기 때문에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전두환 정권 같은 게 다시 등장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당시 젊은이들은 학교 졸업하면 취직은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누구든 주택청약 저축이나 예금에 가입하면 아파트 당첨도 쉬웠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선 희망이 좌절된 시기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건 호남분들도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강변해 '전두환 옹호'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른바 '인권'이 말살된 군사독재를 두둔하는 매우 수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나 다름없어, 여야 모두에게 맹폭을 받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대학 졸업하면 취직은 쉽게 할 수 있었고, 또 아파트도 어렵지 않게 분양받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으로서 고도성장이 당연시됐던 80년대와 현재 선진국으로 접어든 2020년대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60~80년대 당시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고도성장을 했다. 군사독재정권 시기엔 국가경제 규모 사이즈가 당시엔 지금과 달리 매우 작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80년대 당시 고도성장기에는 대졸자의 경우 학점이 어떻든 대기업에 무난히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졸자 수는 지금과 달리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이른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이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수였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당시 대부분의 청년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던 시기다.
당시엔 지금과 같이 '최저임금'이라는 제도(88년 도입)조차도 없어, 사실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던 사회다. 공장에서 손발이 잘리는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도 보상받을 길은 없었고, 사회 전체가 인권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시기다. 군사독재정권 내내 일부 기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많은 것을 정권에 강요당하고, 또 통제 당하고 억압 당해야만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그의 과거 발언과도 결이 맞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경북도당위원장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경북 출신의 위대한 박정희, 그리고 오늘날까지 나라를 이끌어온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당이 배출한 우리의 지도자란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이 박탈된 이들도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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