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금호미술관 개인전...시촉각 몸성 강조 작업
물감덩이 점토놀이하듯...장자의 유(遊)적 공간 떠올려

온 몸으로 감성의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는 권기자 작가<조영하 사진작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작가는 붓으로 물감을 칠하는 회화의 기본 방식마저 내려 놓았다. 물감이라는 물성이 자연스레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게 부축만 하는 위치에 머문다. 캔버스에 물감을 흘리는 작업으로 다양한 색의 레이어를 쌓아 작업하던 작가는 어느때부턴가 바닥에 떨어져 굳어져 가는 물감들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들을 주워 통에 넣어 굳혔다. 물감을 흘리는 대신 그 굳어진 물감덩이를 칼로 잘라 캔버스에 붙여 나갔다. 물감을 흘리는 대신 물감 덩이를 붙여가는 작업으로 전환을 한 것이다. 시각과 손의 촉각을 하나되게 하늠 권기자 작가의 작업방식이다. 24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갖는 개인전 '물감의 층리, 시간을 조형하다'의 타이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시간의 축적 <조영하 사진작가>
시간의 축적<조영하 사진작가>

물감 덩어리들을 예리한 칼로 잘라 만들어진 입체단면의 반복적 패턴은 미묘한 색상의 오케스트라다. 작가는 색덩이 점토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작업을 즐긴다.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지요. 물감덩이도 캔버스도 나와 하나되는 무아지경이라 할 수 있지요.”

그의 작업은 장자(莊子)의 ‘유(遊)적인 환상의 공간’을 떠올리게 해준다. 무엇에도 구애됨이 없이 내면의 세계에서 노닐고자 하는 유심(唯心)의 미적인 세계다. 만물과 소통하는 폭넓은 자아상을 내포한다.

시간의 축적<조영하 사진작가>
시간의 축적 <조영하 사진작가>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의 환상 공간이 갖는 해방적 기능이라 할 수 있어요.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의미의 공간이지요.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 그대로의 원형적 본성에 충실한, 어린아이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항구를 떠나 일체의 자율권을 행사하며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선박같이 너른 감성의 바다에 자신을 맡기고 싶다.

“붓질로 어떤형상에도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내 몸인 손으로 무한의 ‘감성 바다’를 항해하려 합니다.”

시간의 축적 <조영하 사진작가>
시간의 축적 <조영하 사진작가>

그의 작품은 인생의 바다위 희노애락의 궤적일 수 있다. 스스로 흘러, 때론 풍랑에 지치기도 하고 때론 낯선 항구에서 설렘을 맛보기도 한다. 노(붓)없는 그의 그림 항해가 험난할 수 있지만 파도가 그를 멀고 깊은 바다로 데려다 줄 것이다. 향후 그의 화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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