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아름답게 보고 살까요? 아니면 인생을 고해(苦海)로 보고 살까요? 보는 각도에 따라서 같은 인생을 누구는 행복할 것이고, 누구는 고락(苦樂)이 반반이라 할 것이며, 누구는 괴로운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소리 없이 떠나 갈 것입니다.

지난 10월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똑같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 구테타를 일으켜 전두환 씨에 이어 대통령을 역임 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은 참회하고 반성하며,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 했습니다. 부정축재로 모은 전 재산을 국가에 자진반납을 했고, 자식이 대신 광주에 내려가 사죄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그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 무간지옥에서 허덕이니 너무 대비되는 인생이 아닌가요? 전두환 씨는 29만원이 전 재산이라고 억지를 쓰며 아귀 같은 탐욕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18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며,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꿈’을 갖습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보다 나은 단계로 끌어올리기를 갈망하게 되지요. 그러나 꿈을 지닌다 해서 모두가 현실로 이루어질 수는 없지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뤄 인생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지난날을 참회하고 나머지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인생은 어떤 것일까요? 어떤 사람이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습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지요.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동네 커피 전문점 에 들어가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오던 중 유리문 에 살짝 부딪혔습니다. 순간 종이 컵 뚜껑이 제대로 안 닫혔던지 커피가 반쯤 쏟아져 버렸네요. 화가 난 그 사람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커피를 반이나 쏟게 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종이컵 뚜껑을 잘못 닫은 그 청년직원은 어눌한 발음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요.

그때 커피 나왔다는 신호의 진동 벨이 앞좌석 에서 울렸습니다. 앞좌석의 아주머니가 커피를 받아서 내게 건네며 제게 하는 말이 “카페라테예요. 저는 커피를 좋아 하지 않아서 늘 남겨요. 그거 제가 마실 게요. 우리 바꿔 마셔요.” 그 아주머니가 손에 쥐여 준 그분 몫의 카페라테를 들고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었지요.

그 후, 그는 커피 집에 들를 때 마다 문득 문득 그 커피 전문점에서의 상황이 마음속에 늘 그늘로 남아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들르는 그 커피 집에는 낯선 청년이 새로 와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행동이 느리고 말이 어눌했습니다.

순간 그 청년을 채용 해 준 회사가 몹시 고마웠습니다. 그건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눈부신 날개를 달아 주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우리의 시선을 빼앗은 또 한 사람.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 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 아주 머니는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있었지요. 아주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말입니다. 청년의 어머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발달 장애인 아들의 첫 직장에서 그 아들을 지켜보는 심정이 어쨌을까요? 초조하고 불안하고 흐뭇하고 감사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순간 그는 그 아주머니를 안심 시켜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여기 단골인데요, 너무 걱정마세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 다 착하고 좋아요. 아드님도 잘 할 거예요.” 그 아주머니 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보고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삶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서로 어깨를 내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몫인 온전한 카페라테를 내어 준 아주머니. 코로나19로 인해 몇 개월간 집에 못 들어가서 보고 싶은 어린 딸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도 울지 않는 간호사.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한 사람 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소방관 아저씨,

장사 안 되는 동네 입구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살 때, 제일 볼품없는 것만 골라 넣는 퇴근길의 영이 아버지. 마스크를 서너 개씩 여분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말없이 내미는 준호 할머니, 이렇듯 참으로 많은 보통사람들이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감사하고 베풀며 살아 갈수 있을까요? 남은 인생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세상에 어깨를 내어 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어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 장(國家葬)으로 치른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국가 장은커녕 회한의 눈물만 흘릴 것 같네요.

어떻습니까? 어차피 사는 한 평생 우리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 평범한 이웃들처럼 이렇게 넉넉하고 후덕한 심성으로 한갓 미물까지도 배려하면서 살아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0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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