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지은 이들 '석고대죄'조차 없는데, 용서·화해 '어불성설'인 이유

[ 고승은 기자 ] = 전두환·노태우씨가 주도한 12.12 군사반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이 노태우씨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노태우씨 유족이 노씨를 대신해 전한 '간접 사과'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허화평 전 의원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태우씨 빈소를 조문한 뒤 ‘노태우씨가 아들을 통해 5·18 유족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사과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이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나한테 얘기해봐야 대답 나올 게 없다"며 역시 회피했다.

전두환·노태우씨가 주도한 12.12 군사반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이 노태우씨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허화평 전 의원은 군사반란을 기획하고 설계한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노태우씨가 주도한 12.12 군사반란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이 노태우씨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허화평 전 의원은 군사반란을 기획하고 설계한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노태우씨의 육사 후배이자 군내 사조직 '하나회' 소속이기도 했던 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은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과 인사처장을 각각 맡았었다. 

이들은 전두환씨의 '핵심 브레인'으로 당시 활동했으며, 허화평 전 의원의 경우 군사반란을 기획하고 설계한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즉 박정희 5.16 군사반란을 설계한 이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로 꼽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 두 사람과 언론통폐합을 주도했던 '조선일보' 출신인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 셋을 묶어 '쓰리 허'라고 불리곤 했고, 전두환 정권 초기 이들 3인은 '실세'로 불리웠다. 

허화평·허삼수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 95년 전두환·노태우씨 등과 함께 기소됐으며 군사반란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8년, 6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복역했다. 이들은 2년여를 감옥에서 보내다가 97년 정권교체기 당시 전두환·노태우씨 등과 함께 석방됐다. 

5.18 묘역을 참배하며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던 노태우씨의 장남 노재헌 변호사. 그러나 정작 노태우씨 장례위원에 유족 추천으로 허화평·허삼수씨 등을 올린 데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5.18 묘역을 참배하며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던 노태우씨의 장남 노재헌 변호사. 그러나 정작 노태우씨 장례위원에 유족 추천으로 허화평·허삼수씨 등을 올린 데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데 적극 가담한 점,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과 관련해 여전히 최소한의 사죄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들을 포함한 정호용·이학봉·장세동·박희도·최세창·황영시 등 군사반란 가담자로 형이 확정된 전직 장성들은 지난 2014년엔 ‘내란·반란죄로 받지 못한 군인연금을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뻔뻔함도 보여준 바 있다.

그럼에도 노태우씨 유족 측이 이들을 국가장 장례위원에 추천했다는 것으로, 노태우씨 아들이자 상주인 노재헌 변호사가 5.18 유족과 피해자들에 사과한 것이나 노씨의 유언이라고 밝힌 내용들은 그저 눈속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노태우씨는 생전 자신의 죄과에 대해 본인 입으로 직접 사죄한 적 없으며, 회고록에서도 역시 책임회피로 일관한 바 있다.

이미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진압,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 등이 인정되며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노태우씨를 '국가장'으로 대우한다는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데, 이후에도 구설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노태우씨를 '국가장'으로 대우한다는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데, 이후에도 구설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9일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노태우 국가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노태우씨를 '국가장'으로 대우한다는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데, 이후에도 구설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9일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노태우 국가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결국 죄를 지은 자의 '석고대죄'없이 용서와 화해를 한다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끝까지 '단죄·응징'해야 정당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훗날 범죄를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다. 

한편 이번 장례위원회에는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방송언론계와 노태우씨 유족이 추천한 인사 등 총 352명이 포함됐다. 장례위원에는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웠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태우 정권에서 총무처 장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 등도 포함됐다. 

노태우씨 국가장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유해는 경기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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