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수 시간·가격 일치 '수상한 통정매매' 포착
검찰, 도이치모터스 전 임원 상대로 조사..주가조작 권오수 회장 주도 판단, 곧 소환
'짜고 친 매매' 의심..대량의 '거짓' 매도주문 의혹 추궁

[정현숙 기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 간에 ‘통정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관련자들이 이달 19일 첫 재판을 받는다.

통정매매란 거래를 합의한 두 사람이 주식의 수량, 시기, 가격을 사전에 정해놓고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통상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시세조종’ 행위라는 점에서 불법으로 파악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이른바 주식시장 '선수' 이모씨(홍준표 후보가 토론회서 말한 이정필씨) 등과 결탁해 주가를 조작하고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주가조작의 밑천을 댄 세칭 '전주'로 참여했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이번에 김씨의 모친 최은순씨까지 관련된 것이 드러났다.

2일 '서울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은순씨의 계좌 관리를 담당한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전 임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한편, 최종적으로 김건희씨를 불러 사건을 마무리 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잠적한 이씨는 주식시장 '선수'로 통하던 인물로 2010~2011년 권오수 회장과 결탁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에 가담한 김모씨와 또다른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지난달 31일 도이치모터스에서 재무관리본부 임원을 지낸 염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염씨는 윤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와 2010년 9월~2011년 초까지 수십 차례에 같은 IP에서 주식계좌에 접속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김건희씨가 계좌 관리를 맡겼던 주식 선수 이정필씨(현재 도주 중) 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염씨를 상대로 김씨 모녀 간 통정매매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은순씨 모녀가 장내에서 동일 시간·가격에 서로의 주식을 사고 판 거래 흔적을 발견했고, 이 과정에서 염씨가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염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계, 매매 시점 등을 봤을 때 ‘짜고 친 매매’가 의심된다는 검찰의 지적에 “당시에는 몰랐지만 사후적으론 의심이 된다”라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염씨가 최씨의 계좌와 동일한 IP에서 접속하기 시작한 2010년 9월 중 거래량이 갑자기 급증한 점을 주목하면서 ‘허수주문’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의 거짓 매도주문을 내 일반인의 매도세를 유인한 후 저가에 주식을 사들인 게 아니냐는 취지다. 당시 9월 1~13일 도이치모터스의 거래량은 20만주를 밑돌았으나 14일 거래량은 32만5,743주로 급증했고, 같은 날 주가는 8.82% 하락했다.

이외에 검찰은 염씨에게 현재 잠적 중인 이정필씨와의 관계, 도이치모터스에서의 역할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장모 최은씨 측 변호인은 “최씨는 염씨라는 사람의 존재 자제를 알지 못한다”라며 “검찰에서도 관련 자료 제출 요구도 한 번 한 적이 없다”라고 강변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권 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내는 대로 김건희씨를 부른 뒤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권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주가 부양을 위해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주가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에 '선수'로 가담했다가 구속기소된 이모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권 회장을 실질적인 '몸통'으로 파악했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5일 열린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1대 1 토론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하나 있었다고 SNS를 통해 알렸다. 그는 홍 후보나 윤 후보나 검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빠른 정보 취득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에서 홍 후보가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부인 김건희와 주식 선수로 알려진 이정필씨 사이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부인 김씨가 '골드만삭스 출신'이라는 이씨에게 '주식 계좌의 아이디'와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권한'을 4개월 동안 줬다. 심지어 그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사실까지 털어놨다.

심 기자는 이를 두고 "뉴스타파가 지난해 2월 처음 보도한 경찰 내사보고서의 한 부분이 처음으로, 당사자의 시인에 의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며 "실체 파악을 위한 매우 중요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이런 사실을 선제적으로 시인한 것은 아마도, 모종의 경로를 통해 (검찰 또는 이씨를 통해) 검찰 조사에서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을 보고받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차피 검찰 수사 발표에서 공개될 내용이니 미리 김을 뺀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그랬듯, '전혀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사실'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짚었다.  

그는 "김건희가 '주가조작 선수'였던 이씨에게 계좌를 맡기고 도이치 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것은 이제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이제 문제는 두 가지다. 실제로 주가조작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랬다면 김건희와 이씨의 공모가 있었는가. 첫 번째 문제, 주가 조작이 있었는가는 이미 영장이 발부된 점으로 미루어 아마도 '있었다'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 홍 후보는 주가조작 의심을 벗으려면 김건희씨의 신한증권 거래 내역만 공개하면 간단하다면서 윤 후보에게 공개를 압박했다. 이에 공개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윤 후보는 며칠 후 주식시세 조종이 있었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통장 거래명세를 공개하면서 또 '꼼수'를 썼다는 비아냥만 쏟아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뒷거래 정황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모의했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해 4월 김건희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약 1년 7개월 만에 결말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윤 후보가 경쟁주자 홍 후보를 제치고 11월 5일 제1야당의 대선주자로 낙점될 경우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과연 공정성을 담보로 할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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