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빛이 되는 동명마을 만들기’ 비전 설정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자리한 동명하우스(청년다락) 모습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자리한 동명하우스(청년다락) 모습

[광주=뉴스프리존] 김영만 기자 = 광주시 동구 동명동이 광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촌(富村)으로 불리던 동명동은 옛 전남도청 이전으로 낙후된 구도심 주택가로 활력을 잃었다. 하지만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옛 정취가 배어 있는 골목과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일명 ‘카페거리’가 조성돼 ‘동리단길(동구의 경리단길 합성어)’로 불리고 있다. 도심공동화 현상에 따라 급속하게 쇠락해가던 동명동이 되살아난 데는 도시재생을 위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자생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변신 꿈꿔

동명동은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변신을 꿈꾸고 있다. 2013년 무렵만 해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주택재개발 대신 마을 원형 보존과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을 택한 주민들 덕분이다. 동구는 사업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사업대상 지역(동명동·산수1동 일원)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가 빛이 되는 동명마을 만들기’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동명동이 최종 선정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00억 원을 투입해 4개 단위사업, 8개 세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집수리 지원사업 △도로개설 등 기반시설 정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센터 조성 △주민 역량강화 프로그램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 등을 골자로 마을의 정주 여건 개선과 마을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들이다.

주민 삶의 질 향상 위한 정주 여건 개선

주민들이 모여 살기 좋은 마을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했다. 옛 정취도 좋지만 협소한 골목길과 부족한 기반시설, 노후화된 주거환경은 주민 삶의 질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후화된 77가구의 주택외관(지붕·창호·담장 등)을 정비하는 ‘집수리 지원사업’이다.

협소한 골목길을 확장하는 도로개설사업도 한창이다. 대상지는 협소한 골목길이 많아 화재, 재난 등이 발생하면 응급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현재까지 도로에 편입되는 토지 등에 대한 협의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더불어 상·하수도 정비와 함께 주민숙원사업인 도시가스 인입공사도 병행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향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명어울림센터 및 동명플랫폼 조성

살기 좋은 마을이라면 주민들이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거점공간을 조성해야 하고, 청년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동구는 기존 경로당 건물을 리모델링해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과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동명어울림센터’를 조성, 10월 중순에 정식 개관·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동행벤치사업’을 통해 마을 내 15개소에 벤치를 설치,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을 내 쓰레기를 상습적으로 무단 투기해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텃밭을 주민쉼터로 정비하는 ‘동파크(쌈지공원)’도 지난 9월부터 동행벤치와 함께 주민교류공간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청년창업가와 활동가들의 유입 증가로 ‘동명플랫폼’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방치돼 있던 옛 고시원 건물을 ‘청년둥지’로 조성해 저렴한 임대료의 공유주택으로 운영하고, 인접한 곳에는 다양한 창업가들이 활동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청년다락’이라는 거점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두 곳 모두 11월 중순에 착공, 내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렇듯 기존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외부에서 유입된 청년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거점공간을 조성하면,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동리단길과 연계하는 동명동의 배후지로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까지 문화활동 영역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 빛내는 자생적인 주민들의 노력

주민들의 자생적인 노력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도 동명마을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스스로 모임체를 만들어 동명동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중립 조정기구 역할 뿐 아니라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모범적인 상생공동체를 일궈나가고 있다.

2019년 동명동 상가임대인·임차인, 마을활동가 등으로 결성된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는 광주 자치구 중 최초로 ‘착한 임대료 캠페인’을 실시했다. 둥지내몰림 방지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위기 극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는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동구, 문화전당과 상호협약을 맺고 문화전당 부설주차장을 1시간 무료 개방하고 동리단길 보행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들로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2020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와 동리단길의 상생의 길’ 사례로 대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내년 3월 설립을 목표로 현재 기초교육을 진행 중인 ‘마을관리협동조합’도 주목받고 있다. 이 조합은 재생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개선과 함께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을 유지·관리해 나가는 단체다.

추진 사업이 완료하면 조성된 기반시설 등 운영에 대한 고민이 발생하는데, 조합이 나서 관리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형태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은 10~11월 중 조합원을 모집하고 연말까지 정관 마련 및 사업계획을 수립, 내년 1월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등 절차를 거친 뒤 국토교통부에 설립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간 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주민교육과 제안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 참여기반을 확대해왔다면, 앞으로는 조합을 중심으로 거점시설에 대한 주도적인 관리와 마을 활동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민관협력으로 지역 명소 탈바꿈 기대

옛 마을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길은 주민들의 추억과 사연, 이야기들로 채워진 공간이다. 이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대신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동구청은 수차례의 주민설명회와 의견수렴을 통해 동명동만의 특색 있는 도로환경과 미관 개선을 위한 설계를 마무리했다. 오는 11월부터 △마을 내 골목길을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는 동밖마실길로 △과거 형무소가 있는 주변 도로는 마을이야기길로 △계림오거리~동지교(농장다리) 쪽으로 이어지는 나무전거리를 정비하는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광주시도 동명동이 가지고 있는 지역정체성을 담아 문화전당과 양림역사문화마을, 전일빌딩245를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축으로 조성하는 광주 대표 문화마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23년까지 총사업비 170억 원을 들여 4개 테마거리, 가로환경 정비 등 관광거점 공간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다양한 문화체험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동명동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민·관 협력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거주하기 좋은 마을,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 나아가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동명동으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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