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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그리고 2018년 사이 부끄러운 민주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01.10 00:03
  • 수정 2018.01.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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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 끝에 사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에서 결의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회 도중에도 이한열 열사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6월 10일 예정돼 있던 집회가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시위에 강경 대응했고, 학생들은 명동 성당에 고립됐다. 그러나 6월 26일 100만 시민이 위축돼 있던 학생들을 위해 거리에 나섰다. 결국 6월 29일 전두환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했고, 10월 29일 직선제 개헌이 단행됐다.

▲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

민주주의, 이 한 단어를 위해 대한민국은 무수한 피를 흘렸다. 그러나 역사는 저항한 만큼 자유와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선배들의 저항이 오늘의 자유와 권리를 가져다줬듯, 이제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할 때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떨어지는 과일이 아니다. 우리가 떨어뜨려야 한다.

세월호 선체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이후 국민의 이목은 추후 선체를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계획에 쏠려 있다. 선체 조사 및 보존 후 참사 발생지를 역사교육 장소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이나 재난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곳을 방문해 과거를 반성하는 여행을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목적인 일반적 여행과는 달리 다크투어리즘은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극이 발생했던 역사적 공간을 통해 애도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게 하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다.

국내 다크투어리즘 명소는 대부분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형성됐다. 일제강점기 때 감옥을 보존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제주 4·3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4·3 평화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은 1987년 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발생지로 군사독재에 저항한 열사의 고통과 눈물이 응축된 곳이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이곳은 검은 벽돌과 두꺼운 철제 대문으로 이뤄져 있어 음산한 분위기였다. 5층으로 올라가면 공간지각력을 흐리게 하고자 만들어진 철제 나선형 계단이 불안감을 더한다. 5층엔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열사들을 취조하는 데 사용했던 조사실이 보존돼 있다. 특히 509호는 박 열사가 물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던 공간으로 이곳만 특별히 추모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욕조와 변기가 원형 그대로 존재한다. 4층으로 내려오면 박 열사의 유품과 당시 배경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된 ‘박종철 기념전시실’이 있다. 이곳을 방문한 한 대학생은 “책에서 배우던 역사와는 다른 느낌이었고,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부 국내 다크투어리즘 장소들이 프로그램 활성화 측면에서 미진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일례로 한국전쟁 전투지역이었던 낙동강 부근에서 개최된 ‘호국평화 벨트 조성사업’은 사건을 나열한 일람표와 감상적인 추모 문구만이 적혀 있어, 교훈을 얻기 위한 장소로 충분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많은 다크투어리즘 장소들이 관광에 그치고 있어 다양한 체험과 해설프로그램 도입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또한 희생자들의 희생을 관광 상품으로 변질시킨다며 다크투어리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슬픈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단순한 현장 보존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광객의 동기와 행태에 대한 연구가 병행돼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법적 정의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크투어리즘은 마모돼 가는 기억을 굳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상처로 얼룩진 발자국을 따라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지.

김현태 기자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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