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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원칙에 입각하여 역사문제를 다루어 나가야
  • 안데레사 기자
  • 승인 2018.01.10 09:16
  • 수정 2018.01.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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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의 아픔을 함께하는 소녀상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종로구에 있는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힘겨운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불가역적으로 합의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직도 위안부 성폭력 피해 할머니들은 노구를 이끌고 매 주 수요일 마다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위로금 명목으로 10만엔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진정성이 있는 사과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와 진정성 있는 위안부 성폭력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보상을 위해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청년들이 한 여름에서 이 겨울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시청률 20%의 고지를 넘기며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알츠 하이머 판정을 받은 아버지 서재혁이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가해자로 누명을 쓰면서 이야기가 시 작된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재벌 2세 남규만 사장이다. 돈과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그 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서재혁을 살인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서재혁 의 아들 서진우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리 고 확신하고 있는 ‘진실’ 하나를 위해 그는 자신의 인생을 그 ‘진실’에 바치는 것이다. 결국 진실은 승 리했고 끈질긴 사투 끝에 서재혁은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꼭 기억해야 할, 지켜내야 할 진실이 하나 있다.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5일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임 할머니는 열세살 때 공장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에 강제 동원돼 만주에서 끔찍한 성노예 생활을 하셨다”며 “해방 후 남한으로 돌아왔으나 위안소에서의 피해로 얻은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임 할머니는 새해 들어 별세한 첫 위안부 피해자이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숨진 16번째 위안부 피해자다. 이로써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31명으로 줄었다.

이렇게 역사의 산 증인이신 피해자 할머니들 이 모두 돌아가신다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처럼 그들을 그리고 진실을 잊을까 두렵다. 지난 정부는 역사인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더욱 두려운것은 올해 교과서를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국정 사회교과서에 는 위안부 사진과 용어가 삭제된다고 한다. 실험본 교과서에는 있었던 ‘위안부’와 ‘성 노예’라는 표현 이 삭제되고, 구체적이지 않은 서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지난 정부는 이미 알츠하이머에 걸려버 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진실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던 서진우처럼, 지금 이 순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 의 진실을 기억하기 위한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 화 <귀향>은 시민들의 후원과 재능기부 등을 통해 13년 만에 개봉되기도 했다. 7만 5,000여명의 후원 인들이 12억여원이라는 성금을 모아 만들어졌다. 무관심 속에 뼈아픈 역사가 잊혀질까 직접 나서 홍 보 현수막을 제작하고 관람을 독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은 소녀상 옆에 자리를 펴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 1.9일 조치를 발표하는 강경화외교부장관 ⓒ뉴스프리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12·28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나 개점휴업 상태인 화해·치유재단(재단) 운영에 대한 후속 조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사실상 12·28 합의의 이행을 중단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 장관은 다만 최종적인 처리 방침을 유보하고 ‘피해자 명예회복 등 관련 일본 정부의 자발적 노력과 사과’를 언급함으로써 일단 일본 쪽에 공을 넘기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지원을 위해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한 것을 ‘합의 미이행’ 움직임으로 보고 반발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도쿄와 서울의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위안부 합의에 대해 “1㎜도 움직일 생각은 없으며 이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이 12·28 합의에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12·28 합의의 절차적·내용적 중대한 흠결’을 인정하자 한국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거나 일본 쪽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파기나 재협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으로, 정부도 현실성이 낮은 방법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12·28 합의에 따라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합의 무력화’ 등 전혀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정부 예산은 예비비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재단은 피해자 지원금 등으로 출연금 가운데 4억엔을 지급한 상태다. 정부가 굳이 출연금과 별도로 같은 금액(10억엔)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본에 10억엔을 돌려주거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기금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조처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 논의된 대로 기금을 은행에 예탁하거나 제3의 기관에 공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최종 처리 방침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일본과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든 것이 쉽게 잊히는 세상 속에서 위안부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기억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진실을 지켜내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길원옥 할머니의 필체로 서 울도서관에 걸린 '나를 잊으셨나요' 문구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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