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판문점= 유병수, 김현태기자] 미국 정부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것을 공식 환영했다. 남북은 9일 판문점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선언 존중 등 3가지의 실질적인 결실을 맺는 한편 2년간 지속됐던 남북관계의 단절 상황을 정상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필요한 조치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고위급 회담을 이어 가기로 하면서 대화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협의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북측과 이산가족 상봉도 시급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2차 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비핵화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 사진: 공동보도문 교환 -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조명균(왼쪽) 통일부 장관과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미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린 한국과 북한의 회담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전체회의 기조발언부터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는 합의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선생이 평창올림픽부터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시절에 스케이트 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부드러운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을 통해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종식하는 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남북간 대화의 다음 단계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기조발언에서 우리 측은 북측의 평창올림픽 대표단 및 예술단 파견을 희망한다고 밝혔고 공동 입장, 공동 응원 등도 요청했다.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회담 내내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북측의 요구는 모두 반영됐고, 공동 입장 및 공동 문화행사 개최에 대해서도 양측이 의견에 접근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지금까지 남북 선수단은 총 9번 공동 입장했다.

북측은 특정하진 않았지만 편리한 방법으로 대표단이 올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회담 대변인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경로나 방법이라든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 더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측 당국자의 이름이 거론됐는지에 대해 천 차관은 “그러진 않았다”고 소개했다. 미 언론들도 남북회담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좋은 출발로 보면서도 올림픽 참가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평가하는 분위기 이다.

미 행정부가 일단 남북간 대화 결과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비핵화 대화의 성사 여부가 한반도 정세 전환의 핵심적 요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여러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추미애 대표는 사실상 10여 년 만에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뿐 아니라 군사 당국 회담을 열기로 한 것도 큰 성과라며 지금보다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남북 대화 협력의 길을 열어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어제 회담에서 남북 간의 강력한 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이 되고, 이산가족 상봉 등 제안이 받아들여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이날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표명했다. 북핵·미사일 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논의의 틀로 복귀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에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잠시 흥분하며 ‘양심상인’이라는 사자성어에 대해 “두 마음에 도장 찍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좋은 회담에 비핵화 문제를 거론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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