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 12월 5일까지 진행
라이다 센서 기반 후니다 킴 신작...일종의 환경인지장치

후니다 킴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후니다 킴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첨단기술이 미술관에 들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가 12월 5일까지 서울관에서 공개된다. 첨단기술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후니다 킴 신작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이다.

후니다 킴은 첨단기술과 그 기술로 인해 촉발되는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작가는 인간 본연의 감각을 보다 예민하게 만드는 ‘환경인지장치’를 직접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지각 경험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은 청각 기반 환경인지장치를 활용한 작품이다.

데이터스케이프를 장착하고 주행하는 모습(국립현대미술관)
 

환경인지장치는 관람객이 직접 장착하여 소리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는 ‘데이터스케이프(Datascapes)’이다. 자율주행차량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가 활용된다.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360도로 투사하여 반사 지점으로부터 레이저가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한다. 데이터스케이프는 이렇게 반사된 신호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여 송출함으로써 작품을 장착한 사용자가 시각이 아닌 청각을 통해 주변 공간을 인식하게끔 한다.

작가는 청각이 생명체에게 원시적인 감각이자 역설적으로 가장 기계적인 감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청각이라는 지각 시스템이 가지는 특징 즉,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데 가장 빠르고 딜레이가 적은 감각이자, 24시간 작동하는 경보 시스템이며, 360도로 공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라이다 센서 장치의 기계적인 특징과 연결했다.

관람객은 데이터스케이프를 장착하고 미술관 복도를 주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데이터스케이프가 신체의 일부와 같은 보철로서 일시적으로 이식(implant)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식된 장치가 미술관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의 환경인지장치 체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체험시간은 약 15분이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된다.

데이터스케이프 장치 내부(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부터 장르를 확장하고 영역 간 경계를 허무는 다학제, 융복합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을 진행해왔다. 올해 다원예술 프로그램은 ‘멀티버스(다중우주, Multiverse)’를 부제로 가상현실,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 로보틱스와 같은 최신기술이 활용된 예술작품 6점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가상현실(VR) 장비를 활용한 권하윤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 서현석의 ‘X(무심한 연극)’을 보였다.

6월부터 9월에는 안정주/전소정과 김치앤칩스의 작품을 공개했다. 안정주/전소정은 자연, 사물, 기계 사이의 이종적 결합을 주제로 자율주행 드론과 설치, 영상을 활용한 신작 ‘기계 속의 유령’을 선보였다. 김치앤칩스는 빛의 굴절을 최소화하는 대형 거울을 활용한 ‘응시’와 태양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99개의 로보틱 거울들이 물안개로 햇빛을 반사하여 또 다른 태양을 구현하는 ‘헤일로’를 보여주였다. 8월부터 10월에는 정금형 작가가 스스로 로봇을 공부하며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과 기계장치 사이의 관계의 뒤섞임을 다룬 ‘장난감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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