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춘대, 웃음이 만발한 무대올시다!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된 국립정동극장 사람들 앞에 100년 동안 공연장을 지키며 살아온 백년광대와 오방신(극장신)이 찾아와 함께 광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소춘대유희”가 주말 짧은 공연 이후 공연의 내용처럼 공연이 중단되었었다. 하지만 11월 정부의 정책이 변경되어 자가격리 기간이 수정되면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3일간 선물처럼 관객들과 조우하며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소춘대유희” 커튼콜 /(사진=Aejin Kwoun)
“소춘대유희” 커튼콜 /(사진=Aejin Kwoun)
“소춘대유희”  /(사진=Aejin Kwoun)
“소춘대유희” 사진 | 암전 후 본공연이 시작하기 전 배우들이 실제 공연을 준비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 나와 몸을 푸는 것을 보는 것부터 이번 작품의 시작이라면 시작이다. /(사진=Aejin Kwoun)

좌·우측 갤러리 부분을 전체 무대처럼 관객석과 섞여서 사용할 수 있는 2층 객석을 추가해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이머시브 효과를 관객들이 받을 수 있도록 변신한 정동극장의 무대에서 펼쳐진 이번 작품은 조명이 영상이 되기도 하고, 영상이 조명이 되기도 하며 관객들은 100년 전과 현재를 오고 가는 진귀한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극장의 모든 문을 열고 닫는 문왕신(남용우), 무대와 의상과 소품 등 극장의 모든 재물을 지키는 업왕신(박다열), 오방신의 리더이자 대들보 집을 관장하며 지성,개성,경성 극장을 다 지키는 성주신(전준영), 반짝반짝 조명과 그릇을 지키는 조왕신(이기수), 무대와 연습실을 다 지키는 터주신(이정대)은 국립정동극장을 지키는 가신들로 다섯 방위를 관장하여 오방신으로 불린다. 그들이 펼치는 시원시원한 사물놀이와 숙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버나놀이(대접,쟁반,접시를 사용하여 손기술과 회전운동을 기반으로 재주를 부리는 전통연희)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조선말 개화기와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지난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예술인, 광대라 불리며 많은 볼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위로의 메시지를 보낼까? 과거의 광대들은 지금의 후배 광대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까?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순백을 찾아 극장에 돌아온 모두리(조하늘)은 백년광대들을 만나 그들의 춤과 어우러지며 예전의 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자신을 덧입히며 환희의 순간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현대에 공연을 준비하는 극단이 공연리허설을 준비하며 무대 위에서 펼치는 우주가 열리고 성숙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근본을 형상화한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국공연, 승무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정화하기 위해 승려가 양손에 바라(불교음악과 무속음악 대취타에 편성되는 주요 악기)를 들고 추는 바라춤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연극 속 잠시 펼쳐지는 무대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춤사위는 그 순간을 위해 흘렸을 땀방울들을 상상하게 만들어 주었다.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100년 전 백년광대는 너무나 자유롭고 자유롭다.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오방신이 신명 나게 펼치는 사물놀이판과 버나놀이, 산과 물ㆍ새와 풍광이 어우러지는 과거로의 여행, 음양오행과 원형의 의미를 지닌 상모놀이에서 상모의 초리만으로 연출된 장면 그리고 복원된 명창의 목소리와 어린 모습으로 부르던 창가는 깊은 여운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현대를 살고 있는 단장과 단원이 백년광대들과 어우러지는 춤판은 놀이판의 매력을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소춘대유희” 공연사진 | 오방신의 놀음과 아이(권별)가 들려주는 '광대가(신재효의 '광대가'를 개사)'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웃음과 감동을 주는 광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그린비, 국립정동극장)

백년광대들과 한 가을 밤의 꿈을 펼치는 작품을 연출한 안경모 연출은 “과거 선배 예인들은 악가무희극을 온몸으로 담은 종합예능인이었습니다. 후배 예인들이 안기에는 참으로 넓고 큽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부담이 크지만 웃으며 먼 길을 찬찬히 딛고자 했습니다.”라고 작품을 준비하며 느꼈을 부담감을 이야기하였지만, 처음 시도하는 무대 위 연출은 그 자체로 충분하였다.

“소춘대유희” 커튼콜 | /(사진=Aejin Kwoun)
“소춘대유희” 사진 | 조선 제일의 소리꾼 이동백은 근대 오명창 중 한 사람으로, 중고제의 명창이다. 소리꾼으로서는 유일하게 성상품의 벼슬을 받고 국창으로 칭송되었다. 가장 독창적인 소리꾼으로 특히 고음의 가성으로 새울음 소리를 표현한 '새타령'은 독보적인 절창으로 알려져 있다. 원각사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정동극장에 세워진 기념조형물이 무대 위로 살아 돌라온 듯한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Aejin Kwoun)

오감으로 느끼는 백 년의 유쾌함이 가득한 작품 “소춘대유희”는 시공간의 움직임을 경계 없이 담아낸 메타퍼포먼스 공연으로 광대들의 삶 속으로 빠져드는 실감형 콘텐츠이다. 기존 프로시니엄 공연을 벗어나 1902년 협률사를 재현하고 돌아보기 위해 무대 중앙을 가로질러 객석을 이어지는 브릿지가 공연 중간중간 천장에서 내려와 가상의 공간, 시공간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간에 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무대기술로 살아 숨 쉬는 듯한 명창 이동백을 표현하여 무대 위 배우들과 CG로 복원된 100년을 거쳐 간 광대들이 한데 무대에 녹아드는 기묘한 광경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소춘대유희” 커튼콜 | /(사진=Aejin Kwoun)
“소춘대유희” 커튼콜 | 커튼콜까지 신명난 놀이판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은 천생 광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사진=Aejin Kwoun)

한국전통연희를 동시대의 예술로 창작하는 정동예술단은 극 초반 순백처럼 예전에는 전통의 가치를 복원에 두었다면,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포지션 안에 전통을 그려낸 무대 위 작품처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극 중 박춘재의 재담을 인용한 구절 '모르지. 내가 건너온 물은 이미 백리는 가버렸는데 이 물이 깊은지 얕은지 어찌 아나'라는 이야기처럼 안경모 연출은 물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시간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뒤로 흘러갈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물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는 힘든 상황들이지만 뒤로 흘러가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웃음 가득한 행복감을 안겨주는 이번 작품을 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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