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경희궁3길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서 전시

‘세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직조물이다“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M. Merleau-Ponty)는 세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직조물이라 했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의미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모순적인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의 뼈대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안-보이는 것(l'in-visible)은 보이는 것의 은밀한 보완적 상대방이어서, 보이는 것의 내면에서만 나타난다. 이강욱 작가의 보이는 않는 미시와 거시공간,보이는 현상 공간의 관계도 그렇다. 상상이나 과학적 도구가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시화 시키거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런 유기적 관계성을 환시키고 화폭에 풀어내는 것이 이강욱 작가의 작업이다. 미시와 거시세계를 아우르는 가상공간의 창출일 수 있다. 유기적 공간의 신추상이라 하겠다.

“진정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다 본질적이며, 또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다.”

메를로-퐁티는 참된 철학이란 이 같은 세계를 보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라 했다. 예술도 매한가지다.

“세계에는 눈에 보이는 것, 감각으로 촉지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마음이나 사랑, 의미와 가치와 같이 감각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예술은 이런 것들을 환시시키는 것이다.”

17일까지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종로구 경희궁3길)에서 열리는 ‘변화하는 색 Shifting Colors’전은 이강욱 작가가 미시와 거시 세계를 아우르는 가상 공간을 그려낸 작품부터 회화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인 색과 그 구현을 중심으로 작가로서의 미적 행위성을 평면 위에서 극대화한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다.

‘보이지 않는 공간(Invisible Space-image)’연작은 미시계의 공간, 다시 말해 세포나 미립자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세계의 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미시 세계에 주목하면서도 그것의 공간도 특정한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큰 거시 세계의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상기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컬러(color)’에 대한 실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수많은 인간의 감정들을 대변하는 변화무쌍한 색의 스펙트럼을 평면 위에 펼친다.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는 색이나 환경에 따라 상호적인 뉘앙스를 발산하는 색 등을 ,오만가지 톤(tone)으로 해석하면서 흰 캔버스 배경 위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다.

최근의 작품들은 기하학적 형상과 함께 서로 다른 다양한 색채들의 구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구현하는 작가의 신체적 제스처를 중요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스처(The Gesture)’ 연작은 이렇듯 회화의 기본 요소들(Elements)을 본인의 역설적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자 목표로 활용한다. 작가는 수겹의 컬러 톤 레이어를 백색의 공간 위에 구축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 공간을 삼차원의 무한한 거시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내 안의 우주’와 ‘우주 속의 우리’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전시다.

유기적 공간의 신추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욱 작가
유기적 공간의 신추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욱 작가

이강욱 작가(1976년)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영국 런던 첼시 미술대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 이스트 런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동아미술대전 동아미술상 등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현재는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하면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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