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실적'에도 '자기 반성' … CJ '벤처식' 문화 영향 … 바이오 투자 '주목'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CJ 이재현 회장)

CJ 이재현 회장의 '통렬'한 자기 반성 및 CJ의 나아 갈 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전년도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사내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현 회장은 3일, 특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이라는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고, 이를 위해 최고인재 육성과 일 문화 혁신을 최우선 추진한다고 발표한 날, 서두에 CJ의 현재를 정의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CJ 이재현 회장이 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고, 이를 위해 최고인재 육성과 일 문화 혁신을 최우선 추진하는 중기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CJ)
CJ 이재현 회장이 Culture, Platform, Wellness, Sustainability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고, 이를 위해 최고인재 육성과 일 문화 혁신을 최우선 추진하는 중기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CJ)

그는 위 말을 통해 그룹 미래 비전 수립과 실행이 부족했고, 인재확보와 일하는 문화 개선도 미흡했다는 자성(自省)과 함께,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CJ측은 "1995년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을 완성하며 국내 유일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의 최고점에 위치한 회사의 총수의 발언이 자기 반성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석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룹 성장의 정체는 총수의 책임임을 본인이 모르고 한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사실 CJ의 영업실적을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15일 발표한 3분기 영업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25조 20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 5125억 원으로 무려 43.76%, 순이익은 6080억 원으로 8.50% 늘었다. 자칫 잘 하고 있는 중임에도 더 가혹하게 자신을 몰아가는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다)을 위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CJ 3분기 영업실적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 = 뉴스프리존)
CJ 3분기 영업실적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 = 뉴스프리존)

증권사들도 평가가 나쁘지 않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승웅 연구원은 "상장 자회사 중 CJ제일제당과 CJ ENM 실적이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비상장 자회사 실적도 고성장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지난해 받았던 아쉬운 성적표,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이재현 회장의 발언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CJ는 코로나19라는 유래없는 돌발 상황으로 인해 CJ ENM이 역성장을 기록했고,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도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내 외부에서 나왔다.

사실 타 기업에 비하면 CJ는 지난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님에도 위와 같은 분석에 CJ가 아쉬움을 느끼고 자성(自省)하는 이유는 대기업에도 벤처기업과 같은 역동성을 추구하는 CJ의 문화에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온 CJ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기 아니냐는 스스로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의 해석과 별도로 CJ측의 의지는 단호해 보인다.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CJ 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등 계열사들의 대표를 전부 교체한 바 있다.

이같은 CJ의 움직임 중에서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이오다. 실제 CJ측의 발표는 총 10조원이 넘는 투자 중 브랜드, 미래형 혁신기술, AI(인공지능)·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3년간 총 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그보다 바이오에 더 시선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CJ그룹은 위 발표 이후 5일 만인 8일, 네덜란드 바이오 CDMO(바이오 위탁개발 생산)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267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12일에는 국내 고분자 컴파운딩 기업 HDC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기업 천랩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한 것 아니겠느냐는 짐작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매출이 1조 422억 원(1~3분기 누적 2조 7391억 원)을 기록. 식품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와의 확장성이 좋다는 점에서 CJ그룹의 바이오 진출은 이미 주목받고 있다.

식품 유통 업계 관계자는 "CJ의 벤처기업형 성장 포트폴리오는 이미 업계에 잘 알려져 있으며, 바이오 분야 뿐 아니라 문화 분야 등에도 적극적인 진출이 예측된다"며 "이제 시대가 단순히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보다 타 분야와의 협업을 통한 혁신 등에서 성장 동력의 실마리를 잡은 듯 하다"고 평가한 뒤 "오픈 이노베이션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발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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