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 대선후보' 이재명과 단체사진 찍어놓고도, "정치 대범하게 합시다"

[ 고승은 기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참석, e-스포츠 발전 방안으로 국군 내에 ‘상무 e-스포츠단’ 창설을 제안했다. 즉 게이머들이 군복무를 수행하면서도 경력단절을 막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이며, 즉 게임을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보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다. 여기엔 이낙연 경선캠프에서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도 참석했다. 이재명 후보와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단체 기념사진도 남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참석, e-스포츠 발전 방안으로 국군 내에 ‘상무 e-스포츠단’ 창설을 제안했다. 의원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서 참석, e-스포츠 발전 방안으로 국군 내에 ‘상무 e-스포츠단’ 창설을 제안했다. 의원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오영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면, 이재명 후보 관련 언급이 전혀 없으며 특히 이재명 후보와 찍은 단체 사진에서 자신이 나온 부분만 잘라 소개했다는 점이다. 사진엔 이재명 후보의 왼쪽 어깨만 살짝 보일 뿐이다.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며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당의 대선후보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도 고의로 잘라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오영환 의원은 실제 최근 올린 글에서도 이재명 후보나 대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지역구 행사 관련 내용만 올리고 있을 뿐이라 의구심을 더욱 키우는 것이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오영환 의원, 정치를 대범하게 합시다"라며 "당시 상황을 보도한 사진을 보니, 이재명 후보가 들어간 사진을 본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잘라낸 것 같다. 고의가 느껴진다"고 직격헀다. 

오영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면, 이재명 후보 관련 언급이 전혀 없으며 특히 이재명 후보와 찍은 단체 사진에서 자신이 나온 부분만 잘라 소개했다는 점이다. 사진엔 이재명 후보의 왼쪽 어깨만 살짝 보일 뿐이다. 사진=오영환 의원 페이스북
오영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면, 이재명 후보 관련 언급이 전혀 없으며 특히 이재명 후보와 찍은 단체 사진에서 자신이 나온 부분만 잘라 소개했다는 점이다. 사진엔 이재명 후보의 왼쪽 어깨만 살짝 보일 뿐이다. 사진=오영환 의원 페이스북

김용민 이사장은 "끄트머리에 이재명 후보 얼굴 포함시키는 것조차 용납이 안 되나? 이 후보는 그대가 입당한 당의 대선 후보"라고 일갈했다.

오영환 의원은 언급했듯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지금 그의 행동을 보면 금뱃지를 달고 있는 현역 의원 신분임에도, 정권 재창출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는 태도로 읽히기에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원팀'이라는 걸 내세워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한 '용광로' 초대형 대선캠프를 꾸렸지만, 정작 이재명 후보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과 맞물리면서 비난 강도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오영환 의원이 이른바 '초선 5적'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것도 비난의 강도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 초선 의원들은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참패 원인을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돌리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가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샀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 초선 의원들은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참패 원인을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돌리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가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 초선 의원들은 지난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참패 원인을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돌리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가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시점은 지난해 총선보다 한참 전의 일인 만큼 재보궐선거와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 조국 전 장관 때문에 민심이 나빠졌다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했어야 정상임에도 반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당 대표'로 불리던 윤석열 전 총장 휘하의 정치검찰들, 그리고 수구언론과 야당의 공세에 사실상 홀몸으로 맞서 싸우며 검찰개혁 과제에 앞장섰다. 즉 이들이 정부를 흔들지 못하도록 하고, 다른 개혁과제들도 이뤄낼 수 있도록 맞서 싸웠던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과거 당대표로서 정권교체와 지방선거 압승, 당 지지율 고공행진 등에 큰 기여를 했었다.

그러나 '윤석열의 난'에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몸사리기에만 바빴고, 현안에 대한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으며 언론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개혁 법안들 통과시키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여전히 통과조차 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신뢰를 잃은 것이 민심이반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은 그 직전까지 당대표를 맡았고 재보궐선거 선대위원장까지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에게 물어야 지극히 정상이었음에도, 이들 5인방이 도리어 희생한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조중동과 같은 수구언론들에게 물타기할 먹잇감만 제대로 던져줬다. 

오영환 의원은 이낙연 경선캠프에서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오영환 의원은 이낙연 경선캠프에서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수구언론으로부터는 극찬을 받았지만, 정작 이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했던 지지층은 크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초선 5적'이라는 멸칭으로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용광로 선대위' 당장 집어치우라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각 정당의 사활을 건 대선 국면이고 민주당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 분명함에도, 자기 안위와 차기 공천만 생각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다시피하는 무책임한 의원들은 과감하게 선대위에서 솎아냄과 동시에 진짜 열정적으로 일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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