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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독 속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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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독 속의 게
  • 김덕권
  • 승인 2021.11.19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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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안 좋은 습성을 풍자한 속담 중에 ‘독 속의 게’라는 것이 있습니다. 독 속에 게를 풀어 놓으면 서로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발버둥 칩니다. 그러나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합니다. 밑에 있는 게가 올라가는 게를 끊임없이 물고 당겨 떨어뜨리기 때문이지요.

원불교 미국 동부교구 뉴욕교당은 뉴욕 풀러싱에 있습니다. 그 일대가 오래 전에는 한국인이 많이 살아 자리를 잡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야금야금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이제는 거의 중국인촌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중국인 1명이 봇짐을 들고 공항에 내리면 중국인 10명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가게를 낼 수 있게 해 준다고 합니다.

다음번에 다른 중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중국인 11명이 도와서 자리 잡게 하지요. 그런데 한국인은 한명이 이민 오면 10명이 달려 들어서 벗겨 먹는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한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11명이 달려든다는 해외 동포들 사이에 돌던 얘기입니다.

오래 전에 중국 상해에 가 본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상해 거리는 참으로 볼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하이 푸동 지구의 마천루들을 목을 꺾듯이 젖혀 쳐다보면서 한편으로는 배가 아프고, 한편으로는 걱정과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중국이 언제 이런 나라가 되었나요? 어딜 가나 숲을 이루는 저 엄청난 빌딩들! 사소한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과 IT 기술로 움직이는 이 시스템들은 도대체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요? 10여 년 전 그 지저분하던 길거리와 시끄럽던 식당들, 악취에 찌든 화장실과 내의빨래를 걸어놓던 뒷골목은 어디로 갔을까요?

중국은 더 이상 소문을 통해서나 듣던 잠자는 거인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미 중국에 한참 뒤졌다. 돈, 사람, 기술, 그 어느 것에서 우리가 이기는 게 있는가?”라고 한국의 유명인사의 힘없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돈, 사람, 기술뿐만 아니라, 국가적 야망과 활력에서도 우리는 뒤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체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사촌을 대접해 그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넓은 세상 큰 외적과 상대해 이길 생각보다는 같은 업종, 가까운 이웃부터 밟고 올라서려는 못된 버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한참 불이 붙고 있는 대선정국을 살펴보아도 우리는 온통 ‘독 속의 게’ 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모함과 비방, 가짜 여론도 서슴지 않습니다. 몇 년 전 경기도 한 제과점 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고발이 인터넷에 떴습니다. 경쟁 제과점 주인이 벌인 자작극이었지요.

수원 어느 대학 앞 한 건물에 있는 대형 PC방 두 곳이 고객 유치를 놓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전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한쪽이 ‘시간당 요금 500원, 라면 500원’으로 손님을 부르자, 다른 쪽은 ‘시간당 300원, 라면 300원’을 내걸었습니다. 둘은 원래 동업까지 생각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너 죽을 때까지 PC방 요금 무료!’까지 갔습니다. 「성범죄자도 PC방 차리나요?」 이 같은 인신공격 현수막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양쪽 다 적자이고 출혈(出血)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를 끌어 내리는 것이지요. 그러는 사이 인근 업소들까지 다 죽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사자와 멧돼지가 샘터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서로 먼저 물을 먹겠다고 사납게 싸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멀리서 독수리 떼가 먼저 죽는 쪽을 먹어 치우려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자와 멧돼지는 서로에게 말합니다. “독수리 밥이 되느니 친구가 되는 편이 낫겠다.”

이런 얘기는 이솝우화에나 나오는 것입니다. 안에서 우리끼리 사색당파가 사생결단으로 싸우다 이민족 지배를 받은 쓰라린 경험을 했던 우리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공생(共生) 능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정치판 싸움구경을 보고 있으면, 독 속의 게 싸움이고, 진흙탕 속의 개싸움입니다.

우리는 싫든 좋든 누구나 지도자가 됩니다. 일국의 대통령에서부터 한 가정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지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역사 발전의 법칙으로 ‘강자 약자 진화상 요법’을 제시하셨습니다.

강자는 영원한 강자가 되고, 약자는 강자로 진화하여 강자와 약자가 다 같이 향상 발전할 수 있는 진보적·이상적 사회 발전의 원리입니다. 정치나 개인도 마찬 가지입니다. 서로 극한 적인 대립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이끌어 주는 영원한 강자가 얼마든지 될 수 있습니다.

남의 나라 풍습이라도 좋은 것, 옳은 것은 배워야 합니다. 우리 이제 ‘독 속의 게’라는 불명예를 벗어나 약자를 도와 강자로 키워, 상생의 길, 은혜의 길 찾아 모두가 승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1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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