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당적 4개' 김한길 '화합혁신위원장'으로 영입 시도, 그의 '기막힌' 정치전력들

[ 고승은 기자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 요직에 영입하기로 했다. 선대위 직속 기구인 '화합혁신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김한길 전 의원에 맡겨, 국민 화합과 사회 혁신을 이루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18일 취재진에 '김한길 전 의원이 위원장으로 오는 게 맞나'는 질문에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한길 전 의원 측도 언론에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선대위 합류를 역시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한길 전 의원이 윤석열 후보를 줄곧 돕고 있다는 이야기는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사퇴 이후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인연을 맺었다고 하며, 당시 윤석열 후보(당시 여주지청장)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고 있었고 김한길 전 의원은 민주당 대표로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 요직에 영입하기로 했다. 김한길 전 의원이 윤석열 후보를 줄곧 돕고 있다는 이야기는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사퇴 이후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 요직에 영입하기로 했다. 김한길 전 의원이 윤석열 후보를 줄곧 돕고 있다는 이야기는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 사퇴 이후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윤석열 후보는 김한길 전 의원에게 국민화합을 맡기겠다고 한다. 그런데 김한길 전 의원이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 등의 호칭으로 매우 유명한 것을 감안하면, 모순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줄곧 민주당계 정당에 몸담았던 김한길 전 의원은 당을 분열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수완을 수없이 보여준 바 있다. 당내 본인의 계파를 형성한 뒤, 기존의 당 지도부를 사정없이 흔들어 결국 당을 분열시키고 지지층에겐 염증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런 흔들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당권을 차지하는데만 골몰해왔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탈당해서 새로운 당에 합류하곤 했다. 김한길 전 의원이 계파 형성이나 당내 싸움에는 능할지 모르나, 정작 외부 선거에 있어선 매우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한길 전 의원의 '당깨기' 대표적 사례는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에 벌어졌던 일들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2월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그는 같은당 의원 22명과 집단탈당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김한길 전 의원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07년 5월 의원 19명과 함께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고, 그 당의 대표를 맡았다. 이어 그해 6월 27일 민주당(새천년민주당 후신)과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을 결성했고 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김한길 전 의원은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 등의 호칭으로 유명하다. '당깨기' 대표적 사례는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에 벌어졌던 일들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2월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그는 같은당 의원 22명과 집단탈당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길 전 의원은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 등의 호칭으로 유명하다. '당깨기' 대표적 사례는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에 벌어졌던 일들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2월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그는 같은당 의원 22명과 집단탈당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그해 8월 3일 김한길 전 의원은 본인의 계파 의원 18명과 중도통합민주당을 또 집단탈당했고, 이틀 뒤인 8월 5일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김한길 전 의원과 그를 따르던 의원들은 불과 6개월 사이에 탈당 2번과 합당 1번을 통해 4개의 당적(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을 보유하는 역대급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라 '도로민주당'이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촌극까지 이어졌다. 당시 김한길 전 의원처럼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는 의원 중에는 자신이 도대체 어느 당적을 가졌는지조차 몰라 국회에 문의하거나, 입당하지도 않은 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는 어이없는 해프닝을 벌이기까지 했었다. 

이처럼 김한길 전 의원이 주도한 '정치적 막장행위'는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힘을 크게 실어주는 행위였다. 17대 대선(이명박 당선) 대패 직후 김한길 전 의원은 정계은퇴 선언을 하면서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 책임을 느낀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거듭 칼을 꽂았다.

김한길 전 의원은 이후 정계에 복귀해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2012년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이해찬 전 대표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렸고, 당 최고위원에 임명됐다. 그런데 대선 직전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국면을 주도하기 위해선 이해찬 당시 대표와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먼저 최고위원직을 던졌다. 

김한길 전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의 오랜 흑역사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그가 몸담았던 정당이 늘 '풍비박산'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길 전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의 오랜 흑역사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그가 몸담았던 정당이 늘 '풍비박산'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대선을 지휘해야할 지도부가 총사퇴하게 되면서, 당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불러왔다. 이는 정권교체 실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김한길 전 의원은 이렇게 대선 직전까지 당을 흔드는 데 앞장선 전력이 있다.

김한길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을 당시, 자신의 계파에 속한 의원들과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던 중진 정치인(주승용·박주선·김동철 전 의원 등)들, 조경태 의원 등과 함께 당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이는 결국 자기 계파의 공천권 확보와 당내 요직 확보를 위한 묻지마 흔들기로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결국 그해 말 안철수 대표를 따라 옛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바꾼다.  

그런 수많은 행적들 때문에 김한길 전 의원에겐 '당깨기 전문가' '정당 브레이커' '정당 분쇄기' 등의 호칭이 붙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그가 몸담았던 정당이 늘 '풍비박산'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철수 대표가 이끌었던 옛 국민의당의 경우에도 합당에 다시 분당 등을 거치며 사라진지 오래라서다. 

그렇게 내부 싸움엔 능한 김한길 전 의원은 자신이 당대표를 맡았을 당시(2013년 봄~2014년 여름)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늘 끌려다니며, 무기력의 극치를 보여줬었다. 

김한길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당시였던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돌려막기 전략공천(기동민-권은희)'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일으키며 당을 대참패로 몰고 갔다. 

전체 15석 중 불과 4석(호남권 3석, 수도권 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호남에서까지 의석(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전남 순천·곡성)을 빼앗기는 일까지 있었다. 이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힘을 빼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었다. 

김한길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당시였던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돌려막기 전략공천(기동민-권은희)'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일으키며 당을 대참패로 몰고 갔다. 사진=연합뉴스
김한길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당시였던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돌려막기 전략공천(기동민-권은희)'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일으키며 당을 대참패로 몰고 갔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김한길 전 의원이 당대표를 맡을 당시엔, 민주당이 전두환 정권 당시 관제야당이었던 민한당(민주한국당) 같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던 이유다. 그가 민주당계 정당의 오랜 흑역사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희대의 '당깨기 전문가' '정당 분쇄기'로 불리며 분열의 상징으로 꼽히는 김한길 전 의원을 '국민화합의 상징'으로 영입하겠다는 것이 '정치신인'인 윤석열 후보의 구상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 최근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한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도 이른바 흘러간 '정치 철새'로 호칭할 수 있다. 언론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정치 신인'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지만, 정작 그 주변에는 '올드 보이'들만 줄줄이 따라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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