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한 후 42년 혼수상태…간호사 사망

[연합통신넷= 이형노기자]  충남 아산경찰서는 이혼 소송 중에 있는 아내를 공기총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협박)로 이모(49)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승용차에 공기총을 싣고 다니던 이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23분 '총으로 너부터 죽이고 다 죽인다'는 문구가 포함된 메시지를 아내 유모(45)씨에게 보내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내와 딸(13)을 임시 거처로 피신시키는 한편 이씨를 검거해 승용차 안에 있던 공기총과 탄환 19발을 압수했다.

예비군 훈련을 받던 중 지난 13일 총기 난사 사건을 자행한 뒤 자살한 최모(23) 씨의 전투복 주머니에서 두 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 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 “GOP(일반전초) 때 다 죽여 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는 내용이 섬뜩하다. 지난해 6월 동부전선 GOP 총기 난사 사건의 악몽이 채 잊히기도 전이다. 이처럼 단순히 ‘외로운 늑대형’ 자살이 아니라,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타인을 무차별로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식의 ‘살인 자살’이 늘고 있다. 마치 정정이 불안정한 중동 등지의 ‘자살 테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개인의 자살을 넘어 큰 사회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진단, 분노 범죄 대책, 병영문화개혁, 실천 방법 등 모두가 잘못됐다. 심지어 관심 병사 문제가 현역 병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최근에는 잇단 엽총 살인 사건 등 충동조절장애 범죄 후 자살 사건이 잇따르는 등 자살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핀란드는 1980년대 자살자 1700명에 대한 부검을 한 뒤 우울증이 주된 자살 원인임을 밝혀냈다. 미국도 ‘행동위험인자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21세 이상 미국인 370만 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올바른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에 앞서 할 일이 긴요하다. 사변적 논쟁을 벌이는 대신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폭력과 자살을 입체적·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그것이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일어난 자살사건 1321건 수사기록과 거기에 첨부된 405건의 유서 내용을 깨알처럼 분석한 뒤 비난형·고발형·탄원형 자살 유형 등으로 분류한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작업은 그래서 소중하다. 유서만 제대로 분석해도 자살과 폭력범죄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지역별 자살자 수 변화·사회경제특성별 자살자 수 등을 추가로 발표한 바 있다. ‘심리부검의 일인자’로 불리는 그가 쓴 ‘자살, 차악(次惡)의 선택’(이학사)을 보면 자살한 한 노인이 자신의 죽음을 손자의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에 알리라고 당부한 대목이 나온다. 그들에겐 자살 자체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삶의 일부인 셈이다. 접근 방향은 다르지만 ‘리스트’를 남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엿새 뒤면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에서는 사회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는 공심(公心)을 강조한다. 죽을 각오로 도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스포츠 선수 등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자살 충동도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때로는 불교에서 말하는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 등 삼독(三毒)을 끊어내는 수행도 필요하다. 그리고 절망하는 이웃에 관심을 갖는 ‘공심 사회’로 가야 한다.

인도에서

성폭행 당한 직후부터 42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해오던 인도 뭄바이의 간호사가 사망했다고 병원 당국이 18일 말했다.

아루나 샨바우그(67)는 1973년 같은 병원 직원에게 항문 강간과 함께 금속 쇠사슬로 목을 졸리면서 심중한 뇌 손상을 당했다. 병동 청소부인 가해 남성은 치명상을 입은 그녀를 폭행 현장인 병원 지하실에 그대로 놔둔 채 떠나 그녀는 11시간 뒤에 발견됐다. 당시 피해자는 25세였다.

사지 마비 및 의식 불명의 뇌사 상태였던 샨바우그가 지난주 폐렴 확진을 받고 엿새 동안 인공 생명유지 장치 아래 있었다고 샨바우그의 근무지였던 뭄바이의 킹 에드워드 메모리얼 병원의 의료부장이 밝혔다.

샨바우그의 식물인간 연명은 인도에 안락사 법제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친구이자 언론인, 작가인 한 여성이 이 튜브를 통한 강제 급식의 중지를 법원에 청원하면서 쟁점이 됐다. 코마 상태 아래 강제 급식 연명은 샨바우그의 고통을 연장할 뿐이라고 친구 핀키 비라니는 주장했다.

인도의 대법원은 2011년 이 청원은 기각했다.

특히 이 청원을 샨바우그가 일했고, 연명해 오던 병원의 간호사들이 반대했다. 킹 에드워즈의 간호사들은 40년 넘는 세월 동안 번갈아 가며 샨바우그를 간호해 왔다. 가난한 샨바우그의 부모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떴다.

가해 남성은 7년 형을 마치고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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