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티미디어 인수 등 확장 일로 … 유·무선 방송 35% 점유 1위 사업자의 '진화' 주목
외산 OTT와의 경쟁과 수직계열화에 대한 내부 반발 등은 과제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KT가 그룹 미디어 수직계열화 및 플랫폼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대표이사 구현모)는 3일, 디지털 방송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사 알티미디어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KT 그룹사로 편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알티미디어는 국내외 IPTV 및 케이블TV 사업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방송 미들웨어, 보안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KT와는 IPTV 사업 초기부터 협력하며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과 네덜란드에 거점을 두고 베트남 최대 통신사인 비에텔, 터키의 투르크텔레콤 등 해외 방송통신사업자와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알티미디어를 그룹 내 미디어 계열사로 편입 완료함에 따라 알티미디어가 보유한 미디어 핵심 역량 및 기술을 내재화하고 그룹 미디어 플랫폼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알티미디어의 글로벌 거점과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KT 미디어 사업의 글로벌 확장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알티미디어 박도사 대표이사는 "알티미디어가 KT 그룹에 합류함으로써 KT가 추진하는 디지코 로드맵의 핵심 축인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있어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알티미디어의 기존 고객사에 지속해서 안정적인 기술과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KT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 사옥 (사진=KT)
KT 사옥 (사진=KT)

알티미디어 인수는 최근 KT의 미디어 역량 강화의 연장 노선으로 풀이되며, 이 같은 움직임은 KT의 '디지코'(Digico) 선언과 깊이 관계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디지코는 지난해 10월, KT가 발표한 선언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현재 가장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이 미디어 콘텐츠다.

KT는 현재 자체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시즌'(seezen)을 별도 회사로 분사했으며,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를 인수했다. KT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고 있다.

KT는 IPTV,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 등에서 1300만 가입자(약 35%)를 보유한 국내 1위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PT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814만 명(23.19%)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현대 HCN은 127만 명(3.63%), KT스카이라이프는 306만 명(8.71%)의 가입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019년 11월 '올레tv 모바일'에서 이름을 바꿔 탄생한 시즌은 최근 UI(사용자 환경)을 개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으며, 자체제작 콘텐츠 타이틀 개수도 180여개(10월 초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시즌 이용자 3명 중 1명이 자체제작 콘텐츠를 시청했는데 전년 대비 시청횟수는 169%, 시청시간은 261% 늘어나기도 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건립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KT그룹 통합미디어센터'도 주목된다. 이 센터는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완공 뒤에는 KT그룹의 인터넷TV(IPTV), KT스카이라이프, 스카이TV 등이 내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디어 관련 그룹사 재편은 KT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과 미디어지니 윤용필 대표가 주도하고, KT 스튜디오지니가 중심에 선 모양새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 케이티시즌, 현대미디어의 지분 100%와 지니뮤직, 스카이라이프TV의 지분 36%와 22%를 확보하고 있다.

미디어지니 윤용필 대표(왼쪽)와 KT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진=KT)
미디어지니 윤용필 대표(왼쪽)와 KT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진=KT)

윤용필 대표는 스튜디오지니 출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에서 미디어지니·스카이TV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KT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은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현대차 이직 전 KT에서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KT는 올해 1월 자본금 250억원을 출자해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으며, 지난 9월에는 KT가 KT 스튜디오지니의 유상증자에 1750억 원 규모로 참여했다. KT는 KT 스튜디오지니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자회사이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현대미디어가 이름을 바꾼 미디어지니는 지난 1월, 윤용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보유하고 있는 5개 장르의 방송채널을 리뉴얼 하는 한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용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사 알티미디어의 인수까지 더해지면 자체 방송 제작 역량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외산 OTT의 이용자 확대는 KT에게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외산 OTT와의 제휴로 이용자수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와의 제휴로 IPTV 가입자가 급증한 바 있다.

여기에 급격한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자회사로 편입된 스카이라이프 측의 반발이다.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최근까지 "KT그룹이 미디어 수직계열화를 내세워 자회사 빼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HCN 인수 당시 현대미디어(미디어지니)를 KT그룹이 빼 갔다는 것 등이 반발의 이유다. 최근에는 스카이라이프 자회사인 스카이TV를 KT그룹 밑으로 넣으려 하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반발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기본 미디어 전략은 PP 사업을 강화하면서 예능, 드라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체 콘텐츠는 글로벌 OTT가 국내에 진입하면서 국내 OTT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디어 수직계열화에 있어 스카이라이프의 반발 등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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