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2019년 공연한 ‘노동가’의 속편으로, 배우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 노동의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 “노동가Ⅱ-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후 ‘노동가2’)”은 토모즈 팩토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살아있음’에 대한 앤솔로지(anthology, 주제에 따라 한데 모은 작품집)일 것이다.

"노동가2" 공연사진 | "비대면이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에요. 한 번은 부명히 문 앞에 음식을 갔다 놨어요. 1시간 뒤에 갑자기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어요. 음식을 못 받았다고." -배달의ㅁㅈ 커넥터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비대면이라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에요. 한 번은 부명히 문 앞에 음식을 갔다 놨어요. 1시간 뒤에 갑자기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어요. 음식을 못 받았다고." -배달의ㅁㅈ 커넥터 역 양예석 배우 -  | 비대면 이후 배달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도로 위 오토바이들의 질주는 더더욱 흔히 보인다. 우리들은 20분 빠른 배달을 위해 급히 운전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잊고 있지 않을까?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지난 11월 19일부터 28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총 9회의 공연 동안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끊임없이 뜨고 지는 달과 태양처럼 우리네 고달픈 인생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노동가2”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일본인 쯔카구치 토모를 중심으로 뭉친 프로젝트 연극 집단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연출가로서 무게보다는 한국을 사랑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이방인이기도 한 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 내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동가2" 공연사진_"배송문의나 교환, 환불 문의가 전에 비해 엄청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통화량은 많아지고, 직원은 부족하고, 고객은 기다리다가 불만이 가득 찬 상태로 통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콜센터 상담원 역 강민규 배우- | 하지 말아야 하고, 만나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못 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동안 늘어가는 불만과 불안감을 비워내려 던지는 험한 말들을 묵묵히 듣고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한 사람' 이다.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배송문의나 교환, 환불 문의가 전에 비해 엄청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통화량은 많아지고, 직원은 부족하고, 고객은 기다리다가 불만이 가득 찬 상태로 통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콜센터 상담원 역 강민규 배우- | 하지 말아야 하고, 만나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못 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동안 늘어가는 불만과 불안감을 비워내려 던지는 험한 말들을 묵묵히 듣고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한 사람' 이다.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는 너무 가깝기에 당연하게 느껴졌을지 모를 작은 사건들부터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건들까지 여린 감성으로 진한 공감을 이어가는 토모 연출이기에 오히려 한 발자국 떨어진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섣불리 사회문제나 해결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그들의 목소리를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노동가2" 공연사진_"한창 인원제한이 4명이었을 때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5,6명에서 그냥 막 들이대는 손님, 그리고 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제대로 착용해 달라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님까지!" - 카페 아르바이트 역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한창 인원제한이 4명이었을 때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5,6명에서 그냥 막 들이대는 손님, 그리고 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제대로 착용해 달라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손님까지!" - 카페 아르바이트 역 강현우 배우 - |  재화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행위에 손님의 모든 불만사항을 들어주고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없고 당연하지 않다.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운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부감하고, 그 곤란과 침몰을 표현하려 했던, 여섯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었던 ‘노동가1’에 이어 “노동가2”를 공동창작으로 연출한 토모 연출은 “1편에서는 한국 노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집성했다면, 이번 공연은 이 시대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노동과 시스템, 일반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 어떤 부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 사회에서 사는 어려움이나 모순을 ‘노동’을 통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에서 2편은 시작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번 작품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시간 속에서 3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토모 연출 자신의 목소리 또한 들어가 있을는지 모른다.

"노동가2" 공연사진_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프랜시스가 혹시 백신 접종하는 거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어요. 한국 의료 보험증이 없는 외국인들은 백신 접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뉴스에서 보기는 봤는데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설명을 안 해준다고." -반차를 낸 회사원 역 전정훈 배우- |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또 다른 차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려 몸과 시간을 바치는 이들 또한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무대 위에서 굉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곱 명의 노동자가 기계적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작업을 묵묵히 이어간다. 그런데 노동하는 손이 문득 멈추는 순간, 그들은 관객 앞에서 자신의 ‘일상’에 대해 ‘노래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사사롭고 하찮은 이 역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 대하여 ‘무언가(無言歌)’를 들려준다.

"노동가2" 공연사진_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세이프 웨이? 그들과 함께 하려는 이유가 정의감이 아닌 모험심이라는 것을 내 눈에서 읽기라도 한 듯 그들은, 여행자는 저쪽 길로 가라! 저쪽 길이 안전하다!며 나를 밀어냈어요. 그들 사이에 서 있는 나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방인, 철저한 이방인이었죠." - 홍콩시위현장 한켠에서....박시호 배우- |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이질적인 공간을 나눠가지기도 한다. 인종이나 민족이 아닌 그런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이방인'이란 말은...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배우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 노동의 의미를 돌아보는 이번 작품은 역병의 소용돌이 속 ‘고통’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자, ‘코로나’라는 특수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관객과 배우들의 교류이며 조용한 ‘증언’이기도 하다.

"노동가2" 공연사진_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책을 펴니까, 첫 장에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라고 써 있더라구요. 이걸 보자마자 너무 심란했어요. 생각해보니까, 한 번이 아니라 좀 많이 길을 잃었던 것 같고, 와중에 길을 만든 적은? 모르겠네, 없는 것 같더라구요" -정보람 배우의 이야기- | 책이든 경험이든 공감이라는 게, 어쩌면 맘의 여유가 있어야지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의 가치와 지위는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의 가치와 지위를 결정짓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보다는 당장 그 노동의 가치를 주고받는 당사자 간의 문제로만 환산시키고 문제의 근원을 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산소득을 위시한 불로소득을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 여기며 그들에게 동조하면서 자신의 처지와 굴레를 부모에 덧씌우고 있다.

"노동가2" 공연사진_"콘서트서 무대설치 하구 영화 기자간담회서 영상 틀어. 코로나 직격탄이지. 이건 뭐 초토화야. 2년간 한 건도 못했어. 간담회 뭐? 아...에이, 그런 생각 들면 일 못하지. 물론 나두 당연히 정장 빼입고 무대인사하고 싶지. 그럼 뭐해. 현실ㅇ르 직시해야지. 언젠가 기회 오겠지 하고는 영상 트는 거지 머." - 서제광 배우 이야기 -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노동가2" 공연사진_"콘서트서 무대설치 하구 영화 기자간담회서 영상 틀어. 코로나 직격탄이지. 이건 뭐 초토화야. 2년간 한 건도 못했어. 간담회 뭐? 아...에이, 그런 생각 들면 일 못하지. 물론 나두 당연히 정장 빼입고 무대인사하고 싶지. 그럼 뭐해. 현실ㅇ르 직시해야지. 언젠가 기회 오겠지 하고는 영상 트는 거지 머." - 서제광 배우 이야기 - | /(사진=보통현상, 토모즈팩토리)

조용한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의 마음속에서는 자신들의 ‘증언’ 또한 이어진다. 그 증언은 누구에게 왜 들려주려 하는 것일까? 그저 마음의 헛헛함을 해소하기 위한 발화일 뿐일까? 한 명 한 명의 시간이 거대한 우주를 이룬다고 말하는 칼 세이건은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한다. 선과 악의 경계조차 재화가 우선인 듯한 현 사회에서 모두가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으로부터 사람을 대하는 것을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하락한 노동의 가치 속에서 스러지고 아파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줄어들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뿐이다.

"노동가2"를 함께 만든 사람들 /(사진=Aejin Kwoun)
"노동가2"를 함께 만든 사람들_배우 전정훈, 진행(정여원), 배우 강현우, 양예석, 무대디자인(Shine-Od), 조명오퍼(라성연), 배우 서제광, 정보람, 강민규, 연출(츠카구치 토모), 배우 박시호 /(사진=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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