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거절한 이재명 서울대 토론회..'부먹찍먹'과 급이 달랐다
"대선토론 미리 치른 느낌"..100분동안 국토보유세· 가상화폐·저출생 등 송곳 질문 쏟아져

[정현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서울대 학생들과 가진 토론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전 토크와 비교하면서 "'부먹찍먹'과 급이 달랐다"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7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쏟아낸 송곳 질문들. SNS
지난 7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쏟아낸 송곳 질문들. SNS

이 후보는 이날 토론이 끝난 뒤 SNS를 통해 "마치 대선 토론을 미리 치른 느낌이었다"라며 "공약에 대한 검증은 물론 가상화폐부터 저출산 문제까지, 한국사회의 모든 문제가 총망라된 열띤 토론에 저 또한 바짝 긴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질문 수준이 높네요. 저한텐 '부먹찍먹' 같은 거 안 물어보시고 왜"

이 후보가 이날 오전 송곳 질문을 쏟아낸 서울대 학생들과의 토론회를 마치고 난 뒤 웃으면서 한 말이다.

이날 서울대 측은 윤석열 후보에게도 이 후보와 동일한 조건의 강연을 요청했지만, 거절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윤 후보가 대전지역 청년들과 진행한 토크콘서트는 40분가량 지각을 하면서도 향후 국정을 운영할 정책 질문보다는 '탕수육 부먹(소스를 부어 먹는 것)이냐? 찍먹(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냐?' 등 주로 신변잡기식의 질의와 응답이 이뤄졌다.

윤석열 후보의 청년과의 토론 대전 콘서트 관전평 기사.
윤석열 후보의 청년과의 토론 대전 콘서트 관전평 기사.

반면 주로 경제학부에 적을 둔 서울대 학생들은 100여분의 시간 동안 이 후보의 공약과 정책 비전에 관한 날선 질문들을 쏟아내면서 청문회장을 방물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후보는 학생들의 질문에 "질문이 어렵다"라면서도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 나가 그동안 쌓인 경제 내공을 뽐냈다.

이 후보의 주요 정책 공약인 '기본대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라며 "금융의 신용은 국가권력, 국민주권으로 나오는 것인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아울러 의료보험을 사례로 들며 "돈 많이 벌고 재산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니까 병에 잘 안 걸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보험료를 많이 낸다"라며 "의료지출이 많은 사람은 가난하고 병이 많이 걸리는데 그 사람들은 (보험료를) 적게 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정의롭나? 정의롭다"라며 "공정과 정의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를 철회했는데, 표를 얻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픈 지적일 수 있는데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아프진 않다. (둘을) 철회한 일이 없다"라면서 "(앞선 발언은) 철회가 아니고 기본적 원리를 말한 것이다. 국민 주권국가에서 대리인 동의를 얻는 것은 의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 9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기 때문에 사실 (국토보유세는) 세금정책이라기보다 분배 정책에 가깝다"라면서도 "다만 이것에 대해 불신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의 경우'보류'로 선회한 것을 두고 "끝까지 주장할 수 있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년 본예산에 넣는, 1회적인 것을 포기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당연히 정치인이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리인"이라며 "최대치가 국민의 뜻이다. 국민의 뜻을 넘어서는 건 독재이자 폭압"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가상화폐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가상화폐는 제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면서 "가상화폐가 거래수단·투자수단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면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인은 이미 하나의 거래수단 혹은 가치 저장수단으로 다중이 인정하고 있다. 코인 시장이 이미 코스피(유가증권시장) 거래액을 넘어섰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정의와 공정에 대한 소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기성세대들은 기회가 많았고 '사회적 정의가 바람직하니 내가 약간 손해 볼 수 있다'고 살았는데, 지금 세대는 '정의는 개나 주라고 해. 내가 죽게 생겼는데'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그런 사회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라며 "나의 공정성에 대한 열망을 좀 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 사회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했다. 그가 '경제는 과학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학생이 지적하자 그 취지를 설명하는 도중 "말이라는 것은 맥락이 있는데 맥락을 무시한 것이 진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표 얻으려고 존경하는 척하는 것 아니냐' 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이날 영상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던 도중 끊겼다. 이를 두고 서울대 토론회 '참석자'라고 밝힌 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강연 생중계가 끊긴 것 때문에 당황하신 분들이 많아 보여 전달해드린다"라며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금융경제세미나'라는 수업은 경제학부에서 개설하고 객원교수이신 서정희 교수(매경출판 대표)께서 사회 각계의 여러 인사들을 매주 초빙하여 강연을 듣는 수업"이라며 "학과 수업이기 때문에 생중계는 본래 무리였고, 이는 이재명 후보 캠프 쪽과도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라고 교수님께서 전 수업 시간에 고지하셨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기 초·중반부터 교수님께서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꼭 강연 섭외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셨고, 실제로 그러셨다"라며 "이재명 후보는 이에 응하였고, 모 후보(윤석열)는 섭외를 거절했다. 승낙했다면 다음 주에 이재명 후보와 동일한 조건으로 강연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이날 서울대 토론회를 시청한 '인사이트'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에 '뉴스1'의 <"부먹찍먹 안 묻고"..서울대 강연 간 이재명, 송곳 질문에 진땀> 헤드라인을 두고 "기레기 제목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아 이번 토론의 높은 수준을 가늠하게 했다. "이재명의 금번 세미나에서는 공정과 정의뿐만 아니라 경제와 금융 그리고 행정까지 통찰력있는 고민과 해법을 넋놓고 보고 감탄했다. 덩달아 서울대 학생들의 수준높고 날카로운 질문도 수준을 한껏 끌어올렸다. 끝나고 서울대 학생들의 존경어린 박수와 줄서서 사진찍는 모습이 모든걸 말해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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