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性品)이란 무엇일까요? 성품은 인간의 본성(本性), 즉 태어나면서부터 본래적으로 지닌 성질을 말하는 것이지요. 성품은 인간의 마음을 통하여 우주의 본체를 밝히려는 입장에서 ‘심체(心體)’라고도 말합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성품이 정(靜)한 즉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동(動)한 즉 능히 선하고 능히 악 하나니라.” 하셨습니다.

삼국지(三國志)에 보면, 유비(劉備 : 221~263)가 오갈 데 없이 난처한 상황이 됐던 시절, 먼 친척이자 형주(荊州)의 주인인 유표(劉表)에게 얹혀 살게 됩니다.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았던 유표는 능력 없고 미덥지 못한 아들들에게 형주를 맡기지 못해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덕인(德人)인 유비에게 아들 대신 형주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지요. 하지만 유비는 결사적으로 거절합니다. 이때,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유비에게 말합니다. “주군(主君)! 지금 우리에게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형주를 이 기회에 정당하게 물려받아서 천하통일의 초석을 마련하시지요.”

그런데 유비는 단호한 태도로 제갈공명에게 대답합니다. “군사(君師)는 나를 그 정도의 사람으로 밖에 보질 않습니까? 나는 내 은인의 땅을 빼앗아서 천하를 도모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제갈공명이 속으로 생각합니다. “유비의 말이 계획된 말이라면 이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다. 그런데, 유비의 말이 계획된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이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어떻습니까? 대중의 칭송이 절로 나오도록 기획하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 혹은 무서운 지도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이 아닌, 기획이 필요 없는 지도자의 파괴력은 아마 세상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치밀한 기획과 습득된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 보다 타고난 성품과 기질, 그리고 지혜를 갖춘 사람은 그 어느 사람과도 비교될 수 없는 것입니다.

링컨은 “사람의 성품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 그 힘이 주어졌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 라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면 ‘그 사람 성품이 참 좋네!’ 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한 것은 가장 고귀한 자리에 올랐을 때입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유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가장 성품이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권력을 쥐게 되면, 성품이 좋은 사람은 그 권력을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반면, 성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사람들을 학대하고 자기 지위를 누리는 데 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쥐어주면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얘기입니다. ​프랑스의 시인이며 우화 작가인 ‘장 드 라퐁텐’이 쓴 '전갈과 개구리'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물가에 서 있던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 건너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개구리가 물었습니다. “네가 나를 독침으로 찌르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지?” 전갈이 말했습니다. “너를 찌르면 나도 익사할 텐데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전갈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강 중간쯤에서 전갈이 개구리의 등에 독침을 박았습니다. 둘 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와중에 개구리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습니다. “왜 나를 찔렀지? 너도 죽을 텐데.” 전갈도 죽어가며 말했습니다. ​“그것이 내 본능이니까.”

이렇게 성품은 변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타고난 성품, 즉 인성(人性)을 천성(天性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타고난 직종이나 직업 등을 천직이라 부르지요. 사람은 무엇보다 타고난 성품이 좋아야 합니다.

청(靑)나라 강희황제(康熙皇帝)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재를 논할 때 반드시 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짐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심보’를 본 다음 학식을 본다. 심보가 선량하지 않으면 학식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재능이 덕을 능가하는 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타고난 성품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학식, 경력, 학벌, 지위, 환경 등, 그 어느 것도 타고난 성품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타고난 성품은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수행을 통해 그 성품이 조금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성품위에 학식이나 신앙이 더하게 되면, 그야말로 고매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게 됩니다. 지금 한창 양당 대선 후보 두 사람이 국민을 향해 나를 지지해 달라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두 사람의 성품이 누가 좋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은 자식의 도박사건이 터지자 즉각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아내의 잘못에 대해 뭉기다가 마지못해 사과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만일 두 사람의 성품이 좋지 않다면 우리 국민들의 불행을 무엇에 비기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대권가도를 달리는 두 후보가 성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바르게 고치지 못하면, 아마도 그 두 분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는 못할 것 아닌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2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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