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의한 남편을 위한 ‘남편 자랑’만 있었던 입장문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국민을 기만한 쇼..사과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단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던 기자회견 참석 기자들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허위이력의 당사자로 자숙의 자세와는 거리가 먼 풀메이크업을 하고 묘한 웃음을 날리며 등장한 어설픈 사과는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혹평이 쏟아지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역풍을 맞고 있다.

 

김씨가 27일 여의도 국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배우자 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자신의 개인사를 읊는 A4 5분 감성팔이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입장문만 발표하고 질의응답도 생략하고 바로 퇴장하면서 취재기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가 아닌 '대남편 사과'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특히 이런 상황들은 윤 후보와 이른바 윤핵관 등 국힘 참모들이 같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더 참담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에선 국힘 선거대책위원회가 김씨의 허위이력 등에 조목조목 해명했다는 식으로 보도해 여론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라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허위 이력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제가 없어도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만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 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달라. 저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은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국민 사과와 동떨어진 배우자 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며 청와대 입성의 꿈을 감추지 못하면서 “결혼 이후 아이를 어렵게 가졌지만 남편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라고 허위 이력과 동떨어진 개인사를 털어놨다.

이날 벼락치기 사과가 끝나고 국힘 선대위는 김씨의 혐의 9개를 분류해 이중 초중고 근무 허위 기재와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근무, 뉴욕대 허위 연수 등은 부정확한 기재나 부풀린 게 맞지만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증언자가 9명이나 나온 김씨의 '쥴리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처벌로 엄포를 놨다.

다만,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를 일반대학원 석사로 표기한 점, 수원여대·안양대 이력서에 단체 수상경력을 개인 경력처럼 쓴 점, 삼성플라자 갤러리 전시를 삼성미술관 전시로 기재한 점 등에 대해선 "송구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김씨의 사과나 선대위의 '송구하다'로 퉁칠 것이 아니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나 신정아씨보다 더 중한 혐의로 김씨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이날 회견은 국민이 궁금한 팩트를 정리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고 사과의 타이밍도 놓쳤고 특히 개인적인 가정사 얘기만 하면서 뭘 사과하고 사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민들은 김씨가 위조한 걸 문제 삼으며 해명하라는 건데 이에 대한 게 전혀 없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진정성도 없어, 의구심이 해소되기커녕 더 커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로 "우선 사과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며 "한편 사과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 국민을 기만한 쇼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남편 자랑에 할애했고, 사과는 아주 짧게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의 상대방도 중요하다. 먼저 남편에게부터 사과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 이후 국민께 사과를 간략하게 하고 만다. 본인의 허위경력으로 인해 피해를 봤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그래서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로 남편에게 사과는 집에서 둘이 하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려고 한 타겟층이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마음을 열지 못할 것 같다"라며 "지금 윤석열 후보의 무식과 망언에 분노와 실망을 표하고 있는데, 남편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도 공감을 사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기자회견의 주요목적은 김건희씨가 대선기간 동안 국민검증을 피해가겠다고 선언을 하기 위함"이라며 "국민의 검증요구는 여전히 높은데, 내가 이만큼 사과했고, 윤석열이 당선되도 내조만 하겠다고 했으니 검증시도는 그만하라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윤 후보도 이미 비슷하게 말한 적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피할 수 없는 논란만 언급하고 말았는데, 주가조작 사건, 저축은행 잔고증명 위조 의혹, 코바나컨텐츠 불법 협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사과도 없었다"라며 "오늘 사과는 전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대국민 사기극은 멈추고 수사에 협조하며, 언론과 국민의 검증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황희석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간사한 눈웃음과 맘에도 없는 사과로 동정심을 유발해서 대충 뭉개고 끝내려는 마음이 그대로 고스란히 다 드러났다. 결국 국민들을 우롱하기만 한 개사과 3탄"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국민들을 얕잡아 본 김건희 사과> 제목으로 국힘 선대위의 해명을 4가지 이유를 대면서 조목조목 받아쳤다.

① 허위는 아니고 부풀려져? 자기가 부풀린 것도 아니고 저절로 부풀려졌어? 게임산업협회에 재직도 안하고서 근무한 것은 부풀려진 게 아니라 명백한 허위다.

② 뉴욕대 의혹에 연수로 기재한 것이 학력 위조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뉴욕대에서 연수한 적이 없다고 확인을 했잖아. 그리고 삼성미술관 기재가 잘못이라는데 뭘 잘못했다는 거야? 아무 내용도 없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넘어가 달라는 거지? 그렇게는 못하지.

③ 중고교 근무 부정확 기재? 무슨 부정확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근무를 한 적이 없으면 그냥 경력 위조야. 서울대 대학원 이력은 또 오인 표기라고? 정말 뻔뻔하다. 너는 맨날 오인이고 실수고 부정확이구나. 네 남편한테 물어봐라. 신정아 씨한테 어떻게 했는지.

④ 쥴리인지 주얼리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을 르네상스 호텔 술집에서 본 사람들이 나오는 마당에 후보자의 배우자가 허위사실을 공표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 검사 출신들에게 꼭 물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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