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는 거의 일상적으로 정치공작이 이루어졌는데 어떤 것은 장삼이사에 불과한 나도 눈치 챌 정도로 조잡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됐음에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이 1978년 ‘국회의원 성 아무개의 미성년자 간음사건’이다. 경상남도 한 지역의 명문가 출신 정치인으로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재선인가 3선으로 잘 나가던 국회의원이 이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정계에서 쫓겨나고 완전히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국회의원이 장기간에 걸쳐 고등학생을 데리고 놀았다”는 투의 기사가 어느날 조간신문 사회면을 도배질 했고 사람들은 당사자의 해명을 듣기도 전에 손가락질 하고 침을 뱉으며“인삼보다 산삼이 좋고, 산삼보다 고삼이 좋다더라”며 그를 마음껏 조롱하던 광경이 기억난다.

중앙정보부(혹은 안기부)와 언론이 성(sex)을 주제로 꾸미는 이런 정치공작이 90년대 이후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박근혜 시절 중정의 후신인 국정원과 언론이 공모한 ‘채동욱 혼외자 시나리오’를 통해 되살아났다. (사실 권위주의 정권에서 공작 대상자가 뻗대지 않고 일찌감치 굴복함으로써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그대로 감춰져버린 공작이 얼마든지 많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원래 이런 ‘공작’은 은밀하고도 추잡한 ‘정보’가 밑천이다. 이런 정보를 폭로한다고 위협하거나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일반적 정치공작의 양태인데 그것은 정보기관이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 및 기소기관과 나팔수 언론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야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국정원에 재갈을 물리면 이런 치졸한 정치공작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는 기대다.

‘이준석 성상납 의혹사건’이 불거지는 과정을 보아하니 영낙없이 ‘성 아무개 사건’ ‘채동욱 혼외자 사건’의 판박이다. 국정원 말고 검찰이, 조선일보 말고 가세연이 주역을 대신한 것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 (천만 분의 1의 가능성이나마) 도래할 지도 모르는 ‘검찰공화국’의 맛보기라고 확신한다. ‘검찰공화국’의 여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는 것에 내 손목을 건다.

국민의힘을 자폭시키고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주축이 되어 민주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을 끌어모은 ‘검찰당’이 다수 여당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야당 의원들을 끌어오는 동력은 ‘이준석 성상납 의혹 사건’처럼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축적한 정보 정도가 아니라 (윤석열 씨 자신이 그 부활을 예고한) 국정원, 경찰 등 정보기관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짐작컨대 윤석열 선대위에는 이미 이런 성격의 정보기구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준석 건은 아마도 이 팀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선대위는 출범 때부터 경찰과 정보기관의 베테랑들을 공개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기 자신 쌓아온 노하우를 총동원할 뿐 아니라 암암리에 현직들과 끈을 연결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내 두려움의 정체다. 이런 의심은 얼마 전 이재명 후보 아들 건에 이어 이번 이준석 성상납 의혹 폭로건을 통해 점점 더 확신에 가까워진다. 이들은 정보 수집의 전문가들일 뿐 아니라 정보의 가치와 그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들일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평생 정치공학을 연구한 (사이비) 학자들, 스스로 정치공작의 하수인으로 뛰었던 정치검사들에게 요리될 경우 어떤 가공할 일들이 벌어질까.

언론은? 내가 골든크로스에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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