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를 살았던 소시민들의 삶과 딜레마를 무대화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연극 “패션의 신”이 단 5회차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작품은 ‘어느 마술사 이야기(1970년대)’, ‘세기의 사나이(1910~1950년대)’, ‘깐느로 가는 길(1990년대)’, ‘타자기 치는 남자(1980년대)’ 그리고 최근 ‘무희-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1900년대)’로 이어지는 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해온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작업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역사적 상황이 던진 딜레마’와 ‘그 딜레마 앞에 선 소시민’이다.
패션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964년의 군사 독재와 베트남 전쟁을 ‘패션’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접근하며 지난달 12월 21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홍대 다리소극장에서 펼쳐진 작품 “패션의 신”은 진지한 고민과 성찰로 작품을 만들지만, 관객 앞에 마주한 공연은 재미가 있어야 말하는 차근호 작가와 최원종 연출이 다시 뭉친 이번 작품은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접근 방식으로 기존 역사극이 가진 무겁다는 인식을 버리고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우리 현대사에서 베트남전은 한국이 타국의 전쟁에 개입한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유보적이다. 역사책 속의 베트남 전쟁을 딜레마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존재인 우리에게 끌고 온 이번 작품은 동시대의 관객에게 ‘개인이 곧 역사’라는 명제를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에게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존의 작품들이 직접적으로 베트남전을 다루는 것과는 조금 달리 베트남전에 참전할 군인들에게 입힐 새로운 군복을 디자인하게 된 인물의 행적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군복’과 그것이 상징하는 이데올로기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 “패션의 신”에서 차근호 작가와 최원종 연출은 ‘군복’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내면까지 확장되어 굳건한 내면의 군복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군복’으로 상징되는 군부 독재의 시대에 ‘반공’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타국의 전쟁에 개입했던 베트남 전쟁은 지금까지도 긴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당시 한국은 ‘반공’과 ‘애국’을 명분으로 참전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베트남전은 한국 전쟁과 같은 이념 전쟁이 아니라 베트남의 독립, 통일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베트남전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고, 동시에 고엽제 등으로 평생 고통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명분과 정의, 생존과 이념, 베트남전이 1960년대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던진 이 딜레마는 수십 년이 지난 우리에게 지금도 유효하다. 단지 그 모습을 달리해 우리에게 던져질 뿐이다. 2021년 제29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에서 ‘타자기 치는 남자’로 수상한 차근호 작가는 군복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를 시작으로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가볍게 이어갈 수 있는, 웃으며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고민을 만들어주는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하여 주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은 2021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적 연극 부문에 선정된 작품 “메이드 인 세운상가”을 오는 1월 21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역사적 상황이 던진 딜레마 앞에 선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다루고 있는 다음 작품은 80년대 중반의 세운상가를 주제로 소극장 공연임에도 무려 22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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