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1995년 ‘꽁꽁 묶인 단어들’과 ‘다코다’로 두 작품 모두 연극상을 받으며 스페인을 비롯한 중남미 각국에서 공연 및 영화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조르디 갈세란(Jordi Galceran Ferrer)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뢴홀름 방법론(El mètode Grönholm, 2003)의 한국판 연극 ”최종면접“이 4년 만에 관객들에게 다시 찾아왔다. 2005년 마르셀로 피네이로(Marcelo Piñeyro)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고야상(스페인의 대표 영화 시상식)에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최우수각본상과 남우조연상 2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단 주변인들의 서충식 연출가의 ‘최종면접’에서 신랄하면서 냉소적인 강만식 역으로 출연했던 리우진 배우는 2018년 극단연애시절을 창단하며 창단공연에서 ”최종면접“ 작품의 각색과 연출을 맡아 성공적으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4년 만에 대학로에 다시 찾아온 이번 작품은 모든 배역이 투캐스팅였을 뿐 아니라 각 팀의 결말이 다르기도 했다. 원작의 결말을 그대로 가져와 부드럽게 풀어낸 팀과 한국식으로 각색해 속도감 있게 그려낸 팀의 매력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더해지며 2021년 연말과 2022년 새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1월 1일 신정까지 한성아트홀 1관에서 치열한 경쟁의 살벌한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비인간적인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의 관계를 코믹하게 보여준 이번 작품은 직업에 대한 성공과 윤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독창적이고 극적이면서 매력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냉소적이고 저돌적인 강만석, 수다스럽고 의뭉스러운 듯한 오병달, 젊고 감정에 솔직한 듯한 여성구, 남성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배로 일하고 자신을 누르는 김지애가 펼치는 배우들의 호흡은 고전적인 4중주 연주를 들려주는 듯 관객들을 취하게 만들며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어 주었다.

‘대학살의 신’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권력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 작품이기도 한 ‘그뢴홀린방법론’은 대한민국의 ”최종면접“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국경을 달리해도 변치 않는 기업경영문화와 교활한 채용 기술의 게임판에 관객들을 참여하게 만든다. 괴상하고 과장된 듯 보이지만 실상 너무나 현실적이다. 우리 사회가 1등만을 바라는 문화 역시 작품 속에서 궁극적인 소시오패스를 찾기 위해 일종의 병든 인재를 찾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네 명의 등장인물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서로 대립한다. 이들의 관계에는 이미 어떠한 감정도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남아 있지 않다.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사실 우리는 가장 비극적인 일에서 웃을 수 있으며, 아마도 이 희극은 관객들에게 아주 친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것은 바로 우리의 비극이고 동시에 희극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을 비롯하여 중남미 각국에서 꾸준히 공연되며 상업 연극보다 더 상업적인 연극으로 재미와 연극의 전통적인 작품성을 간직한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번 작품은 코로나19와 세계적 경기불황에 지쳐있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겨주며 극단연애시절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