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창작연습실 선정발표작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농밀한 이야기를 농담처럼, 새로운 시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창작집단 농담의 신작 “메이드 인 제인”이 서울문화재단 창작작업실 선정 발표작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가까운 미래 최초로 AI 로봇이 인간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창작집단농담의 연습실에서 낭독 쇼케이스로 만난 이번 작품은 로봇 요한이 왜 사랑하는 제인을 죽였는지 형사와 그의 부사수, 프로파일러의 조사를 통해 알아내려 한다. “메이드 인 제인”을 쓰고 연출한 신지인 작·연출가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서로를 마주 봐야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작품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공상과학 장르가 인기를 얻으려면 있을 법하거나 일어날 법하기에 공감대를 얻거나,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신기함을 느낄 때일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사랑할까?’라고 관객에게 묻는 이번 작품은 미완성의 낭독공연임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신지인 연출가는 “수없이 반복되어 온 사랑과 혐오, 차별과 이기심의 역사를 미래라는 가상의 시공간에 대입하여 바라보고자 하였다. 100년 전에 우리가 그러하였듯, 미래의 우리도 누군가의 인격을, 인간성을 무시하고 핍박하지 않을까? 그 존재가 인공지능 로봇이라면 어떨까?”라는 그의 질문은 슬프지만,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은 아닐 듯 싶다.
낯익은 설정과 장면의 클리셰를 더 클리셰 하게 표현하여 이화효과(alienation effect, 그 대상을 낯설게 하는 묘사방법, 소외효과)를 통한 의아함과 불쾌함을 은근히 깔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번 작품은 그 외에도 다양한 작은 시도들을 더 하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의 인공감정에 관한 철학적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뇌과학자 킹손 맨(kingson man)과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nmasio)교수는 2019년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의 ‘Homeostasis and soft robotics in the design of felling machine’에서 사람처럼 감정이나 의견·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임뷰잉 머신(imbuing machines)’ 개발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연극이나 공연예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창작집단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 창작집단 농담은 코로나19로 공연계가 힘들어진 지난해 구성원들과 함께 만든 단편영화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인 인디포럼에서 상영하기도 하였다.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창작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오합지졸’, ‘어벤져스’라 자신들을 칭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창작물들이 궁금하고 기대가 모아진다. 이들은 작년 촬영한 영화와 이번에 발표한 “메이드 인 제인”의 무대화를 위해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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