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종이로 만든 배 10돌 사소한 파티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극단 종이로 만든 배 10돌을 맞아 김은미 연출, 김지은 연출, 하일호 연출이 함께 모여 조그만 파티를 열었다. 세 명의 연출가가 블루, 레드, 보라 세 가지 색으로 함께 뜻을 모아 연출한 작품은 현대 미국 연극의 어머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수잔 글래스펠(Susan Glaspell)의 “사소한 것들(trifles)”이었다. 1831년 극본 ‘앨리슨의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의 이 작품은 그녀가 기자였을 당시 취재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단막극으로 페미니즘 문학의 탁월한 성취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1916년 처음 공연 당시 섬세한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핸더슨검사(김수현)가 수사하고 있는 살인사건의 취재를 위해 수잔 글래스펠(길윤이) 기자는 사건 현장에 함께 하게 된다. /(사진=Aejin Kwoun)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핸더슨검사(김수현)가 수사하고 있는 살인사건의 취재를 위해 수잔 글래스펠(길윤이) 기자는 사건 현장에 함께 하게 된다. /(사진=Aejin Kwoun)

하나의 작품을 세 명의 연출을 필두로 한 세 팀이 각기 다른 무대를 꾸미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사소한 것들 – 세 가지 시선”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31일까지 혜화동 1번지에서 펼쳐졌다. 보라 팀으로 참여한 극단 비행술은 각색 과정에서 작가 본인의 취재라는 배경을 반영해 기자 시절의 수잔 글래스펠을 직접 등장시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을 바라보도록 각색하여 다른 팀과 차별성을 두었다.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과일절임은 일반적으로 남성들에게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상징이다. 부엌의 더러움은 더 이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바느질의 마무리가 엉망인 것은 그녀가 무엇인가를 두려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장은 주요 클라이막스로 그녀의 고립과 학대를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단순한 도구적 기능보다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지시적 또는 상징적 의미를 달리 전달한다. /(사진=Aejin Kwoun)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과일절임은 일반적으로 남성들에게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상징이다. 부엌의 더러움은 더 이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바느질의 마무리가 엉망인 것은 그녀가 무엇인가를 두려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새장은 주요 클라이막스로 그녀의 고립과 학대를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단순한 도구적 기능보다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지시적 또는 상징적 의미를 달리 전달한다. /(사진=Aejin Kwoun)

한 남자의 죽음을 수사하는 검사와 수사관인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시선과 여자들이 바라보는 ‘사소한’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여성들의 연대의식을 “사소한 사건”의 숨겨진 비밀 속에 풀어낸 수작 “사소한 것들” 보라 팀을 연출한 김지은 연출가는 원작의 텍스트에서 복수 대명사와 단수 대명사로 보여주는 사소한 장치를 통해 하나의 결과에 둘 이상의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며, 세 명의 여성이 사건에 공모하게 되는 장면들을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암시하는 조명과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로 영리하게 표현하였다.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죽음을 통한 새의 궁극적인 자유는 남편의 죽음을 통한 부인의 자유와도 공명한다. 사랑 없는 결혼 후 아이도 없이 우울한 집에 갇혀 억압에 질식하던 그녀는 감옥에 갇혔지만 영혼은 복수를 통해 해방되었을는지 모른다. 그녀들은 사소함을 찾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자신들이 발견한 비밀을 굳이 알리지 않는다. /(사진=Aejin Kwoun)
“사소한 것들” 공연사진 | 죽음을 통한 새의 궁극적인 자유는 남편의 죽음을 통한 부인의 자유와도 공명한다. 사랑 없는 결혼 후 아이도 없이 우울한 집에 갇혀 억압에 질식하던 그녀는 감옥에 갇혔지만 영혼은 복수를 통해 해방되었을는지 모른다. 그녀들은 사소함을 찾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자신들이 발견한 비밀을 굳이 알리지 않는다. /(사진=Aejin Kwoun)

극단 비행술만의 독특한 해석을 담아 남성과 여성이 정보를 찾고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를 놀랍도록 강조한 작품 “사소한 것들”에 이어 1회 ‘느닷없이, 10분 난장’에 함께 했던 조정일 작가의 작품 “펭귄”까지 두 작품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사소한 것들”과 정 반대 분위기인 “펭귄”은 소소하고 잔잔한 웃음이 있는 이야기로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향한 포옹과 같은 작품으로 김지은 연출가의 세심한 연출로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펭귄” 공연사진 | 한 때 배우였지만 현재 남극세종기지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석기(김수현)과 같은 과 후배였지만 지금은 펭귄을 연구하는 학자가 된 미래(방선혜)가 남극에서 만난다. /(사진=Aejin Kwoun)
“펭귄” 공연사진 | 한 때 배우였지만 현재 남극세종기지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석기(김수현)과 같은 과 후배였지만 지금은 펭귄을 연구하는 학자가 된 미래(방선혜)가 남극에서 만난다. /(사진=Aejin Kwoun)

세 팀의 공연임에도 각 팀당 3일간의 너무나 아쉽게 짧은 기간 관객들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재공연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그러기 위해 팀마다 중단편이 아닌 단독 공연이 가능하도록 작품을 좀 더 발전시킬 예정이다. 당대, 구석진 곳, 소수자의 목소리에 빛을 비추고 있는 극단 종이로 만든 배와 숨어있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창작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 비행술과 프로젝트 두줄이 함께 한 이번 프로젝트가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사소한 것들"&"펭귄" 출연진_펭귄_미래(방선혜), 사소한것들_핸더슨검사/펭귄_석기(김수현), 사소한것들_피터슨부인(김보경), 해일부인(방주란), 기자 수잔(길윤이) /(사진=Aejin Kwoun)
"사소한 것들"&"펭귄" 출연진_펭귄_미래(방선혜), 사소한것들_핸더슨검사/펭귄_석기(김수현), 사소한것들_피터슨부인(김보경), 해일부인(방주란), 기자 수잔(길윤이) /(사진=Aejin Kwoun)

극단 비행술은 지난해 밀양공연예술축제에서 신진상을 수상했던 “하멜린”으로 2022년 신진연출가전에 참가가 확정되어 지난해 단 하루 관객과 마주했던 아쉬움을 풀어낼 계획이다. 그리고 관광지를 배경으로 삶의 터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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