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적었지만 대안은 여전히 모호, 선대위마저 '패싱' 논란

[서울=뉴스프리존]고승은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기습적으로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과 관련, 왜 입장을 갑자기 바꿨는지 공약 세부사항은 과연 준비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0월 경선 당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했는데, 돌연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수정·김민전 전 공동선대위원장과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영입했던 것과는 또 정반대 행보인만큼, 이런 급변신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기습적으로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과 관련, 왜 입장을 갑자기 바꿨는지 공약 세부사항은 과연 준비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급진적 페미 인사들을 영입해 전면에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기습적으로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과 관련, 왜 입장을 갑자기 바꿨는지 공약 세부사항은 과연 준비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급진적 페미 인사들을 영입해 전면에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와도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덜컥 자신의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10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를 너무 준비 없이 막 던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그 공약은 우리 정책본부에서 한 건 아니다"라며 "대신 그 내부에서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원희룡 본부장은 "후보가 직접 올렸고,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어서 저희도 7글자 올린 것을 두고 '이게 뭐지? 칠언절구로 가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발표하는 당시에는 몰랐다. 대신 직후에 후보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본부장은 '이 정도의 정책 변경이면 정책본부장이나 대변인이  미리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질의에 "선 조치 후 보고, 이런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즉 자신을 '패싱'한 논란에 대해 개의치 않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선대위 수장을 맡은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권영세 본부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여가부 폐지 공약은)윤석열 후보가 경선 당시부터 했던 공약"이라며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본부장은 "원희룡 본부장은 경선 당시에는 같은 후보로 뛰었으니 몰랐던 것 같은데 윤석열 후보가 당선돼 후보 공약 위주로 가는 부분이니까 아마 원희룡 본부장에게 따로 말은 안 드렸던 거 같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소위 '여성계 카르텔'의 핵심으로 꼽히며 젊은 층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은 여가부와 '여성'만 앞세우는 페미니즘에 대해 극렬 반발하고 있다. 즉 개편되어야할 대표 부서로 늘 손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여성가족부는 소위 '여성계 카르텔'의 핵심으로 꼽히며 젊은 층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은 여가부와 '여성'만 앞세우는 페미니즘에 대해 극렬 반발하고 있다. 즉 개편되어야할 대표 부서로 늘 손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해 아직까지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취재진에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라면서도 "더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선대위 대변인이 '여가부를 대체할 새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자 윤석열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며 "그 어떤 발언일지라도, 저 윤석열의 입에서 직접 나오지 않는 이상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다만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입장이 경선 때와는 왜 달라진 것인지, 성평등을 다룰 기관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돌연 '여가부 폐지'를 꺼내든 것은 젊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만 심리를 최대한 자극하여, 잃었던 표심을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봄 재보궐선거에서 큰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던 전력이 있었으며, 홍준표 의원이 지난 대선경선 과정에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윤석열 선대위는 앞서 급진적 페미 성향인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신지예 전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당시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선대위는 앞서 급진적 페미 성향인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신지예 전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당시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에 이어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까지 영입하는 등, 소위 급진적 '페미' 성향의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들의 발언들은 연이어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가 영입된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학점 안 나온다"고 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같은 구설수들이 이어지면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청년들 표심이 계속 떨어져나가자, 다급한 마음에 돌연 입장을 거의 180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또 변질된 페미니즘과 여가부 비판에 앞장서며 젊은 남성을 지지기반으로 만든 이준석 대표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런 태세전환이 과연 진정성이 있을지, 효과는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저 '조삼모사'식 눈속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을 전망이며, 젊은 층에게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여성계 카르텔'을 그냥 두고선 여가부 폐지 선언은 과거 박근혜의 '고심 끝에 해경 해체' 선언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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