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민주 투사로 일생을 보내고 아들의 곁으로 11일 떠났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시대의 어머니'로 불린 고(故) 배은심 여사가의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고인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20여 년간 애썼지만 일부에서 소위 '운동권 셀프 특혜'라며 폄하하는 것에 마음 아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말까지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날은 배 여사의 여든세 번째 음력 생일로 안탁까움을 더했으며, 오전 10시 10분께 빈소가 차려진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영정 앞에는 고인을 위한 생일 케이크가 놓여졌으며, 유족들과 장례위원회는 고인을 위한 제를 지낸 뒤 5·18 민주광장으로 유해를 운구했다.

장례위원회는 마지막 길을 5·18 민주광장까지 만장과 도보 행렬이 뒤따르는 노제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

이렇게 고인은 200여명의 추도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노제는 연세민주동문회 이인숙 회장이 연보낭독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2022.1.11
11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2022.1.11

이어 한동건 상임장례위원장(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배 여사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한 이사장은 10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은 어머님의 유지이기도 했다"면서 "그것을 위해 노력해오셨는데 아직까지 못 이루고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민주유공자법은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유신 반대 투쟁, 6월 항쟁 등에 나섰던 이들도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배우자·자녀 등에게 교육·취업·의료 등을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9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설훈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범여권 의원 73명과 함께 이 법안을 공동발의 했다가 닷새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부담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진보연대 김재하 대표와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전남추모연대 박봉주 공동대표가 추도사를 맡았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87년 잔인한 국가폭력에 사랑하는 아들을 앞세워 보내야 했던 어머니는 한평생을 편한 집 대신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로 나서야 했다"며 "약자를 품어 안은 시대의 어머니셨다. 이 땅의 수많은 민주시민은 어머니의 강인한 눈빛과 따뜻했던 품을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장녀인 이숙례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했다. 고맙고 사랑한다"며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노제에서 만장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2022.1.11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故) 배은심 여사의 노제에서 만장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2022.1.11

노제를 마친 배 여사의 유해는 지산동 자택을 들른 뒤 망월동묘역 8묘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 묘역은 배 여사의 남편이 안장된 곳으로 이 열사의 묘소를 멀리 마주 보고 있다.

배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화·인권 운동 등에 헌신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왼쪽) 여사와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왼쪽) 여사와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우리가 민주주의 인프라를 이루는데 헌신했던 사람 또는 가족에 대해서 예우를 해주고 그게 맞게 명예회복을 해주자는 법"이라며 "(일부에서) 그걸 마치 옛날에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셀프 보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어머님이 평생 해오신 걸 폄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참 (어머님을) 보내면서 저희도 마음이 아주 많이 무겁다. 어머니가 그 부분에 대해서 아주 신경을 많이 쓰셨다"며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거의 완성에 가까운 핵심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아직도 그게 '셀프 보상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대해 정치권에 강력하게 요구해왔다"며 "20~30년이 돼서도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나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총력 집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선 고인의 뜻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민주유공자법과 관련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은 보상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고인의 희망을 꼭 지켜드리고 실현하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뒤 퇴원했지만, 퇴원 사흘 만에 다시 쓰러져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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