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류 납품 업체 “생존권 달린 문제” 반발 전면 철회 촉구
대전시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가 우선”… 업체 입장엔 이해
업계의견 들어 재공고… 한 사업에 3차례 공고 ‘행정 미숙’ 지적도

[대전=뉴스프리존] 김일환 기자= ‘2022학년도 학교급식 축산물 공동구매 지원사업’을 놓고 학교급식 가금류 납품 업체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전시가 고심에 빠졌다.

대전시는 학생들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학교급식 지원 사업에 관한 지침을 수립해 추진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받아졌기 때문이다. 

11일  ‘학교급식 축산물 공동구매 지원사업’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11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32개 초등학교에 납품할 6개 육류업체를 선정한다는 ‘긴급 모집 공고’가 촉발시켰다.

이 공고문은 가금류 업체를 배제한 육류업체 6곳을 선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일부 학교급식 가금류 납품 업체들이 반발했다. 통상 육류와 가금류를 구분해 입찰에 오던 방식을 육류에 가금류를 포함시켜 가금류 업체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게 했다는 것이다.

절반이 넘는 40여 업체들은 대전시청을 수차례 항의 방문하며 시행사업에 대해 시행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행정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일었다. 공고문에 ‘긴급’을 단 것도 의혹을 샀다.

이에 시는 이틀 뒤인 17일 공고를 취소, 선정 기준을 개정해 재공고했다.

선정 업체를 대전 소재의 육류 납품업체와 가금류 납품업체로 나눠 각 6곳으로 개정했다.

오는 18일 하루 신청서 접수하며, 공급 기간은 3월부터 1년간이다. 공급 품목은 쇠고기(한우), 돼지고기, 가금류(닭·오리)로 한우는 2등급 이상, 돼지고기와 닭·오리는 1등급 이상, 무항생제 품질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금류 업체가 따라갈 수 없는 기준이 포함돼 입찰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무항생제 품질인증’ 문제의 2차 반발이다. 무항생제 품질인증을 득하기 위에서는 비용이 든다. 100만 미만이지만, 1년마다 득해야 하기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이들 업체는 무항생제 품질인증을 득한 기업의 제품을 받아 납품하기에 따로 득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 업체는 대전시청을 찾아 항의를 이어갔다. 지난 10일에는 시청 북문 앞에 모여 학교급식 축산물 공동구매 지원사업에 대해 시행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도 했다.

가금류 납품 업체들은 “이번 공동구매는 실상 일부 대형 업체들에 특혜를 주기 위한 수의계약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없다”며 “이는 졸속행정이 불러온 대참사”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현 코로나 시대의 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움에 부닥쳐있고, 소상공인을 도와야 할 지자체에서 오히려 더 많은 소상공인(납품업체)을 죽이려 하고 있다”며 “기존 70개씩의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6개의 업체만 선정해 1년간 32개의 학교를 독점적으로 납품하게 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나머지 64개의 소상공인 업체를 말살하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육류와 가금류가 분리돼 입찰하던 학교들이 하나둘씩 육가금이라는 항목으로 편입돼 우리 가금류 업체들이 써낼 수 있는 학교 수가 대전시 초중고 302개교 중 180여 개교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점점 가금류 업체의 설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빼앗아간다면 멀지 않아 가금류 업체는 폐업의 길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급식납품 가금류 업체는 월평균 소득에 대한 이익금이 200만 원에 못 미치는 업체가 절반이 넘는 실정이다.

이들은 “우리 납품업체들은 지난 2년 동안 집합금지와 제한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역지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여파로 초기 3개월간 휴업과 등교제한, 원격수업 등으로 인해 등교학생 수가 줄어 우리 가금류 업체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납품업체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금류 납품 업체들은 무항생제 안전한 식재료를 우리 아이들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목적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지금 진행하고자 하는 공동구매 방식은 공동구매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 공동구매 방식은 가금류 업체를 어려운 가운데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기에 가금류 업체들을 점차 폐업의 길로 내몰리게 하는 공동구매 사업자선정은 없어야 한다”며 학교급식 축산물 공동구매 지원사업의 전면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이와 관련 대전시도 고심이 깊다. 학교급식 공동구매 지원사업 수립은 학교와 학부모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학교들의 신청을 받아 추진하는 것으로, 각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다. 좋은 식재료로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식재료 공동구매 지원사업의 최우선 목표다.

하지만 일부 소상공인과 자영업체의 생존권이 달렸기에 대전시도 한 발 빼는 모습이다. 현재 공고문을 취소하고 이들 업체 의견을 반영해 재공고할 방침이다.

시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좋은 식자재로 안전한 학교급식 문화를 만들고자 수립한 계획”이라면서 “이들 업체의 어려움은 알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은 물론 이들 업계의 의견도 반영해 공고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좋은 식자재와 안전한 학교급식이 우선”이라면서 “업계에서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시간을 주면서 학교 급식 문화 개선에 점차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개 사업에 3번의 공고를 부칠 대전시 정책에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자칫 행정의 미숙함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반면 학생들을 위해 수립한 계획인 만큼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민은 “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적 미숙으로 재공고를 하고, 또다시 공고를 취소해 공고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좀 더 촘촘한 계획 수립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코로나 시대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 아이들이 먹을 안전한 학교급식이 먼저 아니겠냐”면서도 “좋은 식재료 확보와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하고자 수립한 정책인 만큼, 현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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