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더 힘든 삶을 향한 시선, "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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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더 힘든 삶을 향한 시선, "히야"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2.01.1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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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의 ‘인간에 대한 예의’ 단막극을 원작으로 창작집단 곰 강제권 대표가 재창작하고 이자순 연출가의 연출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후암스테이지에서 관객들과 함께한 작품 “히야”는 활동보조인 제도가 없던 시절, 시골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힘겹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 장애인의 실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히야”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히야” 공연사진 |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태준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몸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라디오를 낙으로 방안에서만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작품을 재창작하고 지체장애인 태준을 연기한 창작집단 곰의 강제권 대표는 어눌한 소리와 표정으로 그의 희로애락을 관객들에게 전하며,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사진=Aejin Kwoun)

처음에 15분짜리 쇼케이스 공연으로 만들어지고, 다음 대학생들의 수업시간에 맞춰 55분으로 맞추어 공연하다가 말모이에 참가하기 위해 75분짜리 단막으로 만들어졌다.  강제권 대표가 재창작하고 지체장애인으로 연기를 보여준 초연에서는 겨울에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을 칭하는 ‘하늬바람’이라는 제목이었던 이번 작품은 개인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족의 이야기로 좀 더 가자는 생각과 극 중 어린 동생이 형을 부르는 명칭이 극과 딱 맞을 것 같다는 선배 작가의 조언으로 “히야(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형'을 나타내는 말)”로 또 다른 출발을 하며 작품명을 변경하였다.

“히야”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히야” 공연사진 | 태곤은 어머니가 힘들게 형을 부양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형만을 우선하고 자신은 알아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이 집안이 싫을 뿐이다. 자꾸만 엇나가는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사진=Aejin Kwoun)

2005년 12월 19일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집 방안에서 장애인이 싸늘하게 얼어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주검이 발견된 후 언론은 단 2줄로 그의 죽음을 보도했다. ‘혼자 사는 40대 지체장애인이 냉방에서 동사. 오래된 보일러가 터져 물이 방으로 흘러들어오는 사고로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흔한 살 나이로 비참하게 유명을 달리한 그의 죽음으로 2년 뒤부터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 제도화가 국회에서 법으로 비로소 통과가 되었다. 장애인으로서의 그의 모습보다 우리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던 그와 그의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강제권 대표는 이야기한다.

“히야”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히야” 공연사진 |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태준이지만 매일같이 기분좋은 상상을 하며 행복한 꿈을 꾼다. /(사진=Aejin Kwoun)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없는, 그래서 가족의 짐으로만 살다가 외로이 죽어간 한 인간의 비극을 담은 이 작품은 장애인의 활동 보조 지원이 제도화된 계기가 된 실화라는 의미만을 갖는 건 아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들,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한 장애인뿐만 아닌, 많은 소외되고 방치된 삶 속에서 발생되는 사건들을 자주 발견한다. 노인부터 청년까지 고독사와 자살사건…. 그리고 TV에서 보육원의 보호 종료된 청년들의 벼랑 끝에 선 삶들이 보도된다. 이렇게 뉴스가 되고, 사회적 쟁점이 될 때는 이미 비극이 벌어지고 난 뒤이다. 비극이 사건이 된 후에야 미처 돌아보지 않던 삶들을 돌아보는 시선이 생기고, 그제야 그런 삶을 보호하는 제도나 법이 만들어진다.

“히야”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히야” 공연사진 | 갑작스레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태준. 동생 태곤과 친구이자 원수였던 용태는 홀로 남게 된 태준을 나름 걱정한다.  /(사진=Aejin Kwoun)

작품을 연출한 이자순 연출가는 삶을, 인간의 모든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사회적 관심이, 인간에 대한 예의가 더 늦기 전에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에 담긴 “니, 밥은 묵구 다니나?!” 무심하고 투박한 이 말엔 참 많은 마음이 담겨 있다. 살펴보면서 걱정하는 것이다. 그 한 마디에 누군가의 현재 상황이 발견되기도, 밥 한 끼 함께 하는 따뜻한 풍경을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들지만, 이 힘든 시기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더 힘든 삶을 향한 시선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라고 관객들에게 소망을 전하였다.

“히야”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히야” 공연사진 | 이장 부부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태곤부부를 대신해, 동사무소에 장애인 지원제도를 알아보지만...너무나 미약할 따름이다. 태준이 홀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기에는... /(사진=Aejin Kwoun)

따뜻한 봄과 함께 얼어붙은 지금의 상황에 해가 들기를 바라며 그는 3월 ‘극단괸당들’과 ‘제나 잘콴다리여’를 제주에서, 뮤지컬 ‘말줄거리악극단’을 씨어터쿰에서 올릴 예정이며, 11월 교육 뮤지컬 공연과 12월 극단 경험과상상을 통해 또 다른 신작 발표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은 초중교를 방문하여 공연할 ‘언제나 맑음’의 차기작을 쓰고 있다. 이번 작품에 대해 나름 진행이 빠르지만, 감정적인 부분과 호흡에 있어서 미흡하다는 평가도 들은 강제권 대표는 다음번에는 훌륭하신 작가님께 드라마터그를 부탁드려 1시간 40~50분 분량의 장막극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장막극 “히야”로 연극제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히야” CAST_ /(사진=Aejin Kwoun)
“히야” CAST_남자(주원규), 용태(신지인), 태곤(한덕균), 아이(윤아련), 엄마(성경선), 태준(강제권), 여자(이지수), 이장(정욱권) /(사진=Aejin Kw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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