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고 돌아 MBC·YTN 항의방문...언론인 해고의 주범이었던 국민의힘

[서울 =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 방송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당 차원의 실력 행사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서울 서부지법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낸 상태로 14일,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열고 김씨 측과 MBC 측의 입장을 들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2.1.14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2.1.14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목요일 김씨 측은 16일로 예정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의 통화녹음 파일 방송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은 전국언론노조MBC본부 서울지부는 13일 저녁 “MBC <스트레이트>의 윤석열 후보 부인 녹음파일 방송 예정과 관련 노조는 “부당한 방송장악 시도이며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와 간섭”이라며 “구시대적 방송장악 시도이며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와 간섭”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MBC 측은 이에 "김씨는 유력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로 검증의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버텼고, 의원들은 "우리에게도 말할 권리가 있다, 방송을 장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며 항변했고, MBC 조합원들은 "그저께는 CBS, 어제는 YTN, 오늘은 MBC, 내일은 또 어디를 갈 예정인가?"라며 "방송장악 예행연습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언론사 항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과 1월 13일 등 이미 두 차례나 YTN 사옥을 항의 방문했다. YTN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YTN ‘돌발영상’과 ‘뉴있저’가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관련 취재·보도에 문제가 있고, 풍자·비판이 국민의힘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힘이 YTN의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라며 “조롱 섞인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집단적으로 언론사를 항의 방문하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겁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YTN ‘돌발영상’과 ‘뉴잊저’ 제작진들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회사 항의 방문과 논평을 통한 제작진에 대한 공격은 제1야당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명백한 폭력이자 언론 자유와 방송 제작의 자율, 편집권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작진을 향한 부당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노골적 비하, 언어폭력뿐만 아니라 출연진에 대해 편향된 잣대까지 들이대는 건 권위주의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까지 연상케 하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MBC·YTN 파업과 언론인 해고의 주범이었던 국민의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의 보도 관련 항의방문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 언론노조 YTN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의 보도 관련 항의방문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 언론노조 YTN지부

국민의힘의 YTN과 MBC 항의 방문을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졌던 두 언론사의 파업과 언론인 해고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2012년 MBC 김재철 사장은 업무 방해를 이유로 파업을 벌인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4년 YTN 구본홍 사장은 퇴진을 요구하는 노종면 위원장 등 YTN 조합원 1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를 했다.

MBC·YTN 기자와 PD, 제작진들이 파업을 하다가 해고를 당한 것은 사장들이 모두 낙하산 인사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하도록 보도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여권과 일부 친여 방송의 괴벨스 본능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방송사는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던 언론이다.

오히려 언론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 국민의 외면을 받게 했고, 언론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됐다.

현재 ‘김건희 7시간 녹음 파일’ 방송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MBC가 윤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방송을 한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항의 방문을 통해 언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과거에 보여줬던 전형적인 언론 길들이기와 언론 탄압의 재연이다.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MBC·YTN 파업과 해고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7시간 분량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MBC를 상대로 김씨 측이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법원이 14일 오후 4시까지 김씨와 MBC 측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악의적으로 기획된 특정 세력의 '정치공작'으로 판단된다"며 서울의소리 소속 이씨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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