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칼럼] 부부의 정
상태바
[덕산 칼럼] 부부의 정
  • 김덕권
  • 승인 2022.01.17 0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두려울 까요? 그건 아마 ‘알츠하이머(癡呆)’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렇게 현재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소위 ‘노인성치매’입니다. 치매는 치료를 해야 하는 본인은 물론, 주위 가족들의 삶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65세 이상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여성 치매환자의 비율이 약 64%로, 남성에 비해 더 높다고 하네요.

그 치명적인 치매노인 부부에게 찾아온 어느 병원장이 전하는 안타까운 부부의 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아 한번 들어 봅니다.

【유난히 바쁜 어느 날 아침에 나는 보통날 보다 일찍 출근을 했는데, 80대의 노인이 엄지손가락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 했습니다. 환자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9시 약속이 있어서 매우 바쁘니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병원장인 나를 다그쳤습니다.

나는 환자를 의자에 앉으라고 했고, 안절부절 초조해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 워 보다 못해 직접 치료를 해드리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서두르시는 걸 보니 혹시 다른 병원에 또 진료 예약이라도 있으신가 보죠?” “아닙니다. 원장님! 그게 아니고 요양원에 입원 해 있는 제 아내와 아침식사를 매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시 노신사에게 물었습니다. “부인의 건강 상태가 어떠하신데요?” “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씀이지만, 제 아내가 알츠하이머(癡呆)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약속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부인께서 많이 언짢아하시나 보죠?” 그런데 의외로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원장님! 아내는 남편인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물었습니다. “부인께서는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매일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요양원에 가셔서 아내와 아침 식사를 같이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노신사는 인자(仁慈)하면서도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면서, 제 손을 살며시 잡으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인 나를 몰라보지만, 나는 아직 아내를 알아보거든요. 원장님!” 노신사가 치료를 받고 병원을 떠난 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애써 참아야 했습니다.

나는 오늘 그 노신사를 통해 부부의 정이 무엇인지, 사랑의 참된 모습, 진실한 사랑을 발견한 것 같아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참다운 부부의 정이란 무엇일까요? 치매가 걸렸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요?】

부부의 정이 참으로 영원할 것 같고, 무한할 것 같은 착각 속에 어이없게도 지내고보면 찰나인 것입니다. 오래전 병문안을 드려야할 곳이 있어 어느 병원 6인실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암환자 병동이었지요. 그런데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는 대부분이 환자의 아내였습니다.

옆의 여자 병실도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 대부분이 할아버지가 아니면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이었습니다. 늙고 병 들면 자식도 다 무용지물인 것 같습니다. 곁에 있어줄 존재는 오로지 아내와 남편뿐이니까요. 부귀영화를 누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이들도 종국에는 곁에 있어 줄 사람은 부부뿐입니다.

오늘저녁에는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혹 한쪽이 못 알아보기 전에“여보 사랑하오! 그간 고생했소!” 두 손을 잡고 마주 잡고 고백을 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주마등같은 지난 세월에 부부의 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 것입니다.

원불교 교리에 <부부의 도>가 있습니다. 「가정의 비롯은 부부라, 부부 사이에 먼저 도가 있어야 하나니, 옛 성인의 말씀에 군자의 도가 부부로 비롯된다.」 하신 것이 곧 <부부의 도>입니다. <부부의 도>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화합(和合)입니다.

부부가 서로 경애하고, 그 특성을 서로 이해하며, 선을 서로 권장하고, 허물을 서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을 서로 도와서 끝까지 알뜰한 벗이 되고 동지가 되는 것이지요.

둘째, 신의(信義)입니다.

부부가 서로 그 정조를 존중히 하고 방탕하는 등의 폐단을 없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드러난 대악(大惡)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지요.

셋째, 근실(勤實)입니다.

부부가 서로 자립하는 정신 아래 부지런하고 실답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넉넉한 가정을 이룩하며, 인륜에 관한 모든 의무를 평등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지요.

넷째, 공익(公益)입니다.

부부가 합심하여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 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선 사업이나 교화, 교육, 사업 등에 힘 미치는 대로 협력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 이 <부부의 도>를 실행하고 계시겠지요? 우리 더 늦기 전에 서로 마주앉아 “여보 사랑하오! 그간 고생했소!”하고 말하며 두터운 ‘부부의 정’을 가슴에 새겨보면 어떨 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1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