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대통령은 직접 성명서를 낭독 ⓒ연합뉴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여러가지 법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고 보여진다. 여권의 적폐청산 작업과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이 전 대통령이 17일 '보수궤멸', '정치보복' 카드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이 배수진을 치고 나섬에 따라 검찰 수사가 현 정권과 전전(前前) 정권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퇴임 후 처음으로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직접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표는 13문장 정도 됐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중인 다스의 실소유주, 그리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단 한줄도 없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조실장은 독대 보고할 위치도 아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핵심 측근인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전날 아침 이 전 대통령이 성명서 발표를 준비하도록 지시했고, 참모진들이 모처에서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며 "마지막은 이 전 대통령께서 직접 원고를 다듬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보도자료 배포 몇 시간 후에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비서관이 구속됐다. 그리고 독대에 대해선 김주성 전 실장 외에 류우익 전 비서실장까지 검찰에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박이 무색해졌다. 이렇게 검찰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반박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한풀이 수사'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최근의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린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여권의 적폐청산 수사가 정치적 의도 하에서 진행되는 부당한 수사라는 주장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수세에 몰린 보수진영을 결집해 '방어벽'을 쌓아보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는 자신이 현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상당히 엄중한 톤으로 "재임 중에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 제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어차피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부하'들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보스'인 자신을 직접 겨냥하라는 의미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 같은 입장이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현 단계에서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발언에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제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 이렇게 얘기했다. 국정원 특활비, 다스 실소유주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고 검찰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발언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에 직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자유한국당, 그리고 일부 보수층에서 제기하는 것이 바로 정치 보복 프레임이다. 이 전 대통령이 같은 맥락에서 언급한 건 보수층, 그 중에서도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일종의 여론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혹 해명보다는 여론적을 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를 들면 "태극기 집회에 대해 촛불집회 두배도 넘는다,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 전대통령의 발언 중에 4대강,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를 수사했지만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원외교는 앞장 선 공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고 파산 위기에 몰린 곳도 있다. 제2롯데월드는 제대로 검찰 수사가 된 적이 없다. 그리고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임기 중에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들이 구속되면서 직접 사과까지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문재인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적 대응 등 정면대응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연희동에서 측근들과 나란히 선 채 발표했던 '골목성명' 이후 전직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항의 성명 중 가장 강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A4 한 장짜리 입장문을 읽던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여러 차례 밭은 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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