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부인으로 ‘충격적 발언’ 다수, 조국 일가 검증과 다른 보수언론

[뉴스프리존] 정치권에 촉각을 곤두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가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26일 이력서 등에 허위이력으로 사과 기자회견 이후 김건희씨가 다시 한번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저녁 방송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 전 국민의힘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MBC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16일 방송 이후 언론 반응은 두갈래로 갈렸다. 

일부 언론은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에게 '선대위 캠프로 오라'고 한 것, “내가 시키는 것을 하면 1억 주겠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사건과 관련해 “보수쪽에서는 돈을 챙겨주니까 미투가 안터지는 것”'과 같은 발언이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 내용이 정말 공적인 영역이 맞느냐”며 사인(私人)간 대화를 공중파에서 방송할 정도로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켜야 했나”라는 반응도 나온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이 통화가 사적인 내용 위주라며 취재 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정치공작’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김씨의 7시간에 걸친 통화 내역에 대해 정치권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정작 방송 이후 여권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김 씨의 ‘쥴리 의혹’에 대한 반박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등 기대했던 내용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방송 직전 민주당 선대위는 논평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MBC,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일부 내용 공개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MBC,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일부 내용 공개 =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MBC 화면 캡춰)

친여 성향의 류근 시인은 방송 직후 페이스북에 “소문난 잔치 불러놓고 결국 김건희 쉴드”라며 “누이도 매부도 면피 성공. 김건희 악재를 호재로 바꿔주는 이적 시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를 향해 “엠XX이 엠XX 했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도 “내가 김 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며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친이재명 성향의 커뮤니티에서조차 “쥴리 아니라는 설득력을 오히려 강화시켜줬다” “MBC 장난하냐. 쥴리 안 했다는 거, 동거 안 했다는 거 대변해주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은 ‘스트레이트’ 시청자 게시판에 ‘김건희 해명방송이냐’는 항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방송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방송(스트레이트)에 일침을 놨다. 그는 이어 올린 글에선 “그런데 지금 와서 궁금한데 더불어민주당은 왜 ‘본방 사수’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 건가”라고 비꼬며 반격에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17일 새벽에  “MBC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변죽만 올리고 시청률 장사만 잘했다”라며 “틀튜브(틀딱+유튜브)들이 경선 때 왜 그렇게 집요하게 나를 폄훼하고 물어뜯고 했는지 김건희씨 인터뷰를 잠시만 봐도 짐작할 만하다. 다른 편파언론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앞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씨가 먹을 게 있으니 왔다는 말도 충격이고, 탄핵을 주도한 보수들은 바보라는 말도 충격일 뿐만 아니라 미투없는 세상은 삭막하다는 말도 충격이다”라며 “참 대단한 여장부다”라고 평가했다. 홍 의원은 이같은 글을 올렸지만 “더이상 대선 포스팅이 무의미하다”며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김씨의 7시간에 걸친 일부 통화내용에 대해 정치권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판을 흔들만한 폭발력 강한 발언은 없었다”가 중평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통화 속 김 씨의 모습을 두고 ‘시원시원하다’, ‘호감형이다’, ‘걸크러쉬다’ 등의 호평마저 나왔다. “국민의힘 해명 보고는 안 믿었는데 김건희가 직접 말하니까 믿어지네”, “본격 해명 방송이었다”, “이 방송으로 쥴리가 아닌 건 확실해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줄을 지었다. 일부에서는 김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김씨의 7시간에 걸친 통화내용이 ‘충격’이 아니라는 평가는 이른바 ‘쥴리’나 ‘양 모 검사 동거설’ 등 일반국민이 궁금해 한 것이 나오지 않아서 일 것이다. 

지난번 허위이력 사과 기자회견은 엄청난 물증앞에 김씨 스스로 “잘 보이려 경력 부풀리고 이력을 잘못 적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통화내용은 친한 기자와 사적으로 대화 한 것이며, 자신에 대한 ‘방어적’인 측면의 대화임을 감안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인정할 일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6월말 신생매체인 ‘뉴스버스’와의 통화에서 “쥴리할 시간이 없었다”라는 발언의 연장일 뿐이다. 

사실 ‘쥴리’나 ‘양 모 검사 동거설’ 같은 사안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다. 대선 후보의 부인은 법적인 지위가 보장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중요한 자리이다. ‘미래 영부인’에 대한 검증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보수언론은 ‘선정적 이슈’를 경계한다면서도 ‘쥴리 논란’ 등 사생활 논란을 해명했다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김씨의 발언, 특히 ‘선대위 캠프 참여 제안’이나 조국 부부 구속수사 건, 무엇보다 ‘미투 관련 안희정 전 지사 발언’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건희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운동인 '미투'를 폄훼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하고 있다. (MBC 화면캡춰)
김건희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운동인 '미투'를 폄훼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하고 있다. (MBC 화면캡춰)

김씨는 통화녹취에서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보수)는”이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지사가 불쌍하다고 언급하면서 그것은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씨의 이같은 발언은 아무리 사적인 발언이라 하더라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운동인 '미투'를 폄훼하고,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가 아닌 여성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투 사건과 관련한 발언은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이는 방송 이후 국민의힘 선대위 성명이지 김씨의 입장은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수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의소리의 백은종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MBC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건희씨가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려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면서 “이 말은 정말 충격적이고 김건희씨가 검찰총장이었나"라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를) 김건희씨와 상의를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발언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내가 정권을 잡으면 나에게 비판적인 언론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경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라는 발언이다, 이 내용은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되지 않자 서울의소리가 직접 보도한 내용이다. 

이외에도 ‘충격적’인 발언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언론은 ‘정치공작’이라 하면서 ‘폭발적 사인’은 없다고 몰아간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선대본부 회의에서 MBC가 전날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유튜브 매체 기자 간 통화 녹음 파일을 보도한 것에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매우 악질적 정치공작"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보수언론이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씨의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바로 이 시점에서 김씨도 언급한 조국 전 장관 부부 수사 건을 되돌려보자.  

조국 전 장관은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저녁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앞두고 몇 가지 가정적 질문을 검찰과 언론에 던진다”며 질문을 나열했다. 

2019년 8월 9일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부인 정경심 교수의 박사논문이 ‘Yuji 논문’ 수준이었음이 확인되었다면, 
정 교수의 석사 논문이 김 씨의 숙대 표절논문 수준이었음이 확인되었다면, 
정 교수의 각종 이력서가 김 씨가 제출한 이력서와 비슷했다면, 
정 교수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0억 원을 제공하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면, 
정 교수가 운영하는 회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수많은 협찬을 받은 것이 확인되었다면, 
정 교수의 처가가 김 씨 친정 수준의 부동산 투기를 하여 거액을 벌었다면

김씨가 받고 있는 의혹을 강조하며 자신과 부인 의혹을 다룬 검찰과 언론의 태도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끝으로 “정 교수가 오늘 방송되는 김 씨의 발언과 비슷한 말을 기자에게 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했을까?”라고 했다. 

충격적인 발언의 연속임에도 ‘충격’이 없었다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23일 MBC 스트레이트 2부방송을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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