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은미기자]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실손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하여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4월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실효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18일 밝혔다.

금소원은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크게 비싸고 비급여항목은 보장에서 제외되며, 자기부담금이 많아서 가입자에게 실제로 득이 될지 불확실하고, 보험사들이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판매를 기피할 수 있어 과거의 정책성보험처럼 금융위의 실적 보고용 상품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금소원이 발표한 내용 전문이다.

현재 일반 실손보험은 치료 이력이 없고 건강한 경우 가입이 가능하며, 최근 5년간 치료 이력 등 총 18개 항목을 알려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유병자 실손보험은 치료 이력이 있거나, 고혈압 등 경증 만성질환을 가진 소비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입원이나 수술 등 치료 이력 심사 기한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였고, 심사항목도 기존 18개에서 6개로 축소했고, 5년 이력 심사 중대질병도 10개에서 암 1개로 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혈병과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병 등 병력자도 최근 2년간 입원이나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유병자 실손보험의 보장은 일반 실손보험의 기본형과 동일하다. 다만 무분별한 의료 이용으로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기부담률은 30%(일반 실손보험의 10% 또는 20%)이고, 최소한 입원 1회당 10만원, 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료는 일반 실손보험보다 비싸다. 유병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50세 남성 기준 월 3만4230원, 여성은 4만8920원으로 일반 실손보험의 2만340원, 2만9400원 보다 각각 1만3890원, 1만9520원이 비싸다. 보험료는 매년 갱신되며 상품구조는 3년마다 변경된다.

금융위가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유병자 실손보험을 출시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유병자)들에게 실제로 득이 되지 못하고, 보험사들이 판매를 기피하는 보험이 된다면 금융위가 서둘러 출시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첫째, 소비자(유병자)들에게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크게 비싸고, 치료비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50세의 경우 일반 실손보험 보다 남자 1.68배, 여자 1.66배 수준으로 비싸다. 가입 후 매년 급격히 인상되는 갱신보험료도 부담이다. 유병자들은 대개 50대 이상 고령자들이므로 갱신보험료가 급격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실손보험의 기본형만 보장되므로 비급여 MRI나 비급여 주사제, 도수치료 등 3대 비급여 특약은 당초부터 보장받을 수 없고, 심사에서 투약이 제외되므로 기존에 보장되던 약제비도 보장받을 수 없다. 더구나 치료비를 받더라도 보장 대상 의료비의 30%(일반 실손보험은 10% 또는 20%)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고, 최소한 통원 외래 1회당 2만원, 입원 1회당 10만원을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가입자가 기대한 것만큼 치료비를 받을지도 의문이다.

둘째, 보험사들이 손해율 악화를 우려해서 판매를 기피할 수 있다. 금융위가 작년에 유병자 실손보험 도입을 언급했을 때부터 보험사들은 우려해 왔다. 유병자 경험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손해율 예측이 어렵고, 그 결과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일부 보험사는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문재인케어’로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일반 실손보험의 보험료 폭탄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다. 보험사들은 금융위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출시하겠지만,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할 이유가 없고, 팔더라도 득이 되지 않으므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금융위가 주도한 정책성 보험을 보험사들이 매번 기피하는 이유다. 그 결과 정책성 보험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유병자 실손보험도 초기에만 반짝할 뿐 시간이 지나면 성과 없이 끝날 공산이 크다.

셋째, 금융위가 유병자 실손보험 출시를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금융위는 현재 일반 실손보험의 폐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유병자 실손보험 출시를 서둘러 강행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실손보험 폭탄을 2개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실손보험은 병·의원의 과잉 진료와 가입자의 의료쇼핑으로 보험료가 매년 급격 인상되어 가입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금융위가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4월 상품을 주계약과 3개 특약으로 분리해서 ‘착한 보험’이라고 포장해서 출시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변경된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소비자가 많지 않다. 이에 금융위는 비급여 항목 3800개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5년 안에 급여화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하여 난항을 겪고 있다. 얼마나 달성될지 여부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계속 주목하며 대기하고 있다.

넷째, 유병자보험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보험사들이 ‘간편심사보험’이란 명칭으로 정액형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마구잡이로 판매해서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금융위가 추진해서 ‘실패 상품’으로 전락된 노후실손보험의 재탕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후실손보험은 출시 3년간 2만6000명의 가입자에 불과하고 손해율이 140%에 달한다. 노령자들은 보험료 낼 돈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보험을 제공하더라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금융위가 간과한 것이다. 상품만 제공해서는 실효성이 없다. 유병자 실손보험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은 보험금을 받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가입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금융위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상품을 공급하려면 소비자의 실익부터 충분히 따져야 한다. 금융위가 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명분으로 유병자 실손보험 출시를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고, 실적을 달성하거나 생색내기 위해서 보험사들에게 판매를 강요할 일도 아니다.

금소원 오세헌 국장은 “지금은 유병자 실손보험 출시보다 현행 실손보험의 과잉 진료 방지와 비급여 표준화, 손해율 검증, 보험료 산정 등 혁신적 개선을 통해 실손보험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와 피해 구제와 관련된 산적된 현안들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