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희 화백

전통적으로 동양회화의 가치기준은 아름다운 색채, 정확한 비례, 논리적 형태가 아니라 어떤 품격의 성취가 핵심평가 사항이었다. 동양화의 품격이란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연을 통해 인격을 수양하는 격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감각적으로 보충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진리를 통해 대상의 진리를 바라보는 수양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동양화의 품격을 위해 본인은 전통 동양회화를 수 십 년 그리면서 동양회화의 현대적 감각과 정서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여 왔다. 그 고민의 중심은 품격의 핵심인 선의 표현이었다. 직선은 간략한 형태로 남성적, 직선적, 단순함, 긴장감, 굴복되지 않는 성질을 나타낸다. 하지만 곡선은 점이 평면이나 공간을 연속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선으로 어떤 면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아주 복잡하다. 직선이 지적, 인공적, 논리적인 반면에 곡선은 자유롭고 율동이며 감정적, 관념적, 자연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회화의 선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선과 결합하여 역동성을 가지며 밀도 있는 공간을 만든다. 공간은 공허하지만 물체의 본질이기 때문에 물체와 공간은 결국 동일한 것으로 공간은 결코 물체와 독립하여 존재하지 않고 사물과 사물의 상호관계의 총체이다. 이와 같이 전통회화에서의 공간의 표현은 자유롭고 융통성이 있으며 함축적인 역동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서 전통회화는 회화의 대상을 실체, 존재로만 인식되는 것, 대상이 하나의 생명이며, 대상이 갖고 있는 본질을 표현한 것이다. 그 공간이 여백이다. 그 여백을 핵심은 고원, 심원, 평원, 활원, 유원, 미원의 6원(六遠)의 공간으로 하나의 장소, 하나의 면, 하나의 시간이 아닌 여러 장소, 여러 면, 여러 시간을 표현하는 자유로운 연속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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