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심쿵'…생활밀착 미세공약 쏟아내는 여야 주자…'포퓰리즘 물량공세' 지적도

여야 양당 주자가 연일 '생활밀착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석열 씨의 심쿵 약속'을 각각 시리즈로 전개하고 있다.

이름만 다를뿐 그 취지나 내용은 엇비슷하다. 이 후보의 1호 소확행 공약은 '오토바이 소음근절', 윤 후보의 1호 심쿵 공약은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였다.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각론'에 해당하는 분야별 공약이 주를 이룬다.

거대 담론에 얽매이지 않고, 민생 현안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선일에 다가설수록 점차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 경쟁' 양상으로 흐르면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현재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소확행 공약은 51개에 달한다.

민주당 선대위는 지난해 11월 첫 발표 당시 "일상에 꼭 필요한 정책, 민생과 직결된 체감도 높은 정책, 오랜 사회적 문제였으나 해결이 요원했던 정책을 중점적으로 내놓겠다는 취지"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탈모 치료 국민건강보험 적용' 아이디어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이를 '소확행'의 일환으로 포함, 현재는 분야 등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두루 아이디어를 받은 뒤 공약화하겠다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최근에는 공보단을 중심으로 한 '소복소복'(소시민의 행복·소소한 행복) 발표도 시작했다.

대변인이 주로 발표하는 '소복소복' 시리즈는 이 후보가 이미 발표한 정책 중 여성과 가족, 보육과 취업 등 '일상'에 보다 초점을 맞추자는 기획으로, 지난 17일 부모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는 상환 학자금 제도 운용과 대상 확대, 공공부문 면접 수당 지급 의무화하겠다고 하는 내용의 8번째 발표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는 경기지사 시절 자신이 이행했던 정책을 소개하는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부동산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무한책임 부동산' 등의 콘셉트를 추가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에 앞서 '이재명 소확행 공약 1호'를 NTF로 발행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2022.1.19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라운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에 앞서 '이재명 소확행 공약 1호'를 NTF로 발행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2022.1.19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후보도 미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심쿵 공약'은 현재 17번째까지 나왔다.

대기업이 제휴한 콘도 시설을 중소기업 근로자가 이용하면 이를 대기업의 복지지출로 간주하고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내용 등이다.

심쿵 시리즈의 시작은 지난 2일이었다. 주말을 제외하면 첫 발표 이후 사실상 1일 1건을 발표한 셈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후보가 공약을 통해서라도 한분 한분께 인사를 드리겠다는 것"이라며 "내 삶, 내 가족과 이어지는 생활 공약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8일부터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하는 '59초 쇼츠(shorts)' 공약 영상 발표도 시작했다.

이 역시 전기차 충전 요금 동결, 체육시설 소득공제, 자궁경부암 백신 보험 적용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이 주요 내용인데, 영상 미디어에 친숙한 2030세대 관심도가 높은 현안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영상마다 마지막에 등장한 윤 후보가 아랫배를 쓸어내리며 소화제 광고를 패러디한 듯한 연기를 하거나 "(공약을) 후보님께 보고할까요?"라는 말에 "좋아! 빠르게 가"라고 외치는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현재까지 총 14편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59초 공약'[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59초 공약'[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이런 '마이크로 타기팅' 경쟁은 여야 진영을 막론하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중도층과 2030 세대를 집중공략해야 하는 이번 대선 구도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생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번 대선의 특성상 미니 공약이 중도층에게 효능감 있게 다가가는 것 같다"며 "중도를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공약 발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논리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민생형 공약들로 정당·정파색을 희석하는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경제, 복지 등 현안들은 결국 (이념 성향과) 같이 가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려고 '작은 이야기'로 돌려버리는 것"이라며 "당장 지지를 끌어오고 싶은 특정 그룹에 마치 표를 주면 상응하는 대가를 주겠다는 식으로 공약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도 여야 경쟁 주자들의 생활공약 경쟁에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부인 김미경 씨가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2.1.22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부인 김미경 씨가 22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2.1.22

경남 지역을 방문 중인 안 후보는 전날 지지자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의 정책 화두 중 하나인 연금개혁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이 걸린 아주 중요한 주제임에도 지금 기득권 양당 후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며 "정말로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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