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단골' 병역공약 화두로…예산·실현 가능성·남북 군축협의 등 고려해야
절반은 모병제로·무인전투체계 도입…현실성 있나

대선을 앞두고 '단골 메뉴'인 병역제도 개편 공약 경쟁이 본격화했다.

군에 입대할 가용 현역 자원이 2030년대 초반부터 부족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후보는 모병제부터 병력 대체용 무인전투체계 구축까지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병역문제를 피부로 느낄 '이대남'(20대 남성)이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 상황과 한 번 바뀐 병역제도를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송곳 검증'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 대통령선거 후보 4인 (PG)
2022 대통령선거 후보 4인 (PG)

◇ 이재명 "선택적 모병제로 간부 중심 병력으로"…安·沈도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5대 국방 공약 중 하나로 징집과 모병을 혼합한 '선택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차기 정부 임기 말인 2027년까지 징집병 규모를 현재의 30만 명에서 절반인 15만 명으로 대폭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신 모병을 통한 전투부사관 5만 명과 군무원 및 민간 아웃소싱 인력 10만 명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징집병 15만 명 중 10만 명이 민간인력으로 대체되므로 올해 기준 50만 명인 상비병력이 40만 명으로 감축되는 셈이다.

이 후보 측은 모병으로 충원하겠다는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5만 명의 인건비를 연간 1조5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연봉 3천만 원 정도다. 급여 외에 4년 복무 후 전역 시 5천만 원 정도의 사회정착용 목돈을 지급한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징집병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를 모두 부사관으로 채우는 '준모병제'를 공약했다.

명칭과 부사관 충원 규모는 다르지만,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징집+모병' 혼합 형태다.

안 후보는 작년 11월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므로 전면적으로 모병제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간 단계로 준모병제로 하다가 평화가 정착되고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되면 전면적으로 모병제를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주요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한국형 모병제'라는 이름의 전면 모병제를 앞세웠다.

2029년까지는 징집+모병 혼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육군 기준 현재 18개월인 의무복무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줄인 뒤 2030년부터는 전면 모병제로의 전환과 함께 병력 규모를 30만 명까지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 윤석열, 무인전투체계 전환 제시…"모병제는 20년 뒤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병력 개편에는 공감하면서도, 임기 내 모병제 추진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모병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제2의 창군 정신으로 '국방혁신 4.0'을 추진해 과학기술 강군 건설로 병력은 줄되 국방력은 증가하는 고효율 국방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으론 줄어드는 병역자원을 고려해 병력 구조를 사람에서 로봇 중심으로 바꾸는 무인전투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 캠프의 국방분과위원장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간 단계로 2030년도에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고, 2040년까지 완전한 무인전투체계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도 무인전투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도 모병제가 '궁극적인 방향'이라곤 생각하지만, '20년 뒤'라고 언급한 것도 무인전투체계가 완성된 이후를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첨단 과학기술 활용은 다른 후보들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는 "병사들이 훈련에서 소요되는 시간보다 여러 가지 잡무라든지 보초를 서는 등의 엉뚱한 일에 시간을 많이 쓴다"며 "보초 서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이용하면 실제로 보초를 서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심 후보는 최전방 경계의 센서와 정찰 네트워크로 운영과 장비 무인화 등 '국방 과학화'를 제안했다.

군 당국도 앞으로 현역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과학화 무인경계시스템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 '스마트 강군'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20세 남자 인구 감소에 따른 현역 자원 부족 현상이 예견되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행 50만 명 병력 규모를 기준으로 봤을 때 병역자원은 2025년께(20세 남자 인구 23만 명 추정)부터 충원이 어렵고, 2030년대 초반까지 평균적으로 2만~3만 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 북한군 120만인데 이래도 괜찮나…예산·모병 충원율도 '갸우뚱'

대선 때마다 병역개편의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산이 늘 걸림돌이었다.

이 후보 캠프는 선택적 모병제를 위해 2027년 기준 징집병 감축에 따른 인건비 1조5천억 원이 감소하고, 부사관 및 민간인력 10만 명의 인건비 3조 원에 부사관 전역지원금 6천억 원 증액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순증하는 예산은 2조6천억 원 정도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이 후보의 또 다른 공약이 '2027년까지 병사 월급 2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그 시기 월 250만 원 정도인 '연봉 3천만 원' 부사관이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 보니 충원 가능성도 의문이다.

한 현역 간부는 "모병제가 시행되면 '실전형 군대'로 가는 계기가 되므로 취지 자체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어설픈 임금으로 충원하면 '알바 군대'밖엔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간부는 "징집병을 대체하기 위해 군무원 채용 등을 확대하면 된다지만, 지금도 군무원들이 야전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직도 잦은 편이어서 대체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병력감축의 구멍을 메울 무기체계 첨단화도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제시를 한 후보는 현재까지 없다. 기술발전이 계획대로 척척 뒤따라주리란 보장도 없다.

후보들이 제안한 감축된 전체 병력 규모는 현행 50만여 명에서 30만∼40만 명 정도로 준 것인데, 북한 병력이 120만 명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적정한 규모인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남북 군사력 현황]
[남북 군사력 현황]

당장 병역자원 감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해서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계산기만 몇 번 두드리는 식으로 해법을 내선 안 된다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남한의 병력 감축 문제는 북한의 병력 수준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남북한 군축 문제를 남북대화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병력 부족 해소와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징병제 도입도 거론하고 있지만, 자칫 '젠더 갈등'으로 튈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병역제도 개선에 대해 국방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특정 병역제도에 대한 도입 여부가 중심이 아닌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상비병력 충원 가능성과 군사적 효용성 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대선후보 병역 공약 비교
[그래픽] 대선후보 병역 공약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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