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연이틀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얻어맞은 충격으로 하루종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최은순 정경심 김학의 김건희...분노와 무기력증이 교차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밤에 한두 차례 깨어나도 화장실 다녀오면 곧 다시 잠들곤 했는데 어젠 도저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저 사람들, 너무 노골적이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내 착각에 대한 반성도 했다. 내가 지금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착각말이다. 이건 민주공화국의 광경이 아니다.

이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았든, 그저 힘있는 사람들의 수구기득권공화국일 뿐이다!

선거제도가 있으니 언필칭 공화국인 것은 맞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에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 나라는 모든 권력이 법복을 입은 무법자들로부터 나온다. (법복 입은 무법자라니, 이 얼마나 형용모순적인 말인가!)

옛날엔 펜대를 굴렸고, 지금은 자판을 두들기거나 마이크를 들이대는 언론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 이들이 자기 패거리, 자산가들, 목사, 권승, 사학, 고위관료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권력을 쓴다.

악착같이 자기들과 그들의 부패를 덮는다.
이들의 기득권에 걸림돌이 되거나 도전하는 이들은 죽인다.
대통령도 죽이고 총리도 죽이고 장관도 죽인다.
조선시대 대역죄처럼 가족과 친인척, 친구들까지 연좌로 몬다.
검사들은 악착같이 수사하고 기소하고
판사들은 악착같이 유죄를 때린다.
기자들은 처음부터 끊임없이 소리 지른다.
“유죄다! 처형하라!”

어제그제 법원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이 바로 그 적나라한 실체다.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법치주의는 법으로 밥벌이하는 자들에 의해 진즉 죽었다. (이 또한 얼마나 형용모순적인 말인가!)

힘있는 자들로부터 힘없는 사람들을 지켜야 할 법이 정의와 공정심은 커녕 최소한의 양식마저 없는 자들의 흉기로 변했다.

룸싸롱 가고, 뇌물 받고, 성상납 받고, 무당에게 길흉을 점치는, 평균적인 시민들보다 훨씬 저열한 자들에게 저당 잡혔다.

나는 이제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란 착각에서 벗어나야겠다. 민주진영이 선거에서 이기면 민주공화국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겠다. 투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망상에서도 벗어나야겠다.

그저 5년만 더 수구기득권정권의 무차별 횡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저 파렴치한 법비들이 저지르는 더러운 꼴을 덜 보기 위해서, 그러므로 결국은 나를 위해서, 오늘부터는 다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좀 더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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