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칼럼] 이재명 후보가 감춰야 할 것은 ‘40대 꼰대’ 정치인들

1970년대생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캠프는 1970년대에 출생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연령대의 정치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왕년의 세칭 X-세대가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을 실질적으로 떠받친 형국이다. X-세대는 「서태지 세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호명되기도 한다.

대선캠프의 핵심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지지층 역시 1970년대에 태어난 중년 세대가 주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이재명 후보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재명은 남조선의 40대가 총결집하고 총출동해 탄생시킨 대선주자인 셈이다.

지금의 40대는 국가공동체의 허리에 즉 중심부에 해당하는 세대이다. 부동산 입지조건에 비유한다면 분양 시장에서 최고로 선호되고 각광받는 위치일 사통팔달의 역세권 요충지이다. 정중앙을 장악하고 있느니 위아래 세대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신속한 공감대 형성이 수시로 가능해야만 정상이리라.

이 당연한 상식적 명제가 한국사회의 40대에게만은 통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한국의 40대를 정치사회적 생태계의 관점에서 해부·정의하자면 그들은 능동적 의미에서는 고독한 단절을 선택했고, 수동적 견지에서는 나머지 세대들로부터 거의 완벽히 격리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포용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 갈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소위 '세대포용론'을 제시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남녀로 편갈라서, 수도권과 지방으로 편갈라서 싸우고 있다"며 "그들이 왜 싸우겠나? 기회가 적어서 그렇다. 저성장 때문이다. 경제적 기회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포용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 갈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소위 '세대포용론'을 제시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남녀로 편갈라서, 수도권과 지방으로 편갈라서 싸우고 있다"며 "그들이 왜 싸우겠나? 기회가 적어서 그렇다. 저성장 때문이다. 경제적 기회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40대가 선배세대로부터는 무시당하고, 후배세대로부터는 조롱당하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은 전문적인 사회학자들의 몫일 게다. 관건은 이 지독히 확장성 없는 세대에 주요한 지지기반을 둔 후과로 말미암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는 가장 지독하게 확장성 없는 후보자가 돼버렸다는 데 있다.

혹자들은 2007년 12월에 치러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또한 확장성이 매우 취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의 확장성 부족은 지역의 벽에 갇힌 것 때문이었다. 세대의 늪에 빠진 탓은 아니었다.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3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마의 40프로의 벽을 도무지 넘지를 못하고 있다. 이재명은 40대 유권자의 압도적인 밀어주기에도 불구하고, 40퍼센트 지지도에 좀처럼 도달하지 못하는 상당히 기괴한 맥락의 ‘40-40’의 대기록 아닌 대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586 세대 정치인이 아닌 40대 꼰대들이 용퇴해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40대 이상 세대에서는 이미 나올 대로 다 나왔다. 마른 행주 쥐어짜듯이 기성세대의 표심을 아무리 열심히 공략해봐야 지지율이 증가할 여지가 사실상 전무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2030 세대와 선거법 개정으로 유권자 수가 쏠쏠히 늘어난 10대 후반에서는 이재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20대 대선의 승부처로 떠오른 2030 청년세대의 성원과 소년소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어떠한 내용과 형식의 승부수를 던져야만 할까?

나는 이재명에게 대선캠프에 상근 혹은 반상근 형태로 근무하는 40대 참모들을 능력과 인성이 두루 검증된 극소수 인물들만 제외하고는 전원 내보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용민, 고민정, 박주민, 이탄희, 이재정 등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1970년대생 현역 국회의원들의 대다수들로 하여금 투표일까지 일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하고 인민대중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지율이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물러온 이재명 후보가 난국에서 탈출할 길이 586 다선 중진 정치인들의 용퇴에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의 진단과 해법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 586 세대의 전면적 퇴진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부분에서 송영길은 진실을 말했다. 허나 이재명의 지지율이 젊은 청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극도로 부진한 본질적 이유가 압축적 근대화의 아류일 ‘압축적 꼰대화’를 놀라운 속도로 조기에 달성한 자당의 40대 정치인들에게 있음을 통찰력 있게 간파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송영길은 헛다리를 짚어도 대단히 크게 짚었다.

이재명이 발표하는 메시지와 정책은 주로 40대 세대 집단에서 유행하고 통용되는 정보와 견해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테면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 웹사이트 공간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중시·의존하는 보급선이다.

그런데 40대 누리꾼뜰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이곳을 2030 세대는 심지어 틀리앙(틀딱+클리앙)이라는 매우 거칠고 상스러운 표현마저 불사하면서까지 맹비난하며 철저하게 불신·배척하고 있다. 그러니 이재명도 덩달아 불신받고 배척당하는 치명적인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얼떨결에 당해오고 말았다.

이재명은 현재의 판세가 이대로 굳어지면 무난히 패배할 게 확실시된다. 무난하게 지는 암담하고 절망적인 구도를 허물려는 목적에서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전격적으로 수용했고, 김대중은 김종필의 손을 대담하게 잡았으며, 노무현은 수도이전 공약을 기습적으로 천명했고,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국민들에게 약속함으로써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의 의표를 찔렀다.

이재명 후보가 꺼내들 수 있는 그에 버금갈 비장의 승부수는 40대들과의 과감한 거리두기이다. 확장성 없는 지지층이 확장성 없는 정치인을 만든다. 이재명은 40대라는 갑갑한 가두리양식장을 죽기 살기의 각오로 벗어나 광활한 2030의 바다로 더 늦기 전에 나아가야 한다. 사즉생의 절박한 결단만이 이재명을 40대의 늪에서 구해내 그를 40프로대 지지율로 진입시킬 수가 있다.

* 글쓴이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초대편집장,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공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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